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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우정 - 전신마비 백만장자와 무일푼 백수가 만드는 감동실화!
필립 포조 디 보르고 지음, 최복현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3월
평점 :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부패된 채로 죽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압델은 내가 마치 자신에게 부여된
지상 최대의 과제라도 되는 듯 잠시도 관심으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보살펴 주었다.
또한 그는 아주 작은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내가 곤란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는 답답한 병원에 감금되다시피 있을 때면
기발한 방법으로 나를 석방시켜 주었고,
내가 약해질 때마다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줗었다.
내가 의기소침해 있거나 우울해질 때면
그는 기필코 나를 웃게 만들었다.
그는 나의 사랑스러운 ‘악마지기'다

[1%의 우정]은 1998년과 2004년에 각각 프랑스에서 출간된, 글라이더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백만장자 ‘필립 포조 디 보르고'의 자전적 에세이인 [두 번째의 숨결]과 [악마지기]를 한권으로 묶어낸 책이다. 국내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처럼 표지도 광고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영화화 책 둘다 본 입장에서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 책은 영화의 원작은 아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 ‘필립'과 ‘압델'의 캐릭터와 [악마지기]에서의 모티브를 가지고 영화화 한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에 비해 유쾌하고 담담하게 그들의 우정을 그려낸 수작이었지만 책은 자전적 에세이 답게 ‘필립 포조 디 보르고'의 절망과 희망, 사랑과 우정등의 감정을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는 느낌이다.
[악마지기]는 주로 ‘압델'과의 우정을 그리고 [두 번째 숨결]은 그의 평생의 사랑인 ‘베아트리스'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두 이야기를 읽으며 필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생각했다. ‘베아트리스'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도 사랑이지만 ‘압델'과의 우정은 정말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화가 아닐까? ‘압델'의 분방한 캐릭터는 영화에서도 제법 엽기적이었지만 책에서는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눈감고 운전하다 추돌사고, 그것도 사지 마비인 그의 친구와 함께 타고 있음에도 수차례 추돌 사고를 내는 것 하며 요양하러 간 수도원에서 여자를 꼬시기도 하고, 정말 못말린다. 그러나 ‘필립'은 그가 잘못했다는 말을 단 한차례도 하지 않는다. 그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그의 생명력과 자유분방함을 사랑한다. 필자가 만약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오래전에 해고였을텐데 말이다. 그의 ‘악마지기' ‘압델' 또한 처음으로 그에게서 가족을 느꼈다며 그와 함께 진정한 우정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들은 영화처럼 유쾌하기만 한 것도 아니요 계속해서 희망과 깨닳음만을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에세이는 그가 처한 상황답게 우울의 그림자가 에세이 전반에 희미하게 깔려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반복해서 찾아오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삶과 사랑과 가족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백만장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서도 삶과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이 없다면 단지 생명을 연명하는 것만으로도 벅찰테니. 그러나 가진것이 크면 잃은것 또한 큰법. 자신의 사고에 이어 그의 사랑까지 비운에 가버린 절망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정신은 그의 이야기 속에서 결코 삿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