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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책 선택에 있어서 우선순위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작가의 명성, 표지, 제목, 주위 사람의 입소문, 미디어의 추천, 저명인사의 추천 등등.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선택하는데는 작가의 명성과 저명인사의 추천이 작용했다. 서울대 논술 시험에 지문으로 나오는가 하면, XXX의 추천, XX선정도서 이렇듯 말이다. 왠지 읽지 않고서는 교양인이 아닌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반은 불안감으로 반은 호기심으로 읽어보기로 맘 먹었던 것이다.
허클베리 핀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바로 톰 소여! 그 둘은 헉핀이 처음부터 말하지만 모험의 양질을 겨루는 경쟁자이면서도 동지요, 친구이다. 헉핀은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겪는 일들을 톰이라면 이러했을거야, 저러했을거야하면서 스스로를 톰에게 비교하고 있다. 끝까지 톰이 등장하지는 않나하는 기대가 점점 포기와 실망의 길로 들어섰을 때 톰은 헉핀의 모험 끝부분에 등장한다. 그 때부터 헉핀의 모험은 톰의 모험에 비해 정상적으로 느껴질만큼 톰의 비상식적이고 어이없는 행동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톰의 모험은 왠지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느낌까지 들 정도여서 헉핀의 모험이 더 자유를 향한 모험으로 다가온다. 헉핀의 거짓말과 속임수도 물론 어린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고 자연스럽지만 말이다.
헉핀이 살았던 시대를 생각한다면 헉핀은 히피족이면서 휴머니스트가 아닐까 싶다. 검둥이 짐을 자유의 땅으로 흔쾌히 인도해주면서 마지막까지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심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어느 한명도 짐을 동정하거나 이해해주려 하지 않지만 헉핀만이 그의 심정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짐의 탈출을 도와주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헉핀의 매력때문에 끝까지 미시시피강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든다. 헉핀의 모험이 미국문학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그러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헉핀의 자유로움을 따라 미시시피강을 따라가다 보면 헉핀의 모험이 과연 좋은 글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