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 두 글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대개는 이 여행을 직접 행하기보다 꿈만 꾸다 세월 다 까먹는다. 왜냐하면 떠남에는 적지 않은 '용기'와 '버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애들 데리고 네팔 등지를 한번 돌까보다"라고 하니 한 선배가 "애들 학교는 우짜고?" 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학교가 뭐 대순가요. 한 일 년 쉬면되지요."

"그렇기는 하지만…."

"인생 공부도 공부죠. 학교에서만 배우란 법 있나요? 또, 한 일 년 쉰다고 그렇게 처질까요? 남들 보다 1년 늦게 졸업하면 되지요."

 

사실, 우리가 여행을 꿈꾸면서도 화끈하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버려야 될지도 모르는 어떤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장기 여행을 떠나자면 직장문제도 그렇고, 또 벌지도 못하면서 쓰기만 해야 됨이 부담스럽다. 그런가 하면, 단기여행이라도 좀 멀리 가자면 삼사백은 순식간에 날라 간다. 삼사백? 서민들에게는 일 년 저축액이다.

 

때문에 돈 쓰기는 쉽지만 모으기는 어렵다는 것을 아는 소심자들은 '나도 언젠가는…'이란 다짐아래 떠남을 접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하나라면 여행을 떠나지 못할 이유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선진국은 물가가 비싸서 못 가겠고 후진국이나 분쟁국들은 불편함과 치안공포 때문에 못 가겠는 등 여행에 대한 갈망과 현실 사이에는 늘 건너지 못할 강이 있다.

 

예습 삼아 여행에 관한 방송에 빠져들다

 

그렇다고 그냥 무의미하게 살기엔 또 너무 허무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여 내가 꿩 대신 닭으로 택한 것은 다름 아닌, 남의 여행을 구경하거나 지구촌 이모저모를 엿 볼 수 있는 정성이 들어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었다. 소득 2만 달러시대에 걸맞게 요 몇 년 텔레비전을 켜면 각종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들 중에는 수준급들이 많았다.

 

그러한 가운데 이즈음 진주와도 같은 여행 프로를 하나 발견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방송의 <세계테마기행>이다. 월~목 저녁 8시 50분부터 40분간 방송되는 이 프로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설가 성석제씨의 '칠레 종단'과 영화감독 김태용의 '베트남 종단', 그리고 영화배우 최종원의 '아프리카 말리 기행'과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멕시코' 등 저마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나를 끌어당겼다.

 

시청자로서 이들과 함께 보낸 지난 한 달은 정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순간들이었다. 이들의 여행기를 보는 동안은 나 자신도 투명인간으로 이들의 여행에 동참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소설가 성석제씨는 청춘시절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 빠졌다는데, 세월이 흘러, 닳도록 애독한 그 시집을 들고 네루다의 흔적과 네루다의 조국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였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네루다의 편지를 배달하던 우체부 '마리오'의 목소리를 닮은 듯한, 역시 마리오처럼 1초쯤 쉬고 들어가는 그의 해설은 소설가 성석제만이 담을 수 있는 언어들로 가득 찼고, 그가 뱉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시처럼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김태용 감독이 만난 베트남의 인민들은 어찌 그리 짠하게들 사는지. 새벽 네 시부터 해가 질 때가지 소금밭(염전)에서 쉬지 않고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렵다는데, 짠 소금물에 살 갖은 터지는데 그 작은 체구로 12시간을 훌쩍 넘는 노동을 하루 종일 어떻게 감당 하는지…. 또 어떤 이들은 육지에서는 먹고 살 수 없어 메콩 강가에 수상가옥을 올리고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세 번째로 보게 된 <세계테마기행>은 연극배우 최종원이 안내하였다. 연극배우 최종원과 아프리카 '말리'는 아무런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나름 사연이 있었다. 즉, 뜻밖으로 그는 5대양 6대주 발자국 안 찍어본 데가 없다는데 유일하게 '말리'를 빼먹었나 보았다.

 

해서 이번 교육방송의 프로를 통해 말리를 가게 되었던 바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많아 보이는 저 연세에 아프리카가 감당이 될까 싶었는데 우려완 달리 뜨거운 태양아래서도 충실한 안내를 해 주었다. 말리는 이 반백의 여행자에게 에누리 없는 풍경과 사람들을 소개해주였다.

