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눈뜨는 한 사람
김필통 지음 / 하모니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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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눈뜨는 한 사람

 

김필통 (지음) | 하모니북 (펴냄)

 

 

 

 

 

 

 

사람들은 자기 주변의 이야기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이해하며,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거나 물리적으로 혹은 심적으로 먼 곳의 이야기라 치부하며 본인의 일이 아니면 두 눈 꼭 감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 내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마음에 담장을 쌓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매번 본방송을 챙겨보긴 어렵지만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다. 내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겪었을 일들, 그러한 일들에 눈 감고 모른체 했을 때 과연 끝까지 '남의 일'로만 남게 될까?

 

 

 

<세계에 눈뜨는 한 사람>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이야기는 <모가디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모가디슈>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먼 나라의 얘기라고 해서 항상 남의 얘기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곳에서의 나비 날개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의 이론처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일본의 원전 사고가 우리의 밥상에 위협이 되고 중국의 공장 굴뚝이 우리에게 호흡기 질환으로 다가온다. 한 푼 한 푼 이곳에서의 작은 정성이 먼 나라 아이들의 학교가 되고 깨끗한 물이 된다. '지구촌'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가까이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각기 다른 장소에서라도 고민해봐야할 문제들이 세계 곳곳에 넘쳐난다. 답을 찾을 수 없을지라도 답을 찾는 과정에서 뜻밖의 의미를 얻을 수도 있고, 원했던 답은 아니지만 또 다른 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장소만 달라졌을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어느 한 쪽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굶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는다. 전쟁과 가난, 범죄와 팬데믹의 공포와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 종교와 인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아이러니한 폭력의 역사도 있어왔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도 역시 존재해왔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들이나 듣고서도 무심코 넘겨왔던 현상들을 관련 영화와 연결하여 설명하니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었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진 않지만 제목처럼 세계에 눈뜨기 좋을 주제들이 담겨 있다. 중학생인 아들에게 읽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시사 상식, 역사책들과 달리 조금 더 가깝게 주변의 이야기로 읽혔다. 내 아이는 나보다 좀 더 빨리 세계에 눈뜨는 한 사람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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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1~2 세트 - 전2권 청나라 귀신요괴전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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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원매 (지음) |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펴냄)

괴상하고 폭력적이며

난잡한 사건과 귀신들의 이야기 모음집

무려 572편의 이야기.

이야기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이 많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한 원매의 노력도 놀랍다.

이웃들의 인스타와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청나라 귀신요괴전. 제목도 표지도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서양귀신은 드라큘라, 중국 귀신은 강시밖에 모르던 터라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납량 특집은 보통 여름을 겨냥하지만 그건 뭘 모르시는 말씀! 아이스크림도 겨울이 제맛이듯 공포이야기도 겨울이 제철이다. 아니, 진정한 귀신 얘기 덕후라면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은 중국의 옛문화를 귀신과 요괴라는 익숙하지만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어둠의 존재들을 통해 보았다.

봉건미신과 당대 사회의 어둠을 비판하고자 집필하였다는 원매의 청나라 귀신요괴전. 수 백년의 세월이 지나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읽히리라는 것을 원매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해도 짧아 밤이 길어진 요즘, 나의 밤시간을 함께 해준 청나라 귀신요괴전.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하지만 한결같은 진리를 귀신과 요괴라는 존재 없이도 사람들을 계도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법이 지금과 달랐고 백성들에는 멀기만 했던 그때에 경각심을 줄 다른 무엇이 있었겠는가?

공포를 고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흔치않은 독서였기에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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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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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아

어맨다 엘리슨 (지음) |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펴냄)

또, 시작이다

아... 지긋지긋한 두통.

생각만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두통과 요통은 인간이 죽기전까지 누구나 겪어보는 통증이라던데, 왜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지나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걸까?

