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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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치나 시사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번잡하고 귀찮은 것 싫어하는 전형적인 오타쿠형 인간으로 회사 다니면서 얼마 안 되는 연봉이나마 받아가며 스스로 밥벌이 하고 있는게 가끔은 스스로도 대견할 때가 있다. 아마 필자의 집이 갑부 집이었다면 십중팔구는 집안에 틀어박혀 PC만 붙잡고 은둔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필자가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지금도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다만 과거처럼 다 그렇고 그런 놈이려니 하며 외면하기 보다는 관심을 가져 보려 하는 정도일 뿐인데, 이렇게 된 원인은 워낙 이상한 현 정부가 첫째요 이 이상한 정부에 대놓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쳐대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때문이다.

 

필자는 '꼼수' 멤버들이 좋다. 이 이상한 정권과 이상한 세계의 한없이 우울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쾌활한 그들이 좋다. '졸라' '시팔'을 연발하면서 큰 웃음으로 이 이상한 정권에 가망 없는 맞짱을 뜨고 있는 그들이 좋다. 무엇보다 이 이상한 정권에 쫄지 않는 그들이 좋다. 주진우 기자는 '나꼼수'에 처음 합류하면서 배경에 철창이 보였다고 했다. 벌써 한명은 철창에 갔다. 남은 세 명도 코앞에서 철창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쫄지마'를 외치며 임금님 귀의 진실을 외치고 있다.

 

정권만 이상한 것은 아니다. 언론도 이상하다. 이상한 정권이 들어서고 더 이상해졌다. 평소에 신문과 뉴스를 보지 않는 필자가 언론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천안함' 사건 때이다. 워낙 사안이 크고 무겁다 보니 아무러한 필자라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했는데 주요 신문사 사이트의 기사마다 하나같이 내용이 같았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기사가 토시하나 안틀리고 똑같은데 말미의 취재 기자 이름은 달랐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인데도 어디 하나도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분석하는 기사가 없는 것이다. 그냥 정부 발표 그대로였다. 아무리 필자가 문외한이라도 기자라는 직업이 정부가 하는 이야기 그대로 받아쓰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때에 와서야 왜 '조중동'이 '조중동'인지를 알 것 같았다.

 

[주진우 기자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누가 붙였는지 제목 정말 잘 붙였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주진우' 기자의 그야말로 활극을 담은 책이다. 자잘한 미사여구 없이 직설적이고 질박한 무사 같은 필치로 자신이 겪었던 사건과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 있다. 기자답게 각각의 사건 중심으로 단편단편 이야기를 모아놓은 느낌이다. 이 단편단편의 이야기 배치가 들쭉날쭉해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스턴스한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기자 생활 탓에 '악마 기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주진우' 기자. 이상한 정권 이상한 언론이 판을 치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필자는 이런 '악마'가 좀 더 많았으면 싶다. 2002 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처럼 이런 '악마' 기자가 언론을 가득 메우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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