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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작품은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 문에 접근하기도 전에 두려움, 공포, 떨림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지만 또다시 그녀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 어느새 나도 그녀의 마법에 걸렸나보다. 이래저래 만난 온다의 작품들이 모두 감동과 여운을 남긴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오히려 온다의 작품은 나에게 실망과 허무감을 더 많이 남겨주었다. 흔히들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감이 크다고 하니 온다의 작품들이 나에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도서실의 바다' 역시나 제목이 나를 낚었다. 왠지 은근하면서도 손을 놓기 싫은 환타지가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려있는 첫 작품부터 그러한 감동을 안겨주었다면 좀더 '도서실의 바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작품이 너무나 멀리 있었다. 멀리 있어 오래 기다린 보람도 잠시 그녀가 찔끔찔끔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넓고 푸른 바다에 온 몸을 적시지 못하고 발목만 담근 채 그 바다를 떠나야하는 아쉬움같은 것이 나의 뒷목을 잡고 놓지 않는다. 이제, 그녀의 '예고편'을 넘어선 '본편'을 진득하니 기다려야 하는 일만이 나에겐 남아있다. 그녀가 '본편'을 내놓을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