한 여름밤의 꿈 그림책으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데니스 놀란 그림, 브루스 코빌 다시 씀, 구자명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그림책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맥베스'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야기도 있지만, 사랑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한여름밤의 꿈>이나 <십이야>,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알콩달콩하면서도 경쾌한 사랑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얼른 자라서 이 작품들을 읽어보면 좋을텐데 싶던터라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그림책으로 펴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반가움이란... 귀가 쫑긋한 요정이 피리를 불고 작은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표지 그림만 보고 반해 버렸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글이 조금 많긴 하지만- 그림이 어우러져 내용이 전개되다 보니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다.
 이 책에는 요정 부부와 두 쌍의 연인, 그리고 숲에 갔다가 졸지에 당나귀 탈 쓴 괴물로 변하는 보텀이 등장한다. 요정부부의 설전과 함께 요정왕 오베론의 장난끼 어린 심부름을 요정 퍼크가 착각하는 바람에  두연인들이 서로 얼키고 설키게 만들었다가 마침내 제자리를 찾기까지 일어나는 해프닝이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다만 이름이... 좀 헛갈리는 경향이 있는지라, 책표지 안쪽에 주인공들이 그려져 있는데(이름 표기) 이걸 미리 봐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부모님이 맺어준 사람과 무조건 결혼해야 하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아테네에도 그런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이처럼 옛날이나 다른 나라의 관습을 알고,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
 아버지의 반대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는 커녕 오히려 법의 처벌에 따라 죽음을 맞거나 수녀원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허미아'는 '라이샌더'와의 사랑의 도피 행각을 선택한다. 아버지가 그녀의 정혼자로 정한 '디미트리어스'는 원래 그녀의 친구인 헬레나에게 사랑의 맹새를 했던 남자이다.

 허미아가  '사랑의 맹세'란 것이 그다지 믿을 바가 못되는 증거를 직접 보았으면서도 죽음을 택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사랑은 사고를 마비시키고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모양이다..^^;
 그런데 연인에게 차이고 슬픔에 잠긴 헬레나 역시 어느 정도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된 것은 아닌지.. 차라리 그들이 도망가게 둘 것이지, 디미트리어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일이 더 꼬이지 않았는가!

한편 숲 속의 요정 부부도 어린 시종을 사이에 두고 부부싸움을 벌이는데, 주인공들이 요정이니만큼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 자연의 질서가 어지럽혀진다지 않는가! 자고로 싸움을 벌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는 법이다. 
아우~~ 개인적으로 퍼크가 너무 귀엽다!!
피터팬에 등장하는 팅커벨처럼 작고 예쁜 요정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근사한 모습으로 피리를 불고 있는, 표지 그림속의 주인공이 바로 요정 '퍼크인데, 내용속으로 들어가 보면 영락없이 장난꾸러기인 어린아이의 표정을 드러내고 있으니 속지 마시길.... 

 한편  요정왕과 퍼크의 장난으로 졸지에 여왕의 사랑을 받게 된 닉 보텀은 "요즘 사람들은 사랑이란 걸 꼭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 같지 않습디다"란 말을 하며 여왕의 사랑과 요정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데, 제일 행복한, 그러나 한여름에 꾸어 볼 법한 꿈같은 순간일 뿐... 
-당나귀 머리를 한 괴물이 된 보텀은 앞부분에서 사자역을 맞겠노라고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꼭 애들 아빠의 모습을 닮았다 싶어 그 말을 했더니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었다.

그림책이니만큼  관심을 가지고 그림들을 보았는데, 자그마하고 귀여운 여자 요정들의 모습과 장난끼 가득한 남자 요정의 모습이 잘 대비되게 묘사되어 있다.  환상적인 풍경의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이  눈에 띄는데, 숲 속이다 보니 나무가 많이 그려져 있다. 나 자신이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지라 요정들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이처럼 좋은 그림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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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7-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그림책 읽고 싶고.. 사고 싶어요... ^^

주작 2004-07-2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그림책.... 다 좋은데.. 항상 불만인건... 지나치게 비싼 책 값이란 거죠...
그래도 저도 사버렸어요. ^^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일러스트를 그린 명작은 사는 중이예요.
근데 이 그림도 예뻐보이네요. 큰일이네.. 이번 달은 빵꾸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