 

멕시코를 여행한 자칭 '여행생활자' 유성용은 정말 여행이 생활에 벤 듯 현지인들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스페인 침략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어 아직껏 그 옛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따라우마라’ 부족의 일상은 쓸쓸하고 고단하였다. 은광도시였던 ‘과나후아또’는 18세기 무렵 세계 은의 20%를 생산하기도 했다는데 세계 20%의 은을 생산하자면 광부들의 땀방울도 그만큼 흘리지 않았을까.

 

배경음악도 한 몫

 

<세계테마기행>의 눈부심에는 배경음악도 한 몫 한다. 이제 까지 내가 본 것은 앞에 열거한 네 편과 그리고 이번 주 가수 이상은의 스페인기행이 전부인데 매 편 다 배경음악도 영상 못지 않게 훌륭하였다.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음악을 향한 귀 또한 열어두면, 어쩌면 영상과 음악이 저리도 잘 어울릴까 감탄이 절로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덤은, 여행자들의 ‘소박한’ 영어이다. ‘오우! 저렇게 간단하게 한마디씩 던지며 스며들면 되는 군.’ 하며 자신감을 팍팍(?) 얻을 수 있다. 경험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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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비타민

 
16일 한국방송 제2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비타민> 243회 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성형! 오해와 진실'이란 알림문구와 함께 '가슴성형'에 관한 모든 것을 <비타민>의 고문 의사인 권오중 박사가 일목요연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너무도 명쾌하게 설명을 잘하기에 저분 전공이 뭔가 궁금하여 <비타민>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그는 가슴성형전문가이며 '대한유방클리닉 협회' 회장이었다. 그분의 가슴성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족집게 설명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을 가슴 성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공개강좌가 아닌 공중파에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 중에서도 협회의 '짱'인 사람이 그러한 설명을 하니, 평소 가슴성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여성들이 보았더라면 혹하고 넘어가기 딱 좋은 방송이었다.

또, 가슴성형 하고 싶다 생각은 해도 성형외과 문지방 넘기가 무서운 여성들에게도 속 시원한 예비교육이었을 것이다. 나같이 성형천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그 프로를 보다보니, 가슴성형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내가 좀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형을 부정적으로만 본 나도 그랬는데 외모에 한창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보았다면 오죽할까 싶었다.

실태를 알려주는 <VJ 특공대>도 아니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간판 건강프로그램인데, 이렇게 가슴성형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는 것은 아무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는 '치아성형'에 대해 방송을 해서 '<비타민>이 시간대를 옮기면서 색깔을 바꿨나' 고개를 갸웃 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 '가슴성형 편'을 보고, 이건 진짜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들어 누리집에 가보니 '치아성형 편' 전에는 '지방흡입 편'이 방송됐다. 물론 '스페셜, 성형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16일 방영된 <비타민> '가슴성형 편'을 보고 제일 쾌재를 부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물어보나마나 성형외과 의사들일 것이다.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았는데, 최고의 유방성형전문가가 1부터 100까지 상세히 설명해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제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가슴성형을 하지 않겠는가.

재건성형이라면 몰라도...

몇 년 전 시어머니가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수술 후 6인 침실에서 회복 중이었는데 어머님 맞은편 침대에 젊은 여성 두 명이 누워 있었다. 아무리 봐도 어디 아픈 사람 같지 않아서 어머님께 물었더니

"세상에, 앞의 두 처자들은 아직 미혼이고 나이도 서른 초반들이라는데 유방암에 걸려서 한쪽 유방들을 잘라냈다는구나."
"네?"
"우야노. 아까 의사가 와서 우선 퇴원하면 가슴에 끼우라면서 볼록한 것 하나 주고 가던데 안 할라카데."

현대 여성들에게 유방암 발생 빈도수가 높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애 다 낳고 살만큼 살은 중년의 아줌마들에게나 찾아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나이와 상관없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비혼인 그네들이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을 생각하니 보는 내가 짠했다.

그러나 '뽕브라'로 견딜 수 없을 경우 차선책으로 가슴성형을 하면 되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게다가 가슴성형 같은 경우는 어려운 수술 축에도 들지 않으니, 병으로 어쩔 수 없이 가슴을 절제한 사람에게 '가슴 재건 성형'은 심장이식, 간이식처럼 고귀한 수술이다.

