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어느 골목을 네가


내리는 대로 비에 젖으며

어느 골목을 어떻게 걸어보아도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막 새가 날아간 가지처럼

흔들리는 마음 어느 한구석에

네 목소리 울려오지 않으리란 것을 안다

소리치며 소리치며 지나가는 거리에서

잘못 보기라도 한 양

어느 집 창문 하나 열리지 않으리란 것을 안다

빗속으로 해가 질 무렵에

거짓말처럼 열리는 창하나 있어도

그 아래 내가 설 수 없음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은 버림받은 사람

돌아서고 또 돌아서도

끝내 갈 곳이 없음을 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지금 이처럼 비가 내리는

내가 모를 어느 골목을

네가 걷고 있음을 안다.


<고원정>


비온다..

생각들은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천갈래로 갈라진다...

마치 집을 나서 춥고 헐벗었던 몸들, 허적허적 오래 걷던 몸들이..

따듯한 불빛과 쉴 곳을 찾아 집으로 기어들듯이..

그리고 또 다시 그곳을 떠나고 싶어 하듯이...

그러므로 한곳으로 모여든 생각과 천갈래로 갈라지는 생각은

결국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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