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의 사랑 문지 스펙트럼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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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의 사랑

뱅자맹 콩스탕 (지음) | 김석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나는 불가능한 일을 바라고 있었어요. 내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아돌프의 사랑> 본문 144페이지

사랑의 크기와 양은 자로 잰듯이 정확한 크기를 잴 수 없고 저울의 수평을 맞추듯 똑같은 무게로 주고 받을 수 없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분명하다 하더라도 어느 한 쪽은 더 많이 사랑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한 쪽은 덜 사랑하는 쪽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대부분 지게 되는 약자가 되는 것도 보기 어렵지 않다.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쪽도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돌프의 사랑>을 읽으며 작년과 재작년에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안나 카레니나>가 연상되었다. 가슴앓이하는 연정의 결말이 '모두가 행복하였다'로 끝나면 좋으련만 남편과 두 아이를 가진 유부녀(사실은 첩이지만) 엘레노르에겐 그런 행복이 주어지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이라 불리는 모성애마저 저버리고 열살 연하의 아돌프를 따라나선 그녀의 과감한 행보에 차마 그 사랑을 응원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아돌프의 사랑>은 우연히 수중에 들어온 아돌프의 수기가 타인에 의해 책으로 출간되는 액자 구성의 소설이다. 나이 많은 P백작의 첩이라는 신분이 엘레노르를 사교계의 아웃사이더로 만들던 차에 그녀의 미모와 조신함에 끌린 아돌프의 적극적인 구애가 엘레노르로 하여금 현재의 위치를 벗어나고 싶은 탈출의 욕망도 한몫하지 않았으려나.

다른 사람의 아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금기가 품고 있는 사랑을 더 안타깝게 더 절절하게 더 애틋하게 느껴지도록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와 브론스키가 그토록 원하던 사랑을 이루었음에도 막상 둘이 함께하게 되자 계속되는 불화를 보인것처럼 아돌프와 엘레노르도 자신의 희생과 인내를 서로의 탓을 하며 다툼과 원망으로 불행한 날들을 보낸다. 속된 말로 "너 없이는 못 살아"가 "너 때문에 못 살아"가 된 것이다.

아돌프의 속마음과 다른 행동, 우유부단함이 이 연인의 불행에 힘을 더 보탠 것 같다. 엘레노르의 사랑을 얻은 뒤에 그녀의 사랑을 부담스런 멍에로 여기고 그녀를 떠날 마음을 먹었음에도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별을 미룸으로써 자신을 희생한다고 여기는 아돌프. 휴우...

십년의 정절과 백작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 백작과 함께 하는 세월동안 보여주었던 용기와 헌신 등을 뒤로하고 선택한 사랑이 엘레노르에게 준 것은 배신이었다. 인생의 전부라 할 만한 것들을 버리고 선택한 사랑의 배신은 그녀에게 죽음이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변심과 변심을 예감하는 불안, 불안의 실체를 확인하고 난 뒤의 절망. 차마 응원할 수 없는 사랑이긴 해도 그 사랑의 변심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돌프는 엘레노르를 진짜 사랑하긴 했을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과 소유욕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단 한순간이라도 진실되게 느껴보기는 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돌프는 엘레노르가 유언처럼 남긴 약속마저도 호기심에 지키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었다. 어쩌면 엘레노르의 아픔은 그녀가 진실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 있지는 않았을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이기심이 타인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지 현대인들의 비뚤어진 사랑도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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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미 다이어리 I&ME - 인문학과 경영철학이 담긴 성장일기
스타북스 편집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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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미 다이어리 I & ME

스타북스 편집부 (지음) | 스타북스 (펴냄)

다이어리를 알차게 잘 쓰던 시기가 있었다.

일기도 쓰고, 스케쥴도 정리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외워지지 않는 강의 내용을 다이어리에 적어두고는 늘 소지하고 다니며 수시로 펼쳐보곤 했었다. 내게 다이어리는 일기장이자 가계부이자 전공강의 핵심정리집이면서 스케쥴 관리까지 해주는 꼼꼼한 매니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 였을까? 다이어리 쓰기가 인생에서 멀어져버린 것은...

