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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 ㅣ 미래그림책 50
앤 그리팔코니 지음, 카디르 넬슨 그림,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야기꾼이 아이들에게 조상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발휘하여 노예 상인으로부터 살아 남은 부족의 일화를 들려주는 형식의 그림책이다. 등장인물의 신체를 가는 선들로 채워 넣어- 그물망 같은 느낌이 드는- 피부색을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아프리카의 옛이야기를 다룬 책으로는 <이야기 이야기/게일 헤일리>, <거미 아난시/제럴드 맥더멋>를 본 적이 있는데,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거의 접해 보지 않아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눈 오는 날/에즈라 잭 키츠> 같은 그림책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첫 장면은 아프리카의 한 이야기꾼이 주위에 둘러 앉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조상들에게 기도하는 엄마를 보고 있는 여자 아이 아비카닐('듣는다'라는 뜻을 지닌)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노예상인들에게 맞서 싸울만한 젊은 남자들이 잡혀가고 곧 마을로도 들이닥칠 상황에서 아비카닐의 엄마는 마을의 흔적을 모두 없애고 연기가 사라지듯 마을에서 사라져야'한다고 외친다. 두려움에 떨던 마을 사람들은 지혜를 짜내고 협동심을 발휘하여 마을을 정리한 후 침왈라 할머니와 슬픔을 남겨 두고 떠나지만 물살이 급한 강 앞에서 멈춰 서게 되는데...
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아프리카에도 영혼이 어떤 힘을 발휘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조상 숭배 사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조상에 대한 믿음'이라는 부분을 종교적인 시선으로 비판적으로 보는 이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아프리카에 존재한 전통적인 민간 신앙을 알려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을 통해 자연 환경과 마을의 옛 모습, 의상 등과 노예 사냥꾼들에게 침탈당한 안타깝고도 눈물 겨운 역사 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세 모녀(아비카닐-니제밀-침왈라)을 중심으로 한 설정은 모계 사회 중심의 문화를 드러내는 일면이다.
내용 면에서는 '야오' 부족 사람들이 살아남은 이야기 속에서 한 여자 아이와 마을의 연장자인 할머니가 보여 준 용기에 좀 더 무게를 싣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아비카닐은 조상의 영혼들이 기도에 응답하리라는 진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물결 위로 모습을 드러낸 돌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실제로 발을 내딛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니제밀과 마을 사람들이 손을 잡고 건너는 장면 또한 그들의 믿음과 용기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을에 혼자 남아 노예 상인들과 마주하게 된 침왈라 할머니 또한 자신의 목숨을 건 일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에 인권 그림책에서 흑인을 노예로 잡아 간 백인들의 이야기에 분노했던 아이는 이 책을 보면서도 '노예 상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큰 혐오감을 표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노예'로 삼아 짐승처럼 부렸던 인간의 탐욕과 오만한 우월감, 오랜 세월 동안 희생당했던 아프리카 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통해 앞으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갈 우리 아이들이 큰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요즘 그림책 한 권을 본 감상이 점점 거창해져 가는 경향이 있는 듯..^^;;)
- 이 책에서는 노예 상인과 그 무리들이 백인이 아니며 같은 흑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이에 관한 관련 정보를 좀 더 찾아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