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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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제임스 호즈 (지음) |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펴냄)

현재 상황에 빛을 비출 수 없다면 과거를 배울 이유가 없다. 서방이 위기를 거듭할수록 독일의 이야기는 분명한 메세지를 전달해준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본문 343페이지

우리와는 분단된 조국이라는 공통된 역사를 가진 독일. 하지만 분단의 역사를 제외하고도 이민족의 침략과 그로인한 잦은 전쟁의 역사도 닮아있다. 그러나 천년을 넘게 이어온 로마의 멸망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은 훗날 기독교로의 개종을 앞세운 정복전쟁과 세계대전의 종주국이라는 시작을 보여준 듯도 하다.

인류의 역사는 땅따먹기의 역사나 다름없다.

카노사의 굴욕, 십자군전쟁, 종교개혁, 베스트팔렌조약, 세계대전 등 이러저러한 거창하거나 치졸한 이름 뒤에는 권력에 대한 야욕과 그 권력을 지탱하기위한 경제적인 힘의 원천인 정복하고 통치하는 땅의 넓이가 주요했기 때문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적의 적은 동지가 되는 구도 속에 어리석은 욕심은 피해갈 수 있었던 전쟁을 불러들이며 수많은 조약과 협상, 평화라는 허울의 휴지기를 반복해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던가!

잊지 않으려 하는 민족과 지우려 하는 민족 사이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구도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를 읽는 동안 일본이 줄곧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독일은 세계대전의 가해국가이면서도 과거를 지우려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잊지 않으며 죄책감으로 인한 반성과 속죄를 보이는 반면 일본은 드러난 증거와 사실들 마저 부정하며 자기 자신과 후손들을 속이고 있다. 어느 학자가 "유럽은 죄책감의 문화를, 일본은 수치심의 문화를 지녔다"라고 했다. 죄책감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느끼는 감정임에 반해 수치심은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들켜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일본으로서는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수 밖에.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이 가장 먼저 연상되었던 독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던 차에 접하게 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이다. 게르마니에서 시작된 독일의 역사는 힘이 없던 시기에는 타민족의 공격과 핍박 속에 언어마저 잃을 위기를 맞곤 했다. 민족말살정책에 언어를 소멸시키려했던 역사도 그만큼 오래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알면 알수록 고대사에서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시대와 지리적 위치만을 달리한채 반복되는 모습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는 시대순으로 알기쉽게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에서 가장 가까운 시기인 5부 '독일, 유럽의 미래'가 가장 관심이 있었다. 각 부가 끝난 후에 '역사 속의 역사'로 좀더 깊이있는 설명을 더해 읽는 재미도 적지않다. 그리고 부록으로 실린 '독일 여행자를 위한 핵심 가이드'는 독자들에게 주는 보너스같다. '유네스코 문화유산들과 독일의 7대 가도, 독일 테마 추천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를 읽은 독자에게 단순한 여행 이상을 만들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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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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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우주를 수놓은 별은 스스로 밝게 빛나는 별과 그 빛에 가려 어둡게 지는 별로 나뉜다. 말하자면 고통을 주는 쪽과 받는 쪽으로.

- 『 레몬과 살인귀』 본문 201, 202페이지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들이 결말의 반전을 외친다. 미스터리 덕후들은 당연히 전개되는 반전을 예상하고, 작가는 심혈을 기울인 반전의 반전을 모색한다. 그.런.데! 여기, 예상되는 그 모든 반전과 반전의 반전을 넘어서는 거듭되는 반전으로 소리마저 지를 수 없는 미스터리 소설 『 레몬과 살인귀』가 있다.

'레몬'과 '살인귀'는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고바야시 미오가 살인마에게 잃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바로 레몬이었다. 아버지의 요리 '치킨 레몬 소테'의 재료.

십년전,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살해된 아버지와 그 후 실종된 엄마.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온 고바야시 자매에게 이어지는 불행은 끝이 없다.

범인과 미오, 십년전 일기의 시점이 동시에 진행되며 소설이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는 사건의 범인의 실체를 짐작해 볼 수가 없다.

아버지를 죽였던 당시 14세의 사가미 쇼는 10년형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출소 후 행방이 묘연하다. 동생 히나의 사망 후 미오의 주변을 맴도는 세 남자 기리야마, 나가시, 가누마 중 한 명이 신분을 감춘 나가미 쇼일거라고 추측했는데 이런 모든 예상을 뒤엎은 이들 각자의 정체와 나가미 쇼의 행적의 끝이 그야말로 '놀랠 노'자다.

단순히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만 얘기하기에는 『 레몬과 살인귀』가 담고있는 메세지가 넘쳐난다.

똑닮은 쌍둥이 자매 미오와 히나에게 시소처럼 기울었던 아버지의 편애와 그로인해 레몬과 닭고기를 먹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겨진 미오의 정서적 학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육체적, 정신적 학대로 고통받는 어린 생명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리고 방관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학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소년범죄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2001년에 일어났던 14세 소년의 친동생 손도끼 살해 사건은 『 레몬과 살인귀』의 나가미 쇼와 놀랍도록 닮은 모습이다. 살인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의 출현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런 뉴스를 접할때마다 소름돋는 공포심과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살인 사건의 유족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와 사망한 피해자를 둘러싼 억측과 입소문, 피해자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몰양심의 이기주의 또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내가 오를 수 없어 느껴야하는 고립무원의 외로움보다 너를 끌어내려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약자들의 가해도 마찬가지다. 편법으로 축척한 부를 손가락질 하면서도 막상 같은 상황에 처하거나 기회가 주어지면 같은 선택을 하는 이들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방관자였던 어머니와 히나가 피해자 유족으로서 정서적 학대 피해자였던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되어 안도하고, 살해된 히나에게 씌여진 악녀의 오명을 벗기려는 미오의 노력이 피해자라는 같은 처지에 있고 싶었음을 알게되자 '과연 미오가 피해자이기만 했을까?'란 의문이 든다.

