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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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밀레니엄] 시리즈부터 이 [쓰리 세컨즈]까지, 필자에게는 느닷없이 팝! 하고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지는 스웨덴 미스테리 문단의 기조가 이 리얼리즘이 아닐까 생각된다. [밀레니엄]을 읽기까지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주제에 그것도 고작 두 편의 작품만으로 거창하게 문단의 기조를 이야기하기에는 성급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밀레니엄]과 [쓰리 세컨즈] 두 미스테리에서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가 [쓰리 세컨즈]를 만나게 된 것은 예스 24의 이벤트를 통해서이다. 영화 [무간도]의 이야기부터 여러 미스테리 문학상 수상 내역 등 작품에 대한 온갖 찬사와 치장의 말들 가운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스티그 라르손'의 뒤를 이을 작가라는 문구였다. 신간 소개야 워낙에 칭찬 일색인데다가 조그만 것도 마구 부풀리는 과장이 일반적 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소개 글은 무시하는 편이지만 [밀레니엄]을 워낙 재미있고 인상 깊게 읽었던지라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국 4회 연속 이벤트의 맨 꼬다리에서 간신히 당첨되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책은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듯한 음산한 분위기의 교도소 복도를 배경으로 하는 표지 디자인의 소프트 커버에, 종이 질이나 내부 편집도 괜찮고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일단 이렇게 외관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 한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어떨까?

 

아마 [무간도]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쓰리 세컨즈]는 경찰 정보원의 이야기 이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느낌이었다. 스웨덴 이라는 필자에게는 낯선 나라의 생소한 지명과 이름들이 계속 새로 등장 하는데다 이걸 또 시시콜콜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심리까지 너무 늘어놓는게 아닌가 싶은데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마치 직소 퍼즐처럼 하나씩 하나씩 짜 맞추어져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튼튼한 건물을 짓기 위해 기초를 깊고 단단하게 다지는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초반의 낯선, 그래서 다소 지루했던 배경에 일단 적응하고 나면 이야기의 조각이 하나씩 맞춰질수록 기어도 한단씩 올라가듯 점점 속도를 더해가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전체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꽝! 하고 폭발하는 느낌이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점을 향해 자석처럼 달라붙어 빨려 들어가는 이 느낌, 이 흥분되는 느낌이 [밀레니엄]에서 느꼈던 바로 그 느낌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흡인력, 그리고 폭발력은 이 리얼리티, 극도의 사실성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세밀한 묘사와 설명으로 보여지는 현실감,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을 그 사실성이 기반이 되어 전체 작품에서 독자를 사로잡는 힘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작가는 민간 정보원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와 경찰의 정의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이러한 진한 문제의식 또한 더해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성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진지한 사회 인식까지, 왜 [쓰리 세컨즈]의 작가 ‘안데슈 루슬룬드'와 ‘브리에 헬스트럼'의 콤비가 ‘스티그 라르손'에 비견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있는 이상 [밀레니엄]의 아성이 쉽게 무너질 리는 없겠지만 ‘살란데르'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무렇게나 쉽게 나올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만큼 이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쓰리 세컨즈]에는 억울한 일이 되리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얘기 하자면 [쓰리 세컨즈]의 캐릭터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각각 개성도 있고 역할도 있다. 불필요하게 등장해서 뻘쭘하게 서있는 캐릭터는 없다. 무엇보다 생동감이 있다. 고집 세고 까칠한 노형사 ‘에베트 그랜스', 필요하다면 살인도 주저하지 않을,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냉혹하고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인 정보원 ‘피에트 호프만', 노형사의 변덕을 익숙하게 받아주며 그의 손발이 되어주는 유능한 형사 ‘스벤'과 ‘마리안나' 등등……. 누구 하나 꼭두각시처럼 작가의 손끝에 조종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문장부호와 행간을 호흡하고 그 순환계에는 잉크가 흐르는 생명체인 것이다.

 

‘스티그 라르손'이 작고하여 더 이상 [밀레니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랠 길 없던 필자에게 [쓰리 세컨즈]는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엘러리 퀸'처럼 ‘안데슈 루슬룬드'와 ‘브리에 헬스트럼'의 콤비도 부디 오래오래 살아남아 앞사람을 뛰어넘는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겨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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