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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평점 :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막상 자네 설명을 들으면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간단해서 나도 쉽게 추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설명을 듣기 전에는 매번 헷갈리고 당최 오리무중이란 말일세. "
"자네는 보기만 하지 관찰하지는 않잖아.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달라."
-<셜록 홈스의 모험> 13페이지 중에서
어린시절,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그림책에서 글자가 빡빡하게 들어찬 문고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셜록 홈스 시리즈였다.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방학만 되면 집에 있는 세계명작전집 중에 셜록 홈스 시리즈를 골라내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보태어 쌓아두곤 배를 깔고 엎드려 하루종일 몰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셜록 홈스는 셜록 홈스 자체만으로도 매력 넘치는 인물이지만 그를 떠올리는 동시에 유년의 추억도 함께 떠올라 행복해지는 기억의 일부이다. 넘치게 잔혹하고 패륜과 비인간적인 설정과 범죄가 가득한 현대 미스터리 소설보다 교훈적인 내용도 많아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기도 좋다.
어릴 때 읽었던 셜록 홈스 시리즈는 경탄 그 자체였다. 사물 하나만을 보고도 많은 것을 유추해 사실에 이르는 홈스를 보면 현실의 미해결 사건을 의뢰하고픈 심정이었다. "누가 범인일까?"가 무엇보다 중요한 추리소설이지만 누가 범인인지보다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지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이 무뚝뚝 남자의 날카롭고 예리한 매력이란!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 된 셜록 홈스의 모험들은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게 된다.
<빨강 머리 연맹>에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당연하지만 모두가 잊기 쉬운 진리를 일깨운다. 단지 머리색이 빨갛다는 이유로 주어지는 행운이라니, 이 의심가득한 행운을 꼭 잡고 싶은 전당포 주인은 범죄에 이용당하는지도 모른채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몇푼의 행운이 아쉬울 뿐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기극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세상의 대부분의 범죄 이유가 돈과 치정이라고 했던가.
<셜록 홈스의 모험>에 수록된 여러 편의 미스터리한 사건의 주요 이유들도 대개는 돈이었다. 딸의 유산이 탐나 결혼시키지 않으려는 계부의 음모는 변장으로 딸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성이 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면수심의 사건으로 <신랑의 정체>와 <얼룩무늬 띠>에 수록되어 있다. 정말 소설 속 이야기이기만 할까? 돈에 눈 먼 비정한 범죄들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억울하다고 외치는 많은 피해자들과 억울함을 외칠 수 조차 없는 피해자들이 우리의 이웃, 이웃의 이웃으로 살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한편, 과거의 잘못이 현재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고 자녀의 행복마저도 위협하는 일도 있다.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몇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변치않는 재미와 매력의 <셜록 홈스의 모험>. 이번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열 두편 중 반가운 단편들에 새롭게 알게된 몇편이 더해져 그 재미는 배가 되었다. <셜록 홈스의 모험>을 또 읽게 된다해도 그 매력은 변함없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