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정기 12 소설 녹정기 12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남편이 재미있다며 계속 읽어 보라고 권유해서 읽어보게 된 책... 김용의 작품은 「영웅문」을 읽어본지라 좋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 또한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그러나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주인공이 너무 주인공 같지 않아서 적응이 되질 않았다. 내가 그동안 전형적인 스토리의 무협지나 판타지물에 세뇌되어 버린 탓일까?, 주인공이라면 남자답게 생겼거나 미소년이고, 성격은 착하고 용맹스러운 것은 필수이고, 의를 존중하기 마련인데 도대체가 이 책의 주인공인 위소보는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위소보를 제자로 맞아 들인 사부마저 그의 사람됨이 걱정스러워 한숨을 내쉬는 장면을 보니 절로 수긍이 갔다.

어찌 어찌하여 황궁에서 사람들의 태감 노릇을 하면서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물리치고, 말로 사람들을 농락하고, 운이 따라 천지회 향주가 되는 위소보를 보면서 참 대단한 녀석이구나,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도 후반부에 가면 사람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남편의 한마디-끝까지 읽으면서도 위소보가 주인공이 아닌 줄 알았다-를 들었을 때 그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분명 위소보는 이 책의 주인공임을 잊지 말도록!!

어쩌면 위소보의 그런 모습들이야말로 바로 우리들의 마음속을 비추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오로지 의만을 따르는 영웅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실리를 따지고 자신의 목숨을 중히 여기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담은 위소보...  맞선 자의 입장에서 보면 야비하고, 약아 빠진 녀석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편이라면 재치만빵, 재간둥이이라 여길만 하다. 위사람이나 아래사람들에게 뇌물을 풀어야 할 때를 알고, 돈을 긁어 모을수 있을 때 끌어 모을 줄 아는 위소보야말로 출세가도를 달릴만한 인재이지 않은가... 뭐, 그리 옆에 두거나 호감가는 녀석은 아니지만... 「녹정기」야말로 김용이 필생의 정력을 다해 쓴 작품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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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4-07-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양조위와 유덕화 주연의 녹정기 비디오 테잎을 먼저 보았답니다. 늘 그렇듯 김용 작품은 비디오부터 먼저 접하게 되네요~^^
나중에 위소보가 공주가 낳은 아이를 '의자'라고 이름 짓자는 거 보고 어찌나 우습던지..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마냐 2004-07-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김용선생님 작품 달랑 2개 읽었는데..지난번 밀키웨이님 글 보니..갈 길이 너무나 멀더군요...흑흑. 한번 시작하면, 이거 날밤 꼴딱꼴딱 언제까지 새야 할지..쩝...님의 별다섯 리뷰를 보니..마구 흔들립니다, 그려.

밀키웨이 2004-07-13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갈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흑흑흑
근데 말이죠, 솔직히 위소보 녀석.
너무 얍쌉하지 않습니까?
물론 현실적으로 곽정과 같은 사람보다 위소보같은 사람이 더 대우받겠지만 말입니다.
이거 원..주인공에 대해 조금은 좀 동경하면서 봐야 하는데 내내 쩝쩝..거리며 읽게 하다니...
한번 더 쩝! 이옵니다.

아영엄마 2004-07-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소보가 너무 현실적으로 약삭빠르게 살기에 정이 안가긴 하죠. 얼마간은 비현실적인 드라마 주인공처럼 책 속의 주인공도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멋져 보이는데 말예요.. 저도 책 보는 내내 주인공이 뭐 이렇다냐... 기가 막히누만..하면서 읽었답니다.^^;;

주작 2004-07-2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엔 무슨 주인공이 이래?? 라고 하면서 봤더랬습니다. 그러다 나중엔 아예 주인공을 외면하고 볼 정도로 주인공은 참... 얍삽한 녀석이죠. 만나면 입부터 때려주고 싶은 녀석이예요. 그래도 끝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사오면서 옆집에 주고 왔다는 어머니 말씀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 김용의 작품은 많은 무협지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고 소장하고픈 책이랍니다. 갑자기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