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스콧 족제비 동화는 내 친구 46
토어 세이들러 지음, 권자심 옮김,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 논장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책 뒤편에 실린 '뉴욕 타임즈 북리뷰'에 언급되는 동화, 샬롯의 거미줄처럼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이다. <샬롯의 거미줄>이 '우정'이라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면, 토어 세이들러<웨인스콧 족제비>에는 '사랑'이라는 특별한 열정을 찾아볼 수 있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동물)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으며, 때로는 엉뚱한, 때로는 재치있는 행동으로 독자들에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또한 후반부에 주인공인 배글리가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하게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장화신은 고양이/네버랜드 Picture books>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화풍을 보여 준 프레드 마르셀리노가 이 책의 삽화를 맡아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 내고 있다. 동물들의 표정이나 느낌, 풍경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이 책의 그림들을 하나 하나 보는 맛도 멋진 그림책을 보는 것만큼이나 탁월하다.   

 롱아일랜드 사우스포크 지역의 웨인스콧에 사는 족제비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것이 있다. 숲 끄트머리에서 농장에 있는 닭장까지 뚫려 있는, '더블 비'라고 지칭하는 이 굴은 다른 지방 동물들에도 알려질 만큼 유명한 굴로 족제비들이 달걀을 얻는 중요한 통로이다. 이 작품은 바로 이 굴을 뚫은-실제로 굴을 뚫는 일은 두더지들이 했지만- 위대한 족제비 '배글리 브라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아들, 즉 배글리 브라운 2세의 이야기이다. ^^ 

 초반에 웬디라는 족제비 처자와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을 살짝 주더니 정작 배글리의 마음이 향한 상대는 다름 아닌 물고기이다. 물에서 사는 물고기를 향한 사랑이라니, 땅 위에 사는 족제비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현명한 물고기 브리짓은 배글리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고, 더 이상 오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녀가 엄마가 된 것을 안 배글리는 크게 실망하고,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브리짓과 그녀의 새끼들이 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미줄에서 떼어 낸 벌레 몇 마리를 시냇물에 띄워 보내는 것으로 그리움을 마음을 달랜다. 그러던 중 개구리 패디를 통해 브리짓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되자 목숨을 건 무모한 일을 시도하게 된다.

 배글리는 널리 이름이 알려진, 전설 속의 주인공 같은 유명한 아버지를 두었지만 어쩐 일인지 다른 족제비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배글리는 모종의 사연으로 한 쪽 눈에 안대를 하고 다니는데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잘난 척하려고 붙이고 다닌다는 둥,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표시라는 둥 말이 많다. 아버지 덕분에 특별한 대접을 받긴 하지만 사실 배글리로서도 유명한 아버지를 둔 삶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어딜 가나 이름 앞에 누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온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연예계에 입문한 사람들 중에 유명한 연예인과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의 이름 석자보다는 누구의 아들, 누구의 동생 하는 식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명한 혈연의 후광 덕분에 초반에 주목을 받고, 자리를 얻거나 활동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에 가려 자신의 이름은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그늘에서 벗어나 그 자신의 이름으로 대접받고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버지가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글리가 깜짝 놀라는 장면에서 그가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짐작이 가서 나 또한 마음이 뿌듯해졌다.

 물고기 브리짓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배글리의 무용담과 그를 도우려는 개구리 매디의 활약, 연적이 될 뻔한 지크와 그 형제들과의 우정과 도움 등 여러 동물들의 심리 및 장면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는 지크를 좋아하면서 배글리에게도 마음이 가는 웬디를 통해 사랑은 아니지만 유명인을 동경하는 소녀들의 심리를 짚어내고 있다. 5-6학년 연령의 고학년 대상의 동화. (삽화가 마음에 들어 별 점을 좀 더 후하게 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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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 추리소설에 별점이 후한 것처럼 나는 어린이책에 별점이 후한 것 같다..^-^

하늘바람 2006-11-1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보아도 근사할것같아요

비로그인 2006-11-1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고 있으면 저를 앞에두고 또박또박 브리핑하시는것같아요.
긴글을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웬지 찡한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