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개교기념일이 11월 1일인 덕분으로 가을의 거의 끄트머리에 가을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작년에는 경북 영주에 가서 부석사를 보고, 사과도 따 왔는데, 이번에는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일요일 새벽에 떠나는 것이었으나, 토요일 오후 멍하니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고속도로가 막히던 말던 일단 떠나자 싶어 계획보다 일찍 길을 떠났다.

그러나 길바닥에 나서고 보니 일단 떠나자 하는 기분은 잠깐이고, 끝없이 밀리는 고속도로위에서 슬슬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갈 사람은 다 금요일 밤에 떠나지 않았을까 생각했으나, 많고 많은 서울 인구를 우리가 얕본게 잘못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영동 고속도로로, 영동 고속도로에서 다시 중앙 고속도로를 달려 출발한지 5시간만에 드디어 안동 톨게이트를 통과. 안동에 가서 맛있는거 먹어야지 생각하고 휴게소에서는 겨우 우동 한 그릇을 먹은 덕분에 허기지고 지쳐있었다.

미리 전화로 예약한 안동시 외곽 옥동에 위치한 호텔 갤러리를 찾아가는 길. 머릿속에 안동하면 시골만 생각했다가 서울로 치면 수도권의 신도시쯤 되는 분위기의 동네 모습에 실망 또 실망. 이런데 보려고 5시간씩 달려온거 아닌데. 월풀 욕조가 설치된 새로 지은 호텔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호텔 갤러리는 깨끗하고 쓸만했다. 작년 부석사의 그 더러운 모텔을 생각하면 숙소는 정말 좋았다.

저녁 먹으러 나서니 안동한우가 유명해서 그런지 길바닥에 음식점이 모두 고기집이다. 여기까지 와서 냄새 피우며 고기 구워 먹을 생각은 없는데.... 하는 수 없이 분식점에 들어가 순두부 찌개와 제육덮밥을 먹고 나오는데 첫날부터 영 실망. 내일을 기약하며 아침거리를 준비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차 타고 와서 지칠대로 지쳐 일단 월풀 욕조에서 몸을 풀었다. 욕조가 크고 좋긴 한데, 뽀글이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시끄럽긴 또 얼마나 시끄럽던지. 얼마 하지 못하고 뽀글이 작동을 꺼 버렸다. 그래도 월풀 욕조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는 알았으니 만족이다. 지하수를 쓰는 모양인데 덕분에 온천한 것처럼 피부도 매끄러워졌다.

목욕하고 나오니 몹시 피곤하다. 텔레비젼 조금 쳐다보다 내일 여행계획 짜느라 열심인 남편을 내버려 두고 혼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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