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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아끼거나 좋아하는 것을 주거나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일지라도, 상대가 기쁨에 겨워 팔짝팔짝 뛰거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힘든 생각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나 역시 함께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을 누리게 된다. 이 그림책은 부활절을 배경으로 아이가 몰래 준비한 깜짝 선물에 가족들이 놀라고 기뻐하는 광경을 보며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보며 처음 안 것인데, 스웨덴에서는 부활절이 크리스마스 만큼이나 큰 명절인 모양이다. 아이들이 부활절에 가끔 학교 앞에서 교인들이 나누어 주는 삶은 달걀을 받아오곤 하던데, 스웨덴에서는 부활절 토끼가 달걀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단다. 그런데 그 달걀은 진짜 달걀이 아니라 초콜릿과 젤리, 사탕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도 생소한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가 몰래 다녀가는 것처럼, 부활절 토끼는 부활절 토요일 모두 잠들어 있는 이른 아침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살짝 다녀간다고. 스웨덴 아이들에게 부활절 달걀이 없다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기대했던 선물을 못 받는 것 만큼이나 속상한 일인가 보다.

 로타는 오늘 무척 화가 나 있다. (오빠야 로타가 언제나 화나 있다고 말하지만~) 로타는 오전 내내 오빠와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하필 오늘 같이 특별한 날, 생일 초대를 받았다며 거기를 가야한다고 하지 않는가. 다른 날도 아니고 부활절인데! 마녀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주는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니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겠는가. 초대받은 자리에 로타도 같이 가서 언니 오빠와 함께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다면 화가 덜 났을까? 
  건강이 좋지 않은 이웃 아줌마네에 들러 안부를 묻는 공손함을 보이기도 로타. 자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돌봐 드려서 아줌마는 좋겠다"는, 찰랑찰랑 넘칠 듯한 자부심이 담긴 말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거리로 나간 로타는 자신을 "기푼 좋은 아이"라고 부르는 바실리스 아저씨네 사탕 가게에 들렸다가 생각지도 못한 -로타가 부활절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게 해 준- 선물을 한아름 받게 된다. 

 세 남매는 뒤늦게 부활절 마녀 복장을 하고 나서지만 사탕과 과자가 거의 없다는 말에 맥이 빠진다. 거기다 아빠는 가게 문을 닫아서 부활절 달걀을 사지 못했다고 말하고, 심지어 요나스 오빠는 짓궂게도 부활절 토끼도, 산타클로스도 아빠라는 것을 로타에게 알려준다. 그런 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데!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에 부활절 토끼와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앙코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인 걸. 
 어린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찾아오는- 혹은 어린이집으로 찾아와 미리 선물을 주고 가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는다. 선물을 준비하는 이가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이들은 여전히 특별한 날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 한다. 미아 마리아와 요나스는 이제 부활절 토끼가 아빠인 것을 아는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부활절 달걀을 구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부활절 아침이 되자 다른 때처럼 부활절 토끼가 다녀갔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런 심리일 게다.


 부활절 토끼를 대신해 다녀간 크리스마스 토끼(?) 덕분에 나이만 가족은 부활절 아침, 자작나무 아래 풀밭에 펼쳐진 멋진 광경에 큰 기쁨을 누린다.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로타는 날마다 놀라게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앞서 로타가 베르크 아줌마네 헛간에 있는 커다란 가방(본문 말미에는 '상자'로 표기했던데 원작에도 다른 단어로 지칭했을까?)-에 남겨 둔 것들은 로타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혹여 아줌마가 발견한다면 또 한 번의 깜짝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

 어릴 때 참 재미있게 본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 작가가 누구(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훌쩍 커서 내 아이들에게 보여줄 책을 고르면서부터이다. 린드그렌의 작품은 지금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으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들을 동화책과 그림책으로 꾸준히 접할 수 있어서 반갑다. 혹 로타가 등장하는 작품이 더 있나 찾아 보니 절판된 <말썽꾸러기 로타/다락방>와 <나, 이사 갈 거야/논장> 등 세 아이(요나스, 미아 마리아, 로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더 있는 모양이다. - 책을 처음 볼 때 그림책 치고는 글밥이 생각 외로 많아서 조금 놀랐는데, 애초에 작가가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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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11-01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어른들이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비로소
아이한테 읽힐 아름다운 책을 깨닫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