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사우스포 킬러] 이 책 상당히 재미있다. 보통 장편 소설 한권이면 2~5일정도로 끊어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집어 들고서 하루만에, 그야말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제목만 보면 누군가 마구 죽어나갈 것 같은 분위기다. 왼손잡이가 마구 죽이고 다닐까? 아니면 왼손잡이 투수들만 골라 죽이는 엽기 살인마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아무도 죽지 않는다. 피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데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작가의 이야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독자를 홀리는 솜씨가 정말 일품이다. 극의 구도상 증거는 없지만 대략 초반에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읽다보면 그 사람이 아니다. 그러다 다시 의심이 생겼다가 아니었다가 왔다 갔다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기가 막힌 반전이 있거나 미친 듯이 몰아치는 속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에 빠져들어 작가의 의도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닌 느낌이다.
 
미스테리인데 읽는 동안은 미스테리가 맞았는데, 다 읽고 난 후에는 이게 미스테리가 맞았나 헷갈린다. 미스테리를 가미한 스포츠 드라마? 작가는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의 대상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미스테리'라고 이름 붙은 상을 받아놓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제 소설에는 이른바 트릭(밀실이나 시각표 등)이 없습니다. 다중인격자, 엽기 살인마도 나오지 않습니다. 사체도 없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는 이야기도 아니고, 저주받은 비디오도 나오지 않지요……. 그런 미스테리 입니다.

 
그런 미스테리다. 에라~! 미스테리든 스포츠 드라마든 그런 건 아무렴 어떠랴. 재미있으면 됐지. 그런 소설이다.
 
사실 필자는 일본의 미스테리를 처음 읽었다. 단편으로는 몇 편 읽은 기억이 나는데 장편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스포 킬러]를 읽고 왜 많은 추리소설 팬들이 일본 작품들을 이야기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렇게 독특한 소재와 감각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변이 넓고 깊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 소설도 처음인 것 같다. 스포츠 영화는 많이 봤다. 대체적으로 영화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할 경우 흥행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만족도가 낮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필자만의 감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스포츠 영화들의 평점을 확인해 보면 확실하게 이런 성향이 드러난다. 필자는 그다지 스포츠와 친하지는 않다. 딱히 싫어하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착실하게 챙겨보는 편도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딱 이거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스포츠 영화들에 많은 관객들이 호응하는 것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스포츠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위기가 있고 반전이 있고 클라이맥스가 있고 감동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다. [사우스포 킬러]에도 이 모든 요소들이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그리고 손끝에서 적절하게 배합되어 참으로 재미있고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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