휴대폰의 기능이 많아지면서 소지품이 간소화되고 휴대폰의 기능을 점차 많이 이용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더 편한 나는 아직도 휴대폰의 메모기능 보다 포스트잇에 메모하는 횟수가 훨씬 더 많은데도 말이다. 그렇게 멀어져만 갔던 다이어리, 그런데 다시 곁에 두고 싶은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여느 다이어리들도 페이지마다 명언이나 책 속 한 문장이 적혀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4년이 기록을 한 권에? 요건 좀 신선하다! 카카오 스토리의 기능 중 작년의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알람이 있다. 볼때마다 작년, 재작년, 몇 년전의 같은 날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며 추억에 잠기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본다. 스타북스의 퓨처미 다이어리가 그 기능과 유사한 컨셉이다. 4년간 같은 날의 기록을 한 페이지에 보게되는 것이다. 1년전, 2년전, 3년 4년 전의 기록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는 나는 또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될까?

얇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우침을 주는 소설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발췌가 아닌 전부가 실려있다.

어서와 이런 다이어리는 처음이지? ㅎㅎㅎ

적극 추천, 입소문 내고 싶은 다이어리. 난 오늘부터 다이어리 다시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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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악마의 시 1~2 세트 - 전2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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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1, 2

살만 루슈디 (지음) |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올해 8월 미국에서 <악마의 시> 저자 살만 루슈디의 피습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한 쪽 눈의 실명이라는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그의 책을 번역한 번역자들의 목숨도 위협받게 만든 <악마의 시>는 누구에게 무엇이 그토록 중대한 문제였을까. 논란의 중심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갔지만 오히려 그런 위협들이 작가 스스로의 소신에 힘을 주었을지 모를 일이다.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소설의 큰 흐름은 보지 못하고 어느 한 부분만을 문제 삼아 종교의 이름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모순이 안타깝다. 공식적인 파트와가 철회되었음에도 살만 루슈디를 향한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을 믿는 것인지 신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을 믿는 것인지 모를 비틀어진 종교는 개인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고, 도를 넘어 전쟁도 불사한다. 작품 속 살만이 마훈드의 계시를 자기식대로 고쳐 받아적는 대목이 성서의 주관적 해석으로 물의를 빗는 일부 종교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악마의 시에는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신의 계시를 전하는 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이들이 나올 뿐이다. 지브릴과 살라딘을 통해 선과 악을 얘기하고 있지만 마지막 충격적인 엔딩에 "절대 선", "절대 악"은 '함부로 단정지어서는 안되는 것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해본다.

꿈과 현실을 오가고 시점과 화자도 변화가 있어 읽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논란의 크기만큼 매력도 큰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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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4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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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상)

제임스 A.미치너 (지음) |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이 모두가 실제로 일어난 얘긴가요?"

"그럼, 일어났었고말고. 그런데 작가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이야. 물론 네 마음속에서도 일어난 거지. 그게 바로 소설이란다. 서로의 꿈을 교환하는 것......"

-<소설.(상)>본문 178페이지

열린책들에서 나온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상, 하권 중 상권을 읽었다.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의 시점에서 책이 한권 나오는데까지의 과정과 정성을 얘기하고 있는터라 분권이 아닌 한권의 책이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권에서는 작가 루카스 요더와 편집자 이본 마멜, 책이 쓰여지고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두 사람의 삶과 일상에 녹여 표현해 내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노년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제임스 미치너 자신을 작품 속 루카스 요더에 많은 부분 이입한 것으로 보여진다. 루카스 요더처럼 인기 작가가 되기 전까지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아마도 많은 작가들의 고민이지 싶다.

