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진실하게 여자의 이름으로 성공하라
김효선 지음 / 푸른숲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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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성에게 직업은 삶의 당연한 요소인듯 보여도 여전히 사회는 여성을 집안에 주저앉혀 놓고 싶어한다. 어렵게 사회생활에 진출한다 해도, 직장생활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것이 21세기 한국사회의 여성의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고, 세상의 판을 바꾸기 위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김효선은 치열한 경쟁속에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진실하고 당당하게 여성의 이름으로 성공하라고 조언한다. 여성학을 전공한 여성답게 여자더러 남자처럼 성공하라고 하지 않고, 여성의 이름으로 성공하라고 말하며, 선배로서, 경영자로서 여성의 장점과 단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읽다보면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많고, 정말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많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읽어야 할 필독서이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이라도 인간관계에서 알아두면 결코 손해보지 않을 귀중한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왠지 맘이 씁쓸해지는건 나만의 느낌일까? 특히, 여성들이 소설책만 읽는 것을 탓하며 '남자들처럼' 처세서를 읽도록 권유한 부분은 가장 맘에 걸리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출판계가 여성에 의해 좌지우지 될 만큼 여성들의 도서구입은 전체 출판매출액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난 그것을 늘 기쁘게 생각했었다. 여성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 문화소비의 주체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런데 이제 여성들도 '감성적인 소설책 읽기' 대신 (현명한 남성들처럼) '처세술'에 관한 책을 읽어야한다는 조언은 소설책 읽기를 마치 소녀풍의 치기 어린 행동쯤으로 폄하하는 것 같아 영 불편하였다. 아니,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이 좋아하는 일은 그만두라는 말처럼 들려 서글펐다.

책과는 담을 쌓고 사는 우리 형부도 늘 처세서에는 관심이 많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대유행할 때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라는 엉뚱한 책을 사서 이상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나는 성공하고 싶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처세술 열풍에 휩쓸리고 싶지는 않다. 김효선의 말대로, '당당하고 진실하게', '여성의 이름으로' 성공하고 싶다. 사회주류의 대세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신념으로, 나 자신에게 충실하며, 나의 행복을 위해 성공하고 싶다. 치열한 경쟁사회속에 이런 나의 소망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녀풍 발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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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4-03-0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처세술 책을 즐기질 않아서... 몇몇의 처세술 책에 적힌 말들 중에서도 웃긴 말들이 많은것 같고. 세상을 보는 지혜로운 철학을 기른다면 이런 처세술 책들은 필요없어보여. 사실 성공을 동경하지만... 그걸 위해 아둥바둥 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