즉, 가슴성형도 '재건성형'의 경우라면 얼마든지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미용 성형이라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기 육체에 대한 '주눅'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증폭되었다가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요새는 전문가네 하는 사람들이 그런 자연스러운 소멸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더구나 <비타민> 16일 방송에서는, 재건성형에 대해서는 한줄 나올 뿐이고 오로지 미용성형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들려주었다. 그냥 일개 성형외과 의사가 아닌, 공중파 인기 건강프로 '고문 의사'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라면 종합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형수술이 너무 일반화 되어있는데 이거 바꿔야 합니다. 처음에는 눈, 코가 주류였다면 요샌 가슴, 엉덩이, 턱 등 칼 안대는 곳이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하는지 한번쯤 자문해 보십시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여, 가슴성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따뜻한 가슴을 가지는 것이고 나아가 당당한 자아를 확립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일까?  

<비타민> 제작진이 시청자의 궁금증만 풀어주고 시청률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업방송도 아니고 국민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이라면 적어도 시청자가 보기에 성형외과 홍보를 해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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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이 끼인 3박 4일의 연휴,
남편이 그 기간 만큼 '가'를 '출'할 일이 생겨 얼씨구나 친구들을 불러 들였다.
아이들이 여럿 모이니 시끌 벅쩍해서 정신없기는 했으나

스물에 만난 사람들을 마흔줄에도 여전히 보게됨이 새삼 불역락호아!

9,10,일은 내집에서 자고 11일 저녁은 팔공산 자락 조그만 절에서 잤다.
12일이 부처님 오신날이라 찾게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게 2년전이라  생각했는데 스님은 3년전이라 했다.
"벌써 3년씩이나 흘렀단 말인가요? 엊그제 같은데..."

스님은 머리가 훤하니 그새 더 늙으셨나 우쨌나 감이 안 잡히고 .... 피부는 잡티하나 없이 오히려 더 좋아지신듯..
그러나 또 자세히 뵈니 3년전 그때보다 우째 좀더 외로워 지신듯...

손전화엔 카톨릭 성인 얼굴이 있는 매듭달고,
평상시엔 무신자
절에서는 불신자도 아니면서 연등달고.....

사실 뭐니뭐니해도, 부처님 오신날은 핑계고 내 속셈은 절밥에 있다.

'아, 이 얼마만인가. 3년동안 못 먹은 것 까지 왕창 보충해야쥐~~'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절에서 주는 밥은 정말 맛있다.
마늘 한조각 고춧가루 한숫가락 넣지 않는데 어찌 그리 맛있는지.
맛이 온화하고 담담하고 순하면서도 먹고난 뒤의 여운은 벅차고 진하다.

특히나 이번에는 절임 고추에 뻑 갔다.
액젖에 절인 그 풋고추들은 어찌나 맛있는지 밥을 두번 세번 추가로  
먹게 만들었다.

맛있는 반찬 하나에 꽂히면 다른 반찬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한우물만 파는데...
만땅 기름을 채우듯 가득 채우고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김치찌개에
푹 빠졌나 보았다.

호기심에 한 젓가락 집어먹었다가 워매, 절임고추랑 막상막하 용호쌍박이네~~~ 허나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고 스님에게 조리법을 물었다.

"들기름이 비법이여. 김치를 넣고 푹 끓인다음 마지막에 들기름을 한숫가락 진하게 두르고
설탕 조금 흩뿌려서 한소끔 더 끓이면 이렇게 되요."

11일 저녁엔 절임고추에 홀렸는데
12일 아침엔  애호박이 내눈을  꼬셨다.

"아니 어쩌면 애호박이 이렇게 더도덜도 아니게 딱 알맞게 익은데다 물기도 없이 깔끔하네요."
애호박을 직접 볶으신 보살님 왈,

"애호박을 반달로 썰어서 살짝 데친다음 들기름과 소금을 넣고 간을 하면 요렇게 되요."
"단지 그렇게만 했는데도 이렇게 맛있어요? 세상에~~~"

집에서 애호박 볶아보신 분들은 알리라. 어떤 것은 너무 익어 부서지고 어떤것은 덜익어 간이 안 베고
...

아침에도 애호박을 비롯하여 여러 맛있는 반찬이 있었지만 저녁에 하도 먹어
배가 전혀 꺼지지 않아 많이 못 먹었다. 물론 그래도 한공기 기본은 하였다.

이제 남은 한끼는 점심으로 먹을 비빔밥.

비빔밥을 최대한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소화를 시켜야 하는 법.
서울에서 온 지인과 민들레와 뽕잎을 뜯으러 근처 받뚝을 돌았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앞도 뒤도 옆도 산산산.... 산너머에도 산 그 너머에도 산산산....