사가미에게 피해자였던 아버지가 미오에게는 가해자였듯이 우리는 누군가의 피해자이면서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 있다.

재미와 현실의 경각을 동시에 꽉잡은 『 레몬과 살인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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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뇌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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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독서에 권태기가 왔는지 영 속도가 나지 않는 요즘이다.

이럴때 필요한 건 뭐다? 팬층이 두터운 작가의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

한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라면 무조건 섭렵하던 시기가 있었다. 육아로 독서를 쉬게 되면서 그의 책도 잊혀졌는데 얼마전 읽었던 '고양이 시리즈'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캬~!! 역시는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배신하지 않는구나.

<뇌>가 처음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는 무심히 읽었던 장면들이 이번에는 눈길을 딱딱 잡는다. 핀처의 실험쥐 프로이트라든지, 핀처와 딥 블루 IV의 체스 대국이라든지, 컴퓨터의 인공 의식 개발과 같은 것들에 눈과 생각이 멈춘다. 생쥐 프로이트의 실험이 뇌 집필 이후에 이어질 고양이 시리즈의 예고편쯤 되리라는 것을 그때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이런 천재적인 작가같으니라구~!

뇌의 쾌감 중추를 전기 자극해 쾌감의 절정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과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자극적인 재미만 쫒았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토록 오래 사랑받는 작가일 리 없다. 그의 소설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현실의 연장선과 맞닿아있다. 현실을 빗대어 사회 비판과 교훈을 주는 일거양득의 독서. 자~ 다음번에는 뭘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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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깥 일기 + 밖의 삶 - 전2권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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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아직도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지 않았다는 자각에 세트미 뿜뿜 이쁜 커버에 홀려버린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을 읽었다. 명사와 명사형으로 문장을 끝맺음을 하는 아니 에르노의 문체도 독특했지만 '나'의 바깥인 타인과 세상을 관찰하는 일기라는 형식도 개성이 있었다.

관찰의 기록이라고 보면 건조하고 심심하기만 할 것 같지만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발견과 그로인한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반면교사. 나를 객관화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것만큼 탁월한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1985년부터 1999년에 이르는 15년의 기록을 통해 알게된 그 시대의 밖과 지금의 밖이 크게 다르지 않음이 서글프다. 세상은 살기 좋게 변하고 있다는데 여전히 계속되는 거짓말과 전쟁은 아직도 우리가 더 변화해야됨을 알려준다.

아니 에르노. 이 작가를 기억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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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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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나타샤 티드 (지음) |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펴냄)

이 책은 진실을 밝히는 책이라기보다는 그걸 감춘 속임수의 그물을 풀고 애초에 그 그물이 왜 존재했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13페이지

사람들은 저마다 타인에게는 속지 않으려 하면서 본인들은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며 거짓말을 하곤 한다.

작게는 개인의 이익이나 체면을 위해, 크게는 국가의 이익이나 권력의 쟁탈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로 덮으며 어느 것이 진짜 진실인지도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은 고대 세계, 중세 시대, 근대 초기, 19세기, 20세기의 5Part로 나누어 역사를 바꾼 거짓말을 풀어내고 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세계사는 인물의 이름, 주요 사건의 시기와 명칭들을 외웠던 것이 대부분이라 이유나 배경을 깊이있게 찬찬히 짚어보지는 못했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과거로부터 배워 보다 나은 현재와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일테다. 그러나 의도를 가지고 거짓으로 채우고 진실을 덮은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도 거짓된 역사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입에 담지 못할 치욕과 만행들이 저들의 모르쇠와 거짓말로 점점 잊혀지고 사라지고 있다. 한쪽에선 거짓말을 진실이라 우기고 한쪽에선 아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오래된 거짓은 진실로 둔갑되어 그대로 굳어버릴지 모른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어쩌면 그것일지도. 세계사의 많은 거짓말이 역사를 그렇게 바꾸어 온것처럼 말이다.

마녀로 몰린 여자들이 화형을 당하는 영화들을 봐오며 의심없이 마녀의 화형을 믿어왔었는데 종교재판소는 화형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마녀로 지목되는 것은 누군가의 밀고만 있으면 되었다는 사실은 낯설지 않다. 동족 상잔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이후 반공이 최고의 정치이념이었던 시대에 누군가의 밀고나 신고 하나면 어떤 증거도 필요없이 빨갱이로 몰렸던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물지만 세상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그사람이 미워서, 그사람의 재산이 탐나서 했던 실종된 양심의 거짓 밀고는 개인의 역사, 민족의 역사도 바꾸어 놓았다. 증거나 목격자는 필요없었다. 본인들이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라 우기면 되었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의 거짓말들은 이제까지 몰랐던 진실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오래된 거짓말들이 여러 버전으로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사죄와 책임이 뒤따라야할 요직의 정치인들이 "몰랐다",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아랫사람이 권력남용으로 저지른 것이다"라며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어쩜 이리 똑같은지.

'월드'와 '저널'. 가짜 뉴스 생산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두 신문사. 월드의 풀리처가 그간의 행보를 후회하며 퓰리처상을 제정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분명한 악의를 가지고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가짜 뉴스들은 누군가의 생명을, 정치 생명을 노리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거짓말로 권력을 잡아보려는 시도도 세계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옹"이랬던가. 그 거짓말의 끝이 어디인지도 역사가 말해주고 있을텐데.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거짓말들을 이제는 속고 싶지 않다면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을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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