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5년간 이사를 딱 한번 하기는 했지만,
그 때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짐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짐정리란게 그냥 버릴거 솎아내서 버리면 되니까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덤벼보니 엄청나게 시간과 힘을 잡아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때 교양과목노트에서부터 초등학교 졸업식 식순안내장까지 정말 모으기만 좋아하고 정리는 하지 않는 나에게 5년의 세월은 고스란히 집안여기저기 짐으로 가득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
꼭 내 주변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마침 어디서 들으니 짐정리를 하지 않으면 집안의 기의 흐름이 막혀 하는 일도 잘 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 남편일이 안 풀렸나.
성격이 급한지라 한다고 결심하면 바로 시작해서 빠른 시간내에 해치워야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걸 경험상 알고 있었으므로 하루에 방 하나씩 정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하루는 부엌장 속에 어지러이 쌓여 있는 플라스틱 그룻들을 정리하고,
(세상에나 이래저래 공짜로 받은 락앤락이 셀 수가 없다)
하루는 신발장 정리하고(각종 쇼핑봉투를 크기별로 정리했다)
하루는 책상 서랍만 정리하고(그래도 두 시간이 걸렸다)
하루는 책장 정리하고(올해의 소설등의 지난 소설들을 과감히 버렸다)
하루는 작은 옷장 정리하고(싸구려 가방만 10개가 넘는다. 그거 모아서 비싼 거 하나라도 살걸)
벼르고 별러 이번 주말 남이 버린 오디오와 각종 컴퓨터 부품들로 넘쳐나던 남편방을 정리했다.
(정리의 하이라이트. 토요일 내내 정리하고 나니 폐지와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이제 안방옷장 한번 더 정리하고,
바깥 창고정리만 하면 끝이다.

그래두 미련이 남아 대학때 썼던 리포트랑 좋아하던 교양과목 노트는 버리지 못했다.
가장 골칫거리는 중학교때부터 모아둔 친구들 편지랑 성적표, 수첩, 일기장이다.
마당이 있다면 태워버릴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넣어두었다.
수첩, 일기장도 같은 종류의 노트에다 쭉 꾸준하게 썼다면 모아두기도 좋았을텐데.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꼭 그렇게 하도록 해줘야지.

정리를 하고 나니 맘이 개운하다.
아직도 간소한 삶과는 거리가 있지만,
앞으로는 작은 물건 하나도 꼭 잘 생각해보고 집안에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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