연초록이 절정이다 보니 산들의 자태도 풍성하면서도 풋풋한 청춘의 향기가 물씬물씬~~

하늘도 어찌 그리 맑고 푸른지....
공기는 어떻고... 도시에서 병든 사람들 그곳에 와서 1년만 살면 왠만한 병은 다 고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쎄... 단 하나 외롬병은 못 고치려나...
.




......................



(혹시나 날아갈까 중간에 저장하고 마저 썼는데 어찌된 샘통인지 뒤의 것들이 죄다 날아가 버려

의욕상실)








결론은, 3년만에 다시 찾은 절에서 절밥 배부르게 먹으며 부처님 오신날을 오로지 ‘식욕’으로

축하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한데, 눈을 감아도 떠도 팔공산 자락이 펄럭이며 당췌 나를 놓아주지 않으니 이일을 어이할꼬... 어이 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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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0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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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진달래 - 제13회 전태일문학상 특별상 수상작
노회찬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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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15일. 창당 보름 만에 1인 2표제 도입이 끝내 무산되자 권영길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였다. 2월 16일 김대중 대통령은 법안을 공표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즉각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위헌판정을 내렸고 1인 2표제는 쟁취되었다.- 168쪽

 

1인 2표제? 아마 정치 문외한인 사람 중에는 나처럼 오해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즉, 나는 이 바람직한 제도는 당연히 김대중 정부가 제안하고 제도화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숨은 공로자는 민주노동당이었다.

 
그리고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즉, 10만 원을 정치인에게 후원하면 연말정산에서 10만원 그대로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또한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었다. 한 지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10만원을 후원하고서 적금 든 기분이라며 좋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말연시 돈 쓸 일도 많은데 잊었던 10만원이 통장에 찍혀 들어오니 그 아니 기쁠 소냐.

 

이렇듯, 민주노동당의 출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바람직한 정책으로 국민들 마음에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노회찬'의원의 낙마를 애석해 했다. 그것도 단 3%포인트 차이로 급조된 새파란 정치신인에게 졌으니 그 자신은 물론 그를 찍은 40%의 지역구민들은 얼마나 통절했을까.

 

그쪽과는 한참 거리가 먼 남쪽의 나도 '노회찬'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짠하기 그지없었다. 구리 빛 얼굴의 지친 그가 그래도 웃으며 희망을 얘기하니 안도와 함께 미안한 마음이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힘내라 진달래>
ⓒ 사회평론
노회찬

해서 빚진 기분으로 그의 책 <힘내라 진달래>(사회평론)를 펴들었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그는 더 이상 민주노동당이 아닌 진보신당 사람이 되었지만 당 간판이 달라져도 노회찬은 노회찬 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보신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해도 민주노동당시절의 노회찬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노회찬의 '옛사랑'의 흔적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이토록 자부심과 애정을 갖던 당을 떠날 때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구경꾼인 나도 그의 떠남이, '민주노동당'이라는 간판이 참으로 아까운데 그는 오죽 했을까.

 

아무튼, 추억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2004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석 달 동안의, 2004년 17대 총선에 임하는 민주노동당 중앙선거 대책본부의 상황기록이다. 결과적으로 이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정당 투표에서 예상외의 표를 얻어 10석으로 원내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기록의 처음부분이 쓰여 질 때만 해도 민주노동당원이 아닌 일반사람들은 노회찬의 '노'자도 몰랐지만 이 기록의 말미에 가서는 '노회찬 어록'을 저마다 한 구절쯤은 회자하게 되었다. 노회찬 어록이 자주 회자되는 만큼 민주노동당의 인지도가 커져갔음은 물론이고.

 

당시 나는 민주노동당을 찍은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노동당의 선전이 기뻤고 2008년에는 민주노동당이 그 의석에서 못해도 2배는 불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우째 거꾸로 돌아서 2배 아닌 반 토막을 내주어 망연자실.

