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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300개가 넘는 리뷰가 있음을 알고 굳이 나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좋은 책을 읽은 감동을 그저 흘려보낼 수만은 없기에 나도 리뷰를 하나 더 보태기로 했다.
그다지 두꺼운 책도 아니고, 빽빽한 편집의 책도 아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가는 인물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속삭이는 짧은 말들은 삶과 죽음, 행복과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또한 모리라는 인물이 실존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삼십년 이라는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직장생활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이렇다할 성취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강박관념이 끊임없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우울해하고, 과연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가 의심하면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지 못하고, 나 자신의 욕구조차 파악하지 못한 체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모리는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자신을 바치라고,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줄기가 큰 것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살면, 내가 편안해 질 수 있을까? 남의 연봉액수에 어깨힘이 쭉 빠지는 나 같은 속물이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큰 위로를 얻었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어디선가 사람은 잘 죽기위해 사는 거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죽음을 평안히 맞이할 수 있도록 지금의 나의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
끝으로 모리와 같은 선생님을 가질 수 있었던 미치가 너무 부럽다. 나도 그다지 좋은 학생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되돌아봐도 내겐 가끔 생각나는 선생님조차 없다. 솔직하게 내게 선생님이란 권위를 앞세우는 압제자에 불과했다. 늘 그 상하의 권력관계가 싫었고, 그저 도망치고 싶었었다. 내게도 모리와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좋은 선생님을 경험한 운좋은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