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다. 내 할머니는 2002년에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나의 뇌는 시각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청각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웃음소리를, 후각피질에 있는, 할머니가 거의 매일 점심에 요리했던 그린페퍼 양파 볶음 향을 활성화한다. 할머니 거실의 붉은색 러그, 다락방에 있던 드럼, 부엌 테이블 위에 있던 피첼레pizzele(와플을 닮은 이탈리아식 쿠키 — 옮긴이) 캔 등도 떠오른다.
뭔가를 기억할 때마다 우리는 경험한 정보의 여러 요소들을 활성화하는데, 이 요소들은 하나의 단위를 이루도록 서로 엮여 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으로 뇌를 관찰하면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인출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MRI스캐너에 들어간 사람에게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말 그대로 ‘뇌를 뒤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처음에는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뇌 여기저기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처음 해당 정보를 학습했을 때 만들어진 활성 패턴과 일치하는 형태의 패턴이 나타나면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피험자는 “기억났어요!”라고 말한다. - <기억의 뇌과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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