 

다른 나라를 둘러보니, 영국은 노동당이 1900년에 만들어졌고 뉴질랜드는 1916년에, 스웨덴 사민당(사회민주노동자당)은 1889년, 독일의 사민당은 1875년, 네덜란드 사민당은 1894년 등 다들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은 노동자당에서 대통령을 내었고, 볼리비아에서는 억압받던 원주민 출신이 대통령(에보 모랄레스)이 되었는가 하면 지난 총선 호주에서는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이렇듯 세계 선진 여러 나라들은 다들 노동자당이 '떵떵'거리는데 우리는 왜 '보수'도 못 되는 '수구'들이 창궐하는지... 물론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진보정당은 우리에게 더더욱 소중하고 2008년 총선이 준 이 부끄러움은 다음 총선에서 충분한 '거름'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민주노동당은 마중물'이라 하였다. '마른 펌프에 부어넣는 한 바가지 마중물처럼 저 지하에서 도도히 흐르는 수맥을 끌어올려 만물을 푸르게 할 것이다'라고. 아무렴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은 머지않은 미래에 5천만의 가슴속에서도 푸르게 흐를 것이다. 아, 그러면, 우리나라도 노동자당이 집권 한 번 해 보겠지요?

 

뱀 꼬리: 김밥 할매들, 내 말 좀 들어 보소

 

가끔씩 미담사례로 뉴스를 장식하는 사연들에서 김밥 할매들은 빠지지 않는 주인공들이다, 김밥, 떡볶이 팔아 평생 모은 돈 1억여 원을 유명 사립대학에 기부했다는 뉴스를 볼 때면 그 선의는 충분히 공감이 가나 내 마음 한쪽은 씁쓸하였다. 

 

"아, 할매요. 이제 '그 대학'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 별로 없어요. 이 왕 좋은 일에 할 거면 확실하게 본전 뽑는 곳에다 투자하세요. 최고 경영자나 장관출신 총장들이 기업들 돌아다니며 강연 한 번 하면 후원금이 수십억씩 쏟아지는 그런 대학에서는, 할매 돈 별로 빛 안 납니다. 차라리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일 많이 하는 할머니와 출신 성분이 같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기부하세요"라고 말하고픈 마음 굴뚝같다.

 

아마 길을 내지 않아서 그렇지 이 땅의 똑 소리 나는 김밥할머니 한 분 당 진보정당의원 한사람씩만 책임지면 가난한 진보정당 의원들은 힘이 펄펄 날 것이다. 나는 김밥할매가 아니라서 1억은 꿈도 못 꾸고 책 한권으로 때우지만 책 한권으로 때우는 사람 10만 명이면 김밥 할매 한 분과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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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푼다. 어제 큰애 운동회라서 오랜만에 통닭한마리 시켜서 신나게 먹었다.

퇴근후, 먹다 남은 통닭을 보던 남편, 아니, 시방 시절이 어느땐데 이런걸 시켜묵노?

그말을 듣는 순간 바로 우웩~~ 속이 울렁거렸다.

아 그래서 지난해엔 학교앞에 통닭들이 수십가방씩 쌓여있었는데 올해는 고작 10개씩 밖에 보이지 않았구나...

아무튼, 남편의 말이 병이 되어 속을 개운하게 맨들 요량으로 얼큰한 신라면이라도 하나

끌여 묵으까하며 신라면을 손에 들자 보란듯이 떠오르는 생각, 라면스프에 소뼈성분이 들었있다고하는데.... 해서, 또 속이 니글니글.... 긍께 우리는 앞으로 무얼먹고 살아야 될까.

"너나 먹어 미친 소"
 - 청계천을 집회장을 다녀와서

말한다. 역사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광우병 쇠고기가 위험하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의 과학적-전문가적 논쟁에 가담할 생각은 없다. 필자가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류의 역사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라는 거다.

언뜻 우발적 사건처럼 보이는… 그러나 역사의 어떤 본질과 맥이 닿아있는… 무엇인가?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지위를 향상시켜 온 역사였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고 이러한 '지위'에 대한 제대로 된 감각은 기성세대는 절대로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도 몰랐다. 오늘 저녁 8시 30분 현재 청계천에 모인 1만 5천의 저 어린 학생들이 필자보다 훨씬 더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볼 줄이야…. 이 점이 각별하다.

광주학생의거도 우발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역사의 어떤 본질과 닿아있다. 광주 송정역에서 일본인 학생이 댕기 머리를 한 조선 여학생을 희롱한 몇몇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왜 조선과 일본의 민족 자존심 대결로 변하였느냐다.

그때 빌어먹을 맹바귀의 개 조선일보가 있었다면 그렇게 썼을 것이다. 일본인 학생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지만… 조선여학생 댕기 머리가 신기해서 만져보려다가 불상사가 일어난 것인데… 개인의 잘못에 불과하니 경찰 당국의 처분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그러나 젊은이들은 알았던 것이다. 기성세대가 포착하지 못하는 어떤 본질을. 프랑스의 68 학생혁명도 마찬가지다. 우발적인 여러 사건들의 집합. 모든 기성의 가치를 때려 부순다는 불분명한 구호. 뭘 어쩌자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그러나 결국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 누구도… 그 어떤 지식인도 그 현장에서 역사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한… 효순이 미선이 촛불시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단순한 반미의 문제는 아니다. 미군 장갑차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차원이다.

