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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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원하지 않는 것을 가져야 한다.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75쪽

밤은 위안과 힘으로 충만하다. 그 위대한 존재 앞에, 우리의 작은 비애는 부끄러워 몸을 삼가며 사라진다.-139쪽

불꽃은 하늘로 올라가게 마련이고, 인간은 다만 수고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171쪽

아마도 그런 결과가 나오도록 한 것은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에 내재한 완고함이 아니었나 싶다. 그 보트는 어쩌면, 우리의 행동을 스윽 관찰하고 나서 우리가 그날 아침 자살하려고 나왔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테고 그래서 우리를 실망시키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추측이다.-228쪽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 그것을 찍어놓은 사진과 맞먹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254쪽

햇살은 자연을 살아 숨쉬게 하는 혈맥과 같다.-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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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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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탁환의 백탑파 세번째 팩션, '열하광인'. 백탑파에선 세번째이지만 나에겐 첫번째 백탑파였다. 때는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 정조대왕은 개혁 물결의 선두에 서 신지식과 개혁적 사상을 지닌 백탑파를 지지하여 조선의 변모를 꾀한다. 과연 정조대왕의 조선은, 백탑파의 조선은 그 모습을 바꾸었는가.

백탑파의 지지자였던 왕은 그들의 문체를 문제삼아 백탑파의 문체의 바탕이 되는 '열하일기' 읽기를 금한다. 하지만 '열하일기'를 읽는 것은 물론 주해서를 만들어 그 의미의 깊이를 더욱 깊이 파고드는 무리가 있으니 바로 '열하광인'이라는 집단이다. 어느날 이 광인들의 모임은 뒤를 밟히게 되고, 조명수를 시작으로 덕천, 이덕무, 홍인태가 차례차례 그 생명을 다한다. 이들의 죽음엔 항상 열하광인이자,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이라는 존재가 함께 하니,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로 이명방은 의금부의 추적을 면치 못한다. 이명방은 자신의 누명을 벗고, 열하광인 목숨을 하나하나 앗아간 진범을 찾을 수 있을지. 또한 열하광인의 죽음의 뒤에 드리워진 숨은 의미를 밝혀낼 수 있을지.