출판사에 보내진 원고들은 쓰레기 산이라 불리우며 대다수는 책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운좋게 출판되는 행운을 쥐더라도 독자에게 외면당하고 사라진다. 루카스 요더의 소설들도 그런 위기에서 편집자 마멜의 고집스럽기까지 한 안목으로 살아남아 출판되지만 연이은 실패로 재차 위기를 맞는다. 때론 소설이 더 현실같고, 현실이 소설같은 상황들이 있다. 아내의 조언대로 루카스 요더는 현실의 얘기를 모티브로 신작을 쓰고 대히트를 하게 된다.

지인 중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는 이가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속 상황과는 다르다. 작가에게 원고를 고쳐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하기 쉽지 않고 편집자의 의도보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출판되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아마도 문화적인 차이가 아닐까?

'책'이라고 하면 막연히 작가, 독자, 출판사를 떠올렸는데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도.

작중 인물 중 작가 루카스 요더보다 편집자 이본 마멜에게 더 애정이 간다. 책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일들은 책에 관해 가지고 있는 편협한 시야를 넓혀 주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래트너, 자신이 쓴 원고에 대한 고집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작가로서의 신념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이 작가가 다음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 이게 바로 글쓰기고 출판이라는 미즈 마멜의 얘기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평가와 독자의 시선에서 보게 될 소설 하권이 기대된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친구들과 함께 읽는 함유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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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8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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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2

살만 루슈디 (지음) |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지브릴의 현실과 꿈이 홀수 장과 짝수 장을 반복하며 살만 루슈디의 유머가 깃든 이야기는 계속된다.

비행기 추락 후 해변에서 노파 로사 다이아몬드에게 구조되며 기적적인 생존이라는 행운을 누린 지브릴과 살라딘의 그 후 행보는 전혀 달랐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환각을 보는 지브릴은 정신분열증을 앓는다. 대천사 지브릴과 이름이 같은 지브릴 파리슈타는 꿈에서는 신탁의 대천사 지브릴이고, 현실에서의 지브릴은 영화감독인 시소디아의 차에 치이며 영화계로 복귀하는 계기를 맞지만 연이은 흥행 참패와 제작 실패, 살라딘의 복수에 휘말리며 알리와도 결별하는 등 지옥같은 경험을 한다.

로사 다이아몬드의 집에서 이민국 직원들에게 끌려가며 지브릴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살라딘은 자신의 요청을 무시했던 지브릴에게 복수심을 가진채 내면과 외면 모두 악마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그때의 지브릴이 환영을 보느라 자신의 말을 듣지 못했음을 알 리 없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백인처럼 살고 싶었던 살라딘이 새로운 정체성을 위해 선택했던 아내 파멜라는 살라딘의 친구인 점피 조시와 연인이 되고 그의 아이를 임신을 하고 죽음 또한 그와 함께 맞았다. 살라딘이 그토록 벗어나려 애썼던 고향과 아버지와 아버지의 램프와 재산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병세로 대면하게 된다. 부정하고 싶은 정체성은 이름마저 살라후딘에서 살라딘으로 개명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부했던 예전의 자기 모습으로 점차 돌아간다. 그가 연기했던 천 개 하고도 한 개의 목소리 중 어느 하나도 그 자신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은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고 연기하듯 살아도 진짜 자신은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살라딘의 불운에 연민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작가 살만 루슈디가 지브릴 파리슈타는 천사로 살라딘은 악마로 설정한 이유를 희미하게 알 듯도 하다.

온갖 변천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불변의 인간으로 남고 싶어한 지브릴과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동화되고 싶어한 살라딘을 선과 악이라는 극단적인 대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지브릴의 꿈과 현실 중 살만 루슈디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현실의 이야기에 있는 듯 한데 오히려 꿈에서 언급된 부분이 작가의 인생을 위험으로 몰았다. 마호메드의 열 두 아내들의 이름을 창녀들의 이름으로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 시인 바알이 열 두 창녀의 남편이 되는 상징성과 마훈드가 종교의 대중성을 위해 라트, 미나트, 우자 3 여신의 존재를 인정하려 했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종교인들의 극단성은 다시 생각해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악마의 시>는 쉬운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매력적인 소설이라고는 단언코 얘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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