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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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열린책들

세트는 모아놓고 보아야 이쁘다. 그런데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는 각권으로 따로따로 보아도 이쁘다. 10권의 도서 중 이미 읽어 본 책이 다수였지만 재독을 망설이지 않았다.

유명한 작품이 대다수인 만큼 나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읽은 고전은 왜 계속해서 출판되는걸까? 아마도 재독할때마다 달라지는 감상의 깊이와 번역에 따른 감정의 색깔 차이가 아닐까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는 재독의 욕구까지 함께 세트로 불러오니 그 역할을 다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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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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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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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 권남희(옮김) | 이봄 (펴냄)

내게 필요한 건 숭배자 뿐

30대의 미혼 여성과 사귀던 노년층의 남자들의 잇단 죽음. 타살의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그들과 사귀던 가즈이 마나코가 주요 살해용의자로 체포된다.

남자들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그녀를 세상은 흔히 꽃뱀이라고 부르며 부도덕한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꽃뱀의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뚱뚱한 외모를 소유한 그녀에게 세상은 그녀가 저지른 행위들보다는 그녀의 외모를 비하하고 공격한다.

책표지의 글을 보며 꽃뱀의 사기행각과 외모지상주의의 사회 풍조를 시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본문을 읽어내려갈수록 보여지는 것은 결핍이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버터"는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음식에 재료로 쓰이며 음식 맛의 퀄리티를 높인다. 3분의 1가량을 읽는 동안 미스터리 소설이기보다는 식도락가의 음식 찬미 소설인것 마냥 음식의 맛을 그려내는 통에 '나도 버터간장밥이라도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버터를 사게 되면 함유량을 체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 맛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고 음식의 향이 맡아질 정도였다.

소설 <버터>를 이끌어 가는 두 여자 마나코와 리카는 무엇때문에 그토록 음식에 빠져들었던걸까?

가지이를 면회하기 위해 음식을 매개로 다가가는 리카는 처음의 목적을 잊은채 점점 가지이와 닮은 모습이 되어간다. 외모도 내면도...

살인혐의자인 가지이보다 마치다 리카의 변화와 심리에 더 무게가 쏠리며 주변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이 그들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준다.

가즈이 마나코는 또래들에게서 소외되었던 경험이, 그녀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레이코는 자신이 어릴적 갖지 못했던 가정의 안락함이, 시노이는 딸에게 다하지 못했던 아빠의 역할이, 리카는 자신이 한 번 어긴 약속이 아빠에게 죽음이 되었다는 자책이 각각 상처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려서의 결핍을 성인이 되어 채우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그 피해가 자신과 주변에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음식이 상징하는 것은 애정과 관심, 안정, 따뜻함 등 주로 긍정적인 것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서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은 단지 음식 자체가 아닌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마음이 허하면 마음을 채울 수 없으니 배를 채운다고.

가즈이 마나코의 공허는 무엇이었을까? 왜 음식이 가즈이 마나코에겐 범죄의 수단이 되고 리카에게는 치유와 화합의 도구가 되었을까? 마나코에게는 없지만 리카에게는 있었던 것,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친구.

자신에게 친구는 필요없다고 오직 숭배자만이 필요하다는 마나코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이야기를 나눌 친구였다.

"누가 죽였을까?"하는 추리보다 "왜 그랬을까?"하는 근원적 질문을 떠올려본다. 타인의 결핍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지 나의 결핍을 이용당하고 있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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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푸른 십자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펴냄)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푸른 십자가".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꽤 유명하다고 하던데 내게는 낯선 제목과 생소한 작가라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읽게된 책이다.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채로 몇 페이지 읽기 시작하다가 일반적인 고전문학과는 흐름이 다르기에 뒤쪽의 작품 소개를 보니 추리소설이었다. '아! 이래서 스토리의 진행이 달랐구나'하고 이해가 되니 그 다음부터는 빨려들어 단숨에 읽게 되었다.

"추리소설의 고전"하면 떠오르는 셜록 홈즈 시리즈와 푸아로, 미스 마플 등 범인을 쪽집게처럼 찾아내는 탐정들과 뤼팡처럼 나쁜 남자의 매력을 내뿜는 사연있는 범죄자가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푸른 십자가'에서는 탐정도 범죄자도 아닌 신부님이 주요 인물이 되어 사건을 풀어나간다. 아니, 풀어나간다는 말도 딱 맞는 표현은 아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범죄현장에서 추리가 시작되지만 '푸른 십자가'의 브라운 신부는 우연히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에 있게 되었다거나 범인이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하는 등 다른 이야기 전개를 보인다. 더구나 예리한 관찰력과 준수한 외모, 명석한 두뇌회전과는 거리가 먼 작은 키와 소시민적 평범함을 두른채 말이다.

