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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
김학균.남정석.배성민 지음 / 이콘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는 박치기왕 ‘김일’, 분데스리가의 갈색 폭격기 차붐 ‘차범근'부터 ‘7전 8기’ 홍수환, 물개 ‘조오련’, 천하장사 ‘이만기’를 거쳐 국민 영웅 ‘박찬호’, 요술공주 ‘박세리’, 국민 여동생 ‘김연아’(연아짱♡) 그리고 대망의 2002년 월드컵까지 굵직굵직한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 책으로, 사실 필자는 ‘한국사’에 끌려 서평단에 신청을 하면서도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더구나 서평단 발표 후에도 거의 2주 가까이 책이 도착하지 않아 살짝 빈정이 상하기까지 하였으니 이모저모로 첫인상이 그다지 좋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손에 든 <스포츠 한국사>는 화면으로 봤을 때 촌스럽게 보였던, 신문 지면을 그대로 스크랩한 듯한 느낌의 표지 디자인도 실제로는 상당히 깔끔하고 멋스러운 데다가 고급의 종이를 잘 재단하여 딴딴하게 짜 넣은 느낌의 준수한 외모에, 풍부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 진진한 스포츠의 영욕사와 그 뒷 이야기까지 더해 신통치 않았던 첫인상을 단방에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스포츠 한국사>의 장점이라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3명의 스포츠 매니아가 풀어내는 이야기 보따리로, 마치 삼촌이나 연배 높은 사촌 형님들과 술 한잔을 놓고 마주앉아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하며 그리운 추억을 더듬는 친근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각 스포츠사의 한 장마다에 따라오는 시대배경은 비록 단편적이나마 우리의 근대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까지 더해져 지적인 욕구까지 충족해 주고 있으니 더욱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는 이런 방식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께 자주 듣게 되는 “우리때는 보릿고개가 있어서 말이야 나무껍질 벗겨 먹고 그랬는데, 너희들은 지금 배고푼거 모르고 사니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같은 식이면 비록 교훈이 있다 해도 식상하고 재미 없었을 터이나, 매니아를 넘어 오타쿠에 가까운 스포츠 전반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사회 인식을 배경으로 하여 전혀 지루하거나 식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1963년 당시 초현대적 시설이었다는 장충 체육관이 당시 ‘선진국’ 필리핀의 원조와 공사 후원으로 건축된 것을 아는가? 대한민국 역대 국제대회 성적이 압도적으로 여성이 높다는 것은 알고 계시는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모토아래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야구 감독이 입건 구속 되었다면 믿으시겠는가?
달리고 헤엄치는 것은 원초적인 동작들이다. 이들 종목의 부진은 연구개발과 원천 기술의 부재 속에 외형 위주의 실적에 치우치는 경제 체질과 꼭 닮아있고 90년대 중반 성수대고, 삼풍백화점 붕괴가 연상되는 빨리빨리 공화국의 서글픈 자화상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흔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비록 최근 프로경기가 승부 조작으로 얼룩져 팬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하였으나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는 스포츠는 선수들의 땀과 팬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맞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중심은 그러한 스포츠를 이야기이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공감했던 위의 구절과 같은 올바른 세상 보기가 함께 곁들여져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스포츠가 사치였던 시기도 있었고, 대중을 탈정치화 시키는 우민화 정책의 도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스포츠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렇기에 한국 스포츠의 중요한 순간들에 대한 회고가 생활사라는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설명하는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글을 썼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지나간 기억들을 추억해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도 고마운 일이었다.
스포츠를 보면서 기뻐하고 좌절하고 웃고 울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스포츠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될까?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많은 추억을 남기고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될 스포츠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 보시는 것은 어떨까?
헝그리 복서 '김득구'
감동의 2002 월드컵
물개 '조오련'
스포츠 연표
오랜만에 해보는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4.5, 외형 및 편집에 4, 소장 가치에 3 합이 대충 평균 3.5점에 그리운 추억에 +0.5 해서 4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