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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왕들의 비밀 ㅣ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팀을 이루어 뉴욕 주 퀴즈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네 명의 아이들의 내면의 심리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성장 동화. 지역 예선전에서조차 우승한 적이 없던 중학교 학생, 그것도 6학년임에도 불구하고(8학년까지 있음) 퀴즈 대회 결승전에 오르는 파란을 몰고 온 팀인 '영혼들'에 관한 이야기다. 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는 네 명의 아이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각각 들려주고 있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흩어져 있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이 네 명의 관계를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퀴즈 대회를 앞두고 올린스키 선생님은 반 아이들 중에서 출전할 학생 네 명을 뽑아 한 팀을 이루게 되는데 이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쉽지만은 않다.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표현을 하는데 아이들은 이런 저런 난관에 부딪히거나 좌절을 겪는 등 나름대로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가족을 떠나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하고, 가족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변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조금씩 자라나게 된다.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와 지식들은 이후 퀴즈 대회에서 빛을 발한다.
노아는 여름 방학 때 조부모가 계신 마을에서 마을의 노인들이 주도하는 결혼식 준비에 동참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다. 반면 부모의 이혼으로 한차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나디아는 할아버지의 재혼 상대인 마가렛 할머니와 그녀의 손자를 만나면서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새끼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에탄은 뛰어난 형과 비교되며 지내온 탓에 말 수가 적은 아이로 실링턴 저택으로 이사 온 줄리안을 도와주면서 다과회 초대를 받게 된다.
에탄이 줄리안에게 선물한 퍼즐처럼, 퍼즐은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줄리안이 바로 그 한 조각으로 퀴즈 대회에 나갈 팀에 합류하면서 '영혼들'이 비로소 완성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닌 상처를 우정, 친절,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치유해 간다. 한편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진 올린스키 선생님도 이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다. 6학년인 노아, 나디아, 에탄, 줄리안이 한 팀이 되어 계속 우승하자 팀원을 어떻게 뽑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선생님 역시 완전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실링턴 저택의 다과회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얽혀 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 가는 느낌이 든다. 실링턴 저택에 모인 아이들이 생각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던 자아를 펼쳐 보이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 다과회에 초대받아 보았으면 싶어진다. 원제 "The view from Saturday"인 이 책의 저자 코닉스버그는 뉴베리 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고 하는데 이 작품도 그 중의 하나이다. 제목이 풍기는-흥미진진한 모험 같은-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퀴즈 왕들의 비밀>은 '영혼들'이 대회에 참석하여 상대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며 그 과정에서 역사, 자연 등 여러 분야의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