우리집에는 약서랍 가득 두통의 증상에 따라 먹는 진통제가 종류별로 한가득이다. 약을 남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 흔한 비타민도 먹지 않지만 발작적으로 때로는 지속적으로 찾아드는 두통 만큼은 이겨낼 도리가 없다.

티비에서 의학상식 프로그램을 언젠가 본적이 있는데 두통에는 참지 않고 바로 진통제를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진통제에도 내성이 생기니 먹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의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난제인가 보다.

다른 부위의 통증은 잘 참는 편인 나는 유독 두통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어느 한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두통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그 후에는 진통제를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다. 약먹을 때를 놓친 두통은 목 아래 상반신의 근육통으로 이어지고 현기증과 구토를 동반한다. 그렇게 짧게는 4일 이상이 지속된다.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통증의학과를 전전하며 갖은 검사를 다 해보았지만 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몇십년을 지내고 나니 이제는 그냥 두통과 진통제랑 인생을 함께 하는 중이다. 심해지기전에 살살 달래가면서.

 


갑작스런 두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두통만 아니라면 죽을병이 아니니 진통제 먹으며 살아가란 의사도 만나봤다. "함께 원인을 찾아봅시다"나 "원인을 알 수 없다"도 아니고 죽을병이 아니니 검사도 필요없고 그렇게 살라던 그 말을 대단한 의학지식처럼 내뱉던 그 의사를 잊을 수가 없다.

어차피 결별할 수 없는 두통이라면 "그래, 두통에 대해서 좀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머리가 깨질 것 같아>를 읽기 시작했다. 표지의 그림처럼 머리에 금이 가는 게 아니라 아주 부서져 버릴 것 같지만 말이다.

두통의 원인은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 한 두가지 이유로 두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도 통증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무심코 먹어왔던 진통제들에 대해 한 번 짚어보는 계기도 되었고, 두통이 인류 진화의 역사와 함께 해왔을 만큼 오래되었단 사실에 한편으로는 위안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좌절도 되었다. 책 속에서 거론되는 커피에 든 카페인과 초코렛, 사랑의 행위로는 다스려질 두통이 아니지만 두통과 수분의 섭취의 상관관계에 관한 내용은 유익했다.

두통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때로는 경구용 진통제가 듣지 않아 주사를 맞아야할 때도 있다. 체질때문에 수분 섭취를 제한적으로 해야 하지만 하루 한 잔의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으로 두통 개선의 노력을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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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2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2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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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2

원매 (지음) |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펴냄)

혼자있는 밤이면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겁쟁이이면서도 귀신얘기라면 엄청 좋아하는 쫄보덕후. 그런 내 눈에 딱 띄고 말았던 청나라 귀신요괴전! "오! 이건 나를 위한 책이야!!"

읽을 시간이 주로 밤 11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다는게 함정이었지만 이런 귀신 얘기는 밤시간에 읽어줘야 또 제맛 아니겠는가. 한 편 한 편, 책장을 넘길때마다 왜 상상력은 밤시간에 더 최상으로 치닫는지. (더 읽고싶은 유혹과 그만 읽고싶은 소심함에 몇날 며칠을 덮었다 펼쳤다를 반복하면서도 다 읽은 나를 칭찬해^^)

 

청나라 귀신요괴전 1권에 담긴 이야기들이 당대 사회의 어두운 상황을 반영하고 악습을 폭로하는 등의 무거운 소재와 주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청나라 귀신요괴전 2권에서는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 치정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었다. 사랑의 맹세를 쉽게 져버린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원한이 깊어 원귀가 되어 복수하는 내용은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주요 소재이다. 몇 번을 환생해도 환생한 다음, 또 그 다음의 생까지 따라다니며 복수하는 내용은 요즘 핫하게 방영중인 드라마 <불가살>을 떠오르게 하며 더욱 흥미로웠다. 배반과 복수는 그만큼 흔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상처도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소제목이 흥미로웠던 "귀신이 귀신을 쫒다"는 이야기의 다른 구도를 보여준다. 애정이 돈독하던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던 남편을 악귀가 해하려 들자 죽었던 아내의 혼이 악귀를 퇴치한다는 내용이다. 황당하지만 귀신 이야기에 황당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음 생의 환생을 위해 연이은 죽음을 허락한 남편과 그 아내는 다음 생에 다시 만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귀신 얘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결말이었다.