첫번째 단편인 '푸른 십자가'에서는 범죄자 플랑보를 뒤쫒는 발랑탱 청장을 서두에 주인공으로 둔갑시키고 오히려 브라운 신부를 촌스럽고 천진해서 보살펴야할 인물로 그려낸다. 두번째 단편에 가서야 진짜 주인공은 발랑탱이 아닌 브라운 신부였음을 깨닫게 된다.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예리한 브라운 신부의 매력은 대체불가 브라운 신부스러웠다.

왜 주인공의 신분이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신부인지

'날아다니는 별들'에 이르러서야 조금 알 듯도 하다. 범죄자의 체포로 사건을 마무리하며 죄에 대한 벌, 인과응보보다는 참회와 반성을 통한 새로운 시작, 혹은 갈데까지 가더라도 바닥은 치지 않도록 깨달음의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를 훔친 플랑보로 인해서 오해를 받게 되는 청년과 그를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이 깨질 위기에서 브라운 신부만의 방법으로 누구 하나 불행해지지 않고 엔딩을 맞이한다.

그 후에 플랑보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 이야기, '보이지 않는 사람'에서 플랑보는 탐정이 되어 등장한다. 브라운 신부의 진심은 플랑보가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닌 새로운 삶을 살게 한 것이다. 앵거스는 플랑보를 가리켜 머리도 잘 돌아가고 정직하고 뛰어난 탐정이라고 그를 소개하고 있지만 마지막 살인사건을 해결해 낸 이는 역시 브라운 신부였다. 이쯤되면 초반에 보여진 브라운 신부의 허당미는 연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눈 쌓인 언덕길을 살인자와 여러 시간 걸으며 브라운 신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 살인자도 새로운 삶의 기회를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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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벨낀 이야기

알렉산드르 뿌쉬낀 (지음) |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러시아 소설은 처음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웠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다른 외국문학에 비해서도 무척 헷갈렸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와 도스또예프스키로 입문한 러시아 문학은 이제 제법 익숙해지면서 뿌쉬낀의 <벨낀 이야기>까지 읽게 되었다.

<벨낀 이야기>지만 벨낀은 등장하지 않는다. 도입부 발행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벨낀은 이미 고인이 된 상태다. 벨낀이 생전에 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것을 다섯편의 단편으로 묶어 내어놓는 형식인 것이다. 말하자면 액자 구성인 셈인데,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다. 그렇다면 뿌쉬낀은 왜 5편의 단편으로 발표하지 않고 <벨낀 이야기>라는 하나의 틀로 묶었을까?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전혀 없지만 뿌쉬낀이 얘기하고 싶은 그 무엇은 하나의 의미를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 한 발"에서의 주요 인물인 실비오는 가난하면서 씀씀이는 헤프다. 초라한 토담집에 어울리지 않는 값비싼 권총을 수집하고 방 벽면을 과녁삼아 사격을 해대는 것이 일과다. 미스테리한 사연을 가진 듯한 실비오는 언제인지 모를 결투를 위해 절치부심이었던 것이다. 후에 벨낀은 그 결투의 상대인 백작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진실을 알게된다.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결투는 상대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복수를 마치기 위해 마지막 한 발을 아껴두었던 것이다. 결투의 본질과 다른 비신사적인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비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백작이 가장 행복하고 잃은 것이 생겨 두려운 순간에 등장해 치욕과 고통을 주었으니 말이다.

"눈보라" 역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야반도주와 다른 결말이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사랑하는 젊은 한쌍의 성공적인 야반도주가 아니라 눈보라로 길을 잃은 남자와 엇갈리고 만 신부는 엉뚱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는 정신을 잃는다.

"장의사"에 이르러서야 뿌쉬낀의 의도가 보인다.

64. 교양있는 독자라면 셰익스피어와 윌터 스콧 모두가~ (중략) 진실을 존중하는 우리는 그들의 전례를 따를 수 없으며~(중략)

해피엔딩과 교훈을 주는 다른 문학작품들과는 다르게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황당함과 우연, 때로는 악의 승리 등을 솔직하게 쓰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역참지기"에서도 딸인 두냐는 아버지 몰래 손님이었던 경기병 민스끼와 도망을 한다. 노인은 건달의 꾐에 빠져 결국은 버림받을 딸 걱정을 하다 죽지만 두냐는 아버지의 사망후 귀부인이 되어 돌아온다.

"귀족 아가씨-시골처녀" 역시도 기본 스토리 라인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지만 결말은 정반대다. 고전문학에서 보여주는 결말의 뻔한 틀을 뿌쉬낀은 사실에 근접하게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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