인간에 대한 대접의 문제다. 노예근성에 찌든 기성세대는 절대로 모른다. 보릿고개 겪으며 대접 못 받고 자라온 기성세대들이 인간을 제대로 대접하려 들지 않는다. 어릴 적에 매 맞고 자란 어른이 아이를 매질한다. 자기가 겪은 것 겪게 만들고 싶은 심리 분명 있다.

지네들은 광우병 쇠고기라도 없어서 못 먹고 자란 주제이니… 신경 안 쓴다. 청계천에 모인 1만 5천여 인파. 고등학생이 많았다. 특히 여고생이 많이 눈에 띄었다.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가 그러했듯이….

어린 학생들의 대접을 받고 싶은 심리… 헐벗고 굶주린 6.25세대는 절대로 이해 못 한다. 위대한 역사의 동력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거다. 역사는 항상 이래 왔다.

이건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반미도 아니고 친미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정치적 시비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냐 아니냐의 관점에서 볼 사태가 아니다. 그 차원이 아니란 말이다. 맹바귀들 시민단체 불러서 끝장 토론하자고? 장난하나!?

인권이다. 인간이 인간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 이것이 본질이다.

'이제는 인간이 인간을 대접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라는 정신을 선언하자는 거다. 우리는 만방에 선언해야 한다. 우리 세계 앞에서 똑바로 외쳐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이며… 그 점에서는 적어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고 싶지 않다고. 오직 일등이 되고 싶다고. 최고로 대접받고 싶다고. 일본이 20개월 기준이면 우리는 19개월일지언정 그 이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상상할 수도 없다고.

이건 절대로 경제논리나 정치논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왜 일본이나 혹은 여타의 다른 나라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왜 더 못한 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쇠고기뿐 아니다. 다른 어떤 먹거리라도 마찬가지다. 먹거리 뿐 아니다. 효순이 미선이의 희생도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 젊은이들은, 우리 집 아이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할 수는 없다.

명박이류 기성세대는 노예대접을 받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조중동은 그러다 죽든 말든 상관없다. 니들은 광우병 쇠고기 먹고 죽어라! 상관없다. 절대로 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보다 홀대할 수는 없다. 반드시 최고의 대접을 받아야 하며 거기서 이등 대접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맹바귀들이 조중동을 활용하여 홍보전에 나설 모양이다. 설사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이 미국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하더라도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운명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이건 인권문제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절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대접받고 싶어한다. 죽어도 내 아이들은 남들보다 좋은 것 먹이고 말겠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68 학생혁명 뺨치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때 프랑스 지식인 누구도 꿰뚫어보지 몰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더 이상 우롱당하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최고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

4년 전 탄핵반대를 외쳤던 내가 오늘 '너나 먹어 미친 소'를 외치게 될 줄이야. 앞으로 몇십 번을 더 이곳에 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5년 내내? 이건 시작의 시작일 뿐이란 말인가!!!!! 젠장!

 

ⓒ 김동렬


원문 - http://www.drkimz.com/bbs/view.php?id=notice&n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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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티소녀 2008-06-08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청에 모인 사람들의 물결을 보니,
난 가슴이 벅차 오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나더라고...

얼굴만 봐도 반갑고 등이라도 토닥거리주고 싶고...
그딘 오늘 금란교회 김홍도목사가 개념이 없이 하는 말에
며칠 전 대학생이 지하철에서 하던 말이 생각나더라

'우린 아직 판단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그리고 세상에 대적하기 보다는 우선 목사님 말씀을
듣고 따라야 한다'는....스물살이며 자기 자신을 책임질 나인데..

6월 10일 난 만사 제치고 시청으로 가보려고 해
그리고 난 우리 시민의 힘을 믿고 싶기도 하고...

폭설 2008-06-08 20:03   좋아요 0 | URL
이럴땐 서울 사람들이 부럽네요.^^ 저는 가고 싶지만, 형편이 안되서...^^
촛불 크게 밝히시고 프락치들 조심하세요.

어째, 쇠파이프가 어색다 했더니...적들의 농간이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