조선 선조시대에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 이 역시도 드라마로 제작될만큼 유명하고, 동양의학의 한 획을 그을만큼 역사적으로 의의도 남다른 동의보감을 청나라 귀신요괴전에서 만나다니! 더구나 여우퇴치 방법이 나와있다니, 반가움에 이어 놀라움의 연속이다.

1700년대에 집필된 고전이어서 그런지 번역도 고전에 어울리게 힘을 준 노력이 보인다. 현대문학에서는 보기 어려운 "아료를 부리다"와 같은 표현을 사전도 찾아보며 옛 단어를 배워가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중간중간 옛사람들의 상상속 귀신과 요괴를 삽화로 만나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중국 귀신이라고 하면 앞으로 나란히 한 두팔에 뻣뻣하게 콩콩 튀듯이 뛰는 강시만 알고 있었는데 그들의 귀신도 우리의 귀신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예술과 문학으로 문화를 알아가기도 하지만 귀신과 요괴로 그들의 당대 분위기를 알아보는 색다른 독서이기도 했다. 재미로 시작한 청나라 귀신요괴전이 뜻밖의 "앎"도 함께 주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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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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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 (옮김) | 특별한서재 (펴냄)

 

 

 

 

 

죽음이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다.

<빅터 프랭클> 본문 중에서

삶의 어느 한 지점에서부터 한동안 매순간의 선택이(그것이 본인의 선택이든, 타인의 선택이든) 삶과 죽음을 정하게 될지도 모를 그 아슬아슬함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과연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어둠에 있어봐야 빛의 밝음이 소중함을 알고, 결핍과 빈곤을 겪어본 자가 풍요에 더 감사할 줄 안다. 삶에 대한 의지도 죽음에 쫒겨 본 사람이 더 강하지 않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잃고,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와 잔인의 대명사가 된 아우슈비츠를 포함해 무려 네 군데의 수용소를 거치고도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알려진 <인간의 의미 추구> 저자인 그의 자서전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코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없는 경험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분노와 좌절과 같은 감정의 격양이 없음에도 오히려 더 처연하고 슬프게 다가왔다. 오로지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그의 연구와 치료정신은 그가 맞닥뜨렸던 죽음과 그 죽음을 비껴가지 못했던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로고 테라피를 완성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늘색으로 칠해진 본문 중에는 유난히 오래 시선을 붙들고 먹먹하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라는 자기계발서들이 있지만 빅터 프랭클은 과거를 의미있게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지나온 과거에 고통과 깨달음, 인생의 의미가 있는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아픈 것은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게도 많은 울림과 위로가 되었다.

조금만 힘들어도 "~~해서 죽겠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정작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하게 되는 선택은 "삶과 죽음"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부모님과 사랑했던 아내 틸리를 떠나보내고 고통스러웠을 그이지만 고통 속에서 삶을 놓아버리는 대신 삶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도전과 자아실현을 이뤄낸 그가 존경스럽다. 고통과 슬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무심코 건네는 충고가 아니라 뼈속까지 스미는 고통을 경험한 빅터 프랭클이 하는 삶의 조언이라 더 진실되게 들린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지도 않으면서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이해한다는 듯이 건네는 섣부른 위로들보다 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책 말미에 두번째 아내인 엘리와 마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그래서 더 값지게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같은 길에서 누군가는 허무를, 누군가를 의미를 찾는다.

로고테라피의 이론은 잘 모르지만 사람에게 진심인 그 마음이 고통에서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기에 세상을 향한 그의 위로와 용서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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