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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좋은 10가지 이유 ㅣ 꼬마 그림책방 29
최재숙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2월
평점 :
10가지 이유. 제목을 보며 가끔 남편이나 아이와 "00 해야(사야) 하는 이유 열 가지만 말해 봐!"라며 가끔 실랑이를 벌이곤 하는 것이 생각나 살짝 웃음이 나왔다. -제목 글자 중에서 "엄마"와 "10가지"를 반짝거리게(홀로그램?) 처리하여 부각시켜 놓았다.- 사실 아이들이 엄마를 좋아하는데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무조건 좋은 것이 엄마이고, 평생 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이다.
늦둥이 막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리집 귀염둥이 막내로 사랑받던 둘째는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응석받이처럼 엄마 품에 안기기를 좋아하며 엄마가 정말 좋다고 외치곤 한다. 물론 막내 역시 마냥 엄마가 좋다. 엄마의 손길과 애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기에 더욱 엄마를 향한 사랑이 크다. 옆에 딱 달라붙어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며 "엄마 좋아~" 라고 말하며 머리를 내 팔에 머리를 비벼대고는 또 한 번 말하고 비비고를 반복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엄마가 좋은 이유로 어떤 것들을 꼽았을까? 먼저 '나'는 엄마가 뽀뽀대장이라고 좋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안 볼 때는 엄마가 뽀뽀하는 것이 좋지만 바깥에 나가서,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아이나 친구들 앞에서 하지 말라고 한다. 주인공이 남자 아이이고, 유치원에 다닐 연령대라 질색을 하는 걸까? 딸아이는 조금 더 나이 들어서도(심지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도) 뽀뽀를 해달라고 하곤 한다.

맛있는 반찬이 차려져 있는 밥상을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아이와, 양 손에 주걱과 그릇
을 들고 엄마. 그 옆쪽으로 개수대 안에 쌓여 있는 그릇들을 보니 -몰아서 한답시고 설거지거리를 쌓아두곤 하는- 나만큼이나 살림에 게으른 주부인가 싶어 동질감이 팍팍~ 든다. ^^* 그리고 밥통을 들여다보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좀 놀란 듯한 표정인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음 장면에서 중국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정겨운 모자를 보고서야, 아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은 요리해 놓고 정작 밥하는 것을 잊어버린 탓에 빈 밥통을 보고 놀란 모습이었던 게다.

'나'는 형이 장난감을 빼앗아 도망치면 얼른 도로 찾아다 주는 엄마가 내 편인 것이 좋다고 말하는 한 편, 형을 몰래 다독거려 주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아이가 행동하는 것에 따라 때로는 미운 감정도 울컥하긴 하지만-은 같은 걸 아이들은 모를 게다. 벽지 여기저기에 낙서가 되어 있는 거며, 소파와 탁자 밑에 블록 같은 것들이 나뒹굴고 있는 장면은 우리집의 일상적인 풍경이라 낯설지가 않다.
아이는 (화장을 한) 엄마가 예뻐서 잘 웃어서, 다정하게 말해서, 스스로 하게 해줘서 좋다고 한다. 뒤를 이어 "그런데~"가 따라붙긴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도 엄마가 늘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엄마가 대신해 주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 아이 입장에서는 못마땅할 수 있지 싶다.

비누거품 놀이도 잘해 주는 엄마, 재미있는 그림책도 읽어주고, 때로는 자장가도 불려주며 나를 잠재워 주는 엄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졸음이 몰려와 이야기를 건너뛰고 읽거나 횡설수설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굳이 열 가지를 꼽지 않아도, 엄마가 좋은 이유는 바로 내 엄마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뭐가 필요하겠는가.
개인적으로 글과 화풍에 흡족하지 않은 감이 있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그리고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 우리집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여러 모로 공감이 간다. 나도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은 이유 열 가지만 적어보라고 할까? 엄마가 좋은 이유가 너무 많아서 열 개만 고르기 힘들어 하면 어쩌지? 인심 좋게 백 개 정도 꼽아 보라고 할까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