쉼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긴박감이 손과 눈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단숨에 상,하가 읽히는 소설이다. 한 장의 끝맺음을 맞으면 바로 다음 장의 시작이 궁금해지는 그래서 상을 끝내고 어서 하를 시작하여 결과에 빨리 도달하고 싶은, 목 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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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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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이 아버지 참 대단하시다. 키, 덩치는 어느 무리에 속해 있어도 단번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크며, 생김새 또한 사람들한테 절대 위압감을 주는 외모에다가,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기차 화통을 삶아 먹기라도 한 것 마냥 쩌렁쩌렁 울려대니 웬만한 사람은 감히 대적조차 할 수 없다. 이것으로 족하다면 뭐 그리 혀를 내두를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자칭 아나키스트를 청하는데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신념과 사상에는 바늘 한개 비집고 들어갈 만한 구멍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한마디로 어느 방면으로나 엄두가 나지 않는 아버지이다. 이 아버지가 일반인한텐 아주 사소한 문제로 일본 국민임을 포기하고, 아니 일본이라는 나라를 버리고 남쪽으로 향하기로 결심하였다. 하지만 이 지구 어느 곳이 '나라'라는 집단에 속해 있지 않는 곳이 있을까. 어찌됐든 이 아버지는 남쪽으로 튀었다.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그 남쪽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남쪽으로 튄 이 아버지와 그의 아들은 과연 남쪽 섬의 평화로운 날들을 영위할 수 있을까. 책 표지의 아버지를 보라. 어디서곤 호락호락 하지 않을 관상이다. 그래서인지 이 아버지에게 무한한 믿음이 생긴다. 억지스러울 때도 있고, 무자비할 때도 있고, 엉뚱할 때고 있으며, 간혹 혀를 내두를 정도로 무식하고, 상식을 벗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아버지에게 무한한 믿음이 생기는 것은 이 아버지가 결코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기때문이며, 결코 다른 확고한 신념 앞에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결코 아들에게 자신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강요하는 것이 있다면 '아버지처럼'이 아닌 '너처럼'을 강요한다. 이러니 이 관상 더러운 아버지에게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궁금해진다. 이 아버지가 찾아 떠난 파라다이스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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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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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분 좋은 아저씨들이 있을까. 왠지 이 아저씨들은 머리도 벗겨지지 않았고, 배도 안 나왔으며, 키도 안 작을 것 같고, 팔자 걸음도 아닐 것 같다. 소형 트럭을 운전하고 있어도 폼나고, 담배 연기를 뻐끔뻐끔 뿜어도 왠지 멋지고, 깡마른 치와와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도 가벼워 보이지 않고, 온동네를 슬리퍼를 신고 휘젓고 다녀도 후즐근해 보이지 않는, 아저씨 같지 않은 오빠, 오빠 같지 않은 아저씨. 이것이 글을 읽고 나의 머리속에 그려진 다다와 교텐의 이미지이다. 누가 뭐라하든 난 이 두 아저씨를 그런 아저씨들로 여기고 싶다. 왜 이렇게 이 두 아저씨 다다와 교텐에게 후한 점수를 주게 되었는지는 이들의 심부름집에 가보면 안다. 가장 이 두 아저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은 편견이 없다는 것이다. 이 둘은 그저 욕심없이 자신들의 심부름집에 의뢰된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갈 뿐이다. 그 일들이란 것이 크던 작던 중요하든 하찮은 일이든 말이다. 그것도 고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감동도 슬쩍 얹어서 말이다. 겉으로 봐선 곰같고, 지저분한 아저씨들이 말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살았고, 살고 있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아마도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무엇을 놓쳤는지, 또 무엇을 흘렸는지도 모른체 말이다. 또 앞으로 놓치고 흘리게 될 것이 무엇인지 모른체 말이다. 그러면서 사는 의미와 이만하면 한 세상 괜찮게 살지 않았나하는 어줍잖은 만족에 빠져서 말이다. 하지만 인간사를 통틀어 진짜 제대로 살았던, 살고 있는, 또 살아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잠시도 쉬지 못하면서 인생의 쉼표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비록 자신의 의지로 한 템포 늦춰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부름집 다다와 교텐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폼은 나지 않지만 왠지 뿌듯함에 어깨가 벌어지고,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마음의 금고를 꽉 채우고, 주먹다짐으로 얼굴과 몸에 상처는 나지만 약한 자를 보호해 줄 수도 있는 이들이야말로 꽤나 괜찮은 직업을 가진 꽤나 괜찮은 아저씨들이 아닌가. 다다 심부름집에 심부름거리를 한 두개 가지고 찾아가 다다와 교텐식의 완전해결법을 한번 만나 보시라. 이 아저씨들 진짜 멋지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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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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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신윤복.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그들의 삶과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그린 팩션이다. 조선의 화원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은 관계로 두 화원의 이야기를 두 화원의 그림으로 펼쳐놓았다. 단원과 혜원의 인생은 둘의 작품처럼 많이도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도 같은 시대의 천재 화가로써의 열망과 그림에 대한 열정은 다르다 할 수 없겠다. 색을 모르는 담백 수묵의 단원. 색에 미칠 지경의 혜원. 이 둘은 세상의 극과 극인 것처럼 너무나도 다르다. 홍도의 선이 굵으면 혜원의 선은 파리하게 가늘고. 홍도의 인물이 투박한 서민들이라면 혜원의 인물은 고운 여인네들이다. 이렇듯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에 이끌리게 되고 왜 서로가 상대의 됨됨이처럼 되지 못하는지 고민하며, 단원의 혜원에 향한 감정은 점점 복잡 미묘해진다.이러한 구도와 이야기들은 그들의 그림이 함께 함으로써 더욱 생생한 빛을 내며 읽는이를 한숨에 사로잡는다. 단원과 혜원의 비밀스런 관계, 조선시대 화원으로써의 삶, 단원의 동기화원의 죽음, 정조대왕의 밀명, 색을 향한 영복의 열정, 화원을 둘러싼 권력과 암투, 혜원의 비밀 등 '바람의 화원'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참 많다. 이 많은 이야기를 풀고, 매듭짓고 하는데 있어서 매끄럽지 못함을 느낀 것은 나뿐인지.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 많은데 그것을 다 풀어놓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가지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나는 결코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접하면서 결코 작가처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 그림을 통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 보는 것이 가능하겠구나라는 것을 책장을 덮고서야 생각했으니 나의 사고를 넓여 준 소설이라 하겠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다. 가히 기분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사고의 전환이라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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