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읽고 싶었던 소설집인데 밀리의 서재에 있는 덕분에 읽게 되었다. 세번째 수록된 ‘공생관계’가 가장 좋았다.



“류드밀라 마르코프에게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에 관한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언제부터 어떻게 류드밀라에게 자리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린 시절 류드밀라가 자랐던 보육원의 교사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그 아이는 다섯 살부터 자신이 ‘그곳’에서 왔다고 주장했어요. 우리 교사들은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어린아이들이 그런 공상을 펼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이니까요. 다만, 류드밀라는 그 믿음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교사들 중 누군가가 그 세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면, 류드밀라는 아주 슬퍼하고 괴로워했어요. 그래서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답니다. 류드밀라의 앞에서 결코 그걸 의심하는 티를 내지 않는 규칙이었죠.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우리는 다들 그 몽상이 류드밀라가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질 현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교사들의 예상과 달리 그곳에 관한 류드밀라의 기억은 성장한 이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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