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계급 대립

사람들을 나누고 계급들을 구분하는 온갖 방식들 중에서 조세의 불평등은 가장 해로운 것이며 서로를 고립시켜서 치유불가능하게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주아와 귀족이 더 이상 같은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을 때, 조세의 산정과 징수에서의 차이에 따라 계급 간의 경계선이 그들 사이에서 해마다 새로이 그리고 명확하게 그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권층은 누구나 대중과 섞이지 않으려는 절실하고도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해마다 느끼게 되며 대중과 분리되려는 또다른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 P105

공공 업무란 거의 모두가 세금 문제에서 연유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세금 문제에 귀착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르주아 계급과 귀족 계급 중 어느 한 쪽만 조세 부담을 질 경우에는 더 이상 함께 논의할 이유가 없게 되며 공동의 욕구나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된다. 이제 그들을 서로 분리시켜 놓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이미 그들에게는 함께 일하고자 하는 욕구도 기회도 어느 정도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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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루는 자신의 놀라운 기억력을 축복으로 여기지만 같은 이유로 인생이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이별, 죽음, 그동안의 실수들, 후회와 모멸의 매 순간을 비롯해 인생 최악의 시기, 가장 고통스러운 날들을 괴로울 정도로 선명하고 상세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과잉기억이라는 초능력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이 겪는 저주에 가깝다. - <기억의 뇌과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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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읽고 싶었던 소설집인데 밀리의 서재에 있는 덕분에 읽게 되었다. 세번째 수록된 ‘공생관계’가 가장 좋았다.



“류드밀라 마르코프에게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에 관한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언제부터 어떻게 류드밀라에게 자리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린 시절 류드밀라가 자랐던 보육원의 교사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그 아이는 다섯 살부터 자신이 ‘그곳’에서 왔다고 주장했어요. 우리 교사들은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어린아이들이 그런 공상을 펼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이니까요. 다만, 류드밀라는 그 믿음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교사들 중 누군가가 그 세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면, 류드밀라는 아주 슬퍼하고 괴로워했어요. 그래서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답니다. 류드밀라의 앞에서 결코 그걸 의심하는 티를 내지 않는 규칙이었죠.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우리는 다들 그 몽상이 류드밀라가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질 현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교사들의 예상과 달리 그곳에 관한 류드밀라의 기억은 성장한 이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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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기억에 보관된 모든 정보가 수 초 만에 날아간다면, 어떻게 우리는 책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걸까? 애초에 굳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을까?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 지난주에 춤 선생님이 안무와 함께 들려준 생소한 재즈 음악이 어떤 선율이었는지, 2017년 내가 했던 TED 강연은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매 순간 새로운 목록을 기억하고 15~30초에 한 번씩 새로운 전화번호를 외우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복잡하다.

도대체 작업기억은 무엇을 위한 걸까? 작업기억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억의 최초 관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세한 정보 가운데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고,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것들은 시한부의 작업기억 중에서도 따로 선택되어 해마로 전송된다. 해마에서 강화된 정보들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고, 장기기억은 작업기억과는 다르게 보관 기간과 용량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 - <기억의 뇌과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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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기억은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다. 내 할머니는 2002년에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나의 뇌는 시각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청각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웃음소리를, 후각피질에 있는, 할머니가 거의 매일 점심에 요리했던 그린페퍼 양파 볶음 향을 활성화한다. 할머니 거실의 붉은색 러그, 다락방에 있던 드럼, 부엌 테이블 위에 있던 피첼레pizzele(와플을 닮은 이탈리아식 쿠키 — 옮긴이) 캔 등도 떠오른다.

뭔가를 기억할 때마다 우리는 경험한 정보의 여러 요소들을 활성화하는데, 이 요소들은 하나의 단위를 이루도록 서로 엮여 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으로 뇌를 관찰하면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인출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MRI스캐너에 들어간 사람에게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말 그대로 ‘뇌를 뒤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처음에는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뇌 여기저기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처음 해당 정보를 학습했을 때 만들어진 활성 패턴과 일치하는 형태의 패턴이 나타나면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피험자는 “기억났어요!”라고 말한다. - <기억의 뇌과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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