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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자본주의를 버리다 - 포스트 캐피털리즘: 다시 성장이다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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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은 매년 초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으로 말하는 것으로, 세계 각국의 정계(政界)·관계(官界)·재계(財界)의 수뇌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경제 발전방안 등에 대하여 논의한다. [다보스포럼, 자본주의를 버리다]는 2012년 '다보스포럼'을 '매일경제'에서 취재하여 요약한 보고서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실제 포럼에서도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도 자본주의의 위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와 이에 대한 타개법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과 대체 에너지, 환경 문제 등 다방면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자본주의'가 위기라고도 하고 아직 '자본주의'의 위기까지는 아니라고도 한다. 무엇이 옳은지 혹은 옳다고 느껴지는지 필자는 모르겠다. 우선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본질적인 정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자본주의 국가인 만큼 피상적인 정의라도 말할 수 있어야 마땅할 텐데 막상 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의해 보려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이다. 어쨌거나, '자본주의'가 뭔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으니 이것이 위기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제가 위기라는 것은 알겠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사문제에 무관심한 채 신문도 뉴스도 거의 보지 않는 오타쿠 타입의 필자인지라, '도대체 왜 경제가 위기인가?'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필자와 같이 둔감하고 무관심한 사람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12년의 '다보스포럼'에서는 이러한 경제 위기가 화두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출발을 한 해의 경제전망과 함께 시작하는 포럼에서 경제 전망 대신 첫 프로그램으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토론회(Debate on Capitalism)'가 제시되었고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우리는 죄를 지었다. 이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선할 때가 됐다"고 발언했으며, 돈 놓고 돈 먹기의 수치놀음으로 전락해버린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부르짖던 금융업계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하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의 '아리아나 허핑턴'은 "아담 스미스가 자본주의를 처음 만들 때는 도덕적 감성과 윤리적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지금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라며 다시 아담 스미스 시대의 국부론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의 자본주의와 '아담 스미스'가 말한 자본주의에는 크게 두 가지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윤리적 기반이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그럴 만하다'라고 보고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도 주어져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경쟁이 공정하거나 윤리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고민은 2차적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먼저이고, 경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그 다음이다. 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말한 자본주의는 순서가 거꾸로다.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는 사회적 기반이 이뤄져야만 건강한 자본주의가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자유주의 만능'이라는 철학이다. 모든 사람들이 사익만을 추구하면 아비규환(阿鼻叫喚)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제까지 자본주의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담 스미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주장했던 자본주의는 이런 형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 역시 "아담 스미스도 '보이지 않는 손'이 반드시 공익을 보장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이 자본주의를 고장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국부론'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어쨌거나 이렇게 근본적인 '도덕(道德)'을 이야기하며 경제 위기에 무게중심을 두고 보고서가 진행된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이 책은 '요약 보고서'라는 것이다. 상당히 방대하고 전문적인 포럼의 내용들이 비교적 간략하고 쉽게 정리되어 있어 읽기 쉽고 흐름을 파악하기 좋은 반면 자세하고 친절하게 각 주장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반지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8%면 괜찮고 7%면 위기라는데 어째서 그러한지, ECB(유럽중앙은행)가 은행에 장기적인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데 대체 유동성 지원은 뭐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의 내용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건 필자의 경우고 전반적으로는 치우치지 않은 시각으로 요점정리가 잘된 보고서로 경제 문제뿐 아니라 '청년실업' '건전한 소비'등의 사회 이슈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웹 앱(Web App)'등의 미래 기술, '대체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같은 에너지와 환경문제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어 세계적인 흐름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으니만큼 경제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