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지 워쩌!
표윤명 지음 / 가쎄(GASSE)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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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윤명 작가의 [갈마지 워쩌!]는 충청도 예산의 갈마지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혼란과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우리 역사의 뒤안길을 뒤돌아보고자 그려낸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인간의 탐욕, 권력에 대한 욕망, 돈과 여자에 대한 갈망, 그리고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나고자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 이러한 것들로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라고 일단은 소개되어 있다. 문고판의 구분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작고 아담한 사이즈로 서문이나 추천평등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본편의 소설만 들어있어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다.

 

처음에는 70년대 급변하던 시기 우리 아버지 세대의 혼란스럽고 신산스러운 삶을 잘 그려냈을 거라는 기대에 읽게 되었는데 결과만 얘기하면 기대만은 못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소 [전원일기] 풍이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구두쇠 땅 부자와 대학까지 나온 성실한 농꾼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아가씨에 겉바람만 들어서 기타만 퉁기는 청년까지, 농촌 드라마에 나올법한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문제는 전체적인 이야기도 [전원일기]같은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전개된다는 것이다. 단편 모음이나 시리즈라면 이게 별 문제가 안 되겠는데 이게 전체 한 편의 소설이라는 것이 문제다. 하나의 줄기로 이야기가 쭈욱 흐르지 못하고 뜬금없이 몇 달을 훌쩍 넘어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고 어떤 배경이나 복선도 없이 뜬금없이 큰 사건이 뿅 하고 튀어나오기도 하는 식이다.

 

대체로 이런 식이다 보니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대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해 집중도가 떨어진다. 작품의 큰 줄기는 이른바 '떴다방'이라는 당시의 부동산 투기에 당하는 이야기와 그나마 주연급으로 봐 줄 수 있는 성실한 청년 '경민'의 삼청교육대 사건이 가장 큰 줄기인 것 같은데, 부동산 이야기는 유야무야 대충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게 임팩트 없이 대충 처리되어 버리고 아무런 복선도 없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경민'의 삼청교육대 이야기도 별다른 충격이나 감동도 없는 앞서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소개된 삼청교육대 이야기의 재판일 뿐이다. 게다가 좀 어이없는게 등장인물들 중 서울서 내려온 '신상무'나 복덕방 사장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충청도 토박이라 아주 진한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유독 '경민'과 그의 연인 '은히'만은 또박또박 서울말을 쓰고 있다. 주연급인데다 둘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충청도 사투리로 전개되면 맥이 빠질 것 같아서 그랬을까? 작가만이 알 일이겠으나 결국 마무리는 두 사람의 결혼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어려운 가운데도 희망이 있다는 종류의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결말이 아닐까 하는데 이마저도 그저 상투적이고 어설픈 느낌일 뿐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오락물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으나 [갈마지 워쩌!]에서 이야기 하는 문제는 그렇게 가볍게 다룰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작품을 내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깊은 성찰과 고민 없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써내려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력이 그리 가볍지는 않은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좀 더 완성된 작품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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