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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 전2권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죽거나 쓰러진 나무의 썩은 낙엽 속에서 저절로 자라는 '귀처럼 생긴 목이 버섯'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목이'는 마을 다리 밑에서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봐준 두루미 아저씨와 생활하는 고아 소년이다. 두루미 아저씨는 종아리가 날 때부터 오그라들고 뒤틀려서 다리 하나만으로, 늘 지팡이를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이지만 "노동은 사람을 품위 있게 만들지만, 도둑질은 사람에게서 품위를 빼앗아가는 것"이라는 충고를 해 주는, 비록 남의 쓰레기더미나 뒤지는 거지일지라도 떳떳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고아나 장애인들이라면 사회의 냉대 속에 비틀린 마음을 가지게 되기 쉬을텐데 이들은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더 올곧은 심성을 지녔다.
훗날에 목이가 왕실 감도관 나리에게 보일 민 영감님의 도자기를 가지고 송도로 향하는 길에 도적에게 험한 일을 당했을 때, 죽음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두루미 아저씨의 '죽음 속으로 뛰어 드는 것이 진정한 용기를 보여 주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가르침 때문이었다. 장애인이자 구걸하는 신세였지만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지녔던 두루미 아저씨가 있었기에 목이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것이리라.
목이는 민영감의 손에서 탄생하는 도자기를 보고 뛰어난 명인이 될 결심을 한다. 그러나 명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훌륭한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인으로 접어들기 전에 익혀야 할 기본적인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요리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일을 배울 때는 바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설거지, 야채 씻기, 야채 썰기 같은 기본적인 일부터 몇 년에 걸쳐 배운다. 그렇게 해서 인정을 받아야만 요리법을 전수 받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기본적인 일들을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이 힘들고, 오랜 시간을 요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목이가 작품을 만들 재료를 선별하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민 영감님이 지시한 일들은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었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냉정하고 무뚝뚝한 민 영감으로부터 자기 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제자로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목이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토록 고생하면서 일을 배웠는데 단지 혈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에게서는 도자기 만드는 일을 배울 수 없다는 말은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 작가는 혈육에게만 가업을 이으려는 민 영감의 고집을 통해 한국인에게 내재된 혈육에 대한 집착을 표현하려고 한 것일까?
이 책이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주는 뉴베리 상(아동문학 분야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점도 높이 사야겠지만 그보다는 이 책을 통해 전세계 어린이에게 한국과 고려청자, 백자 같은 문화유산을 알리게 된 점을 더 환영해야 할 것이다. 린다 수 박님이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많이 써주어 세계에 우리나라를 많이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