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전집 2 -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황금가지 아르센 뤼팽 전집 2
모리스 르블랑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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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어린시절 기억에 '홈즈'와 '뤼팽'이 한 작품에서 대결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게 필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외곡된 기억이거나 '코난 도일'이나 '모리스 르블랑'이 아닌 제 3의 작가가 두 캐릭터를 도용해 후대에 만들어낸 이야기였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두 작가가 비록 같은 시대에 살았다 하더라도 서로가 각각 높은 명성을 얻은 위치에서 상대방의 캐릭터를 그렇게 허가 없이 도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줄 알았던 필자의 어린시절 기억이 잘못된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작품의 제목마저 대놓고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즈'인 작품이 있는것이다. 어린시절 '태권브이 VS. 마징가'와 맞먹는 '홈즈 VS. 뤼팽'의 이야기에 빠져 보기로 하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힌 일이 있다.

 

[프랑스에서 출판된 연작 ‘아스테릭스’가 성공한 것도 로마의 우등생이었던 조상을 풍자적으로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천하의 카이사르한테도 굴복하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이 마을의 사제가 약초를 넣어 만든 술을 마시면, 마치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힘이 세져 로마군단을 여지없이 무찔러 버렸다. 덕분에 카이사르의 갈리아정복도 완성되지 못했다. 용은 그렸으되 가장 중요한 눈을 그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본 것이다]

 

프랑스는 로마에 정복당했지만 로마 문화를 받아들인 우등생으로 그들을 희화화한 '아스테릭스' 역시 로마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애정에서 나왔다는 그런 이야기로, 사실이 어찌되었건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이긴 한데 어쨌든, 이번 작품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뤼팽'과 대결을 펼지는 '셜록 홈즈' 또한 이러한 프랑스식 애정의 표현일까?

 

필자는 '뤼팽'의 이야기에 '홈즈'가 등장하지만 '홈즈'는 없다고 생각한다. 치밀하고 분석적이며 열정적인 신사 홈즈의 모습 대신 성질급하고 제멋대로인데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희화화된 '헐록 숌즈'만이 있을 뿐이다. 그시대에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었을까? '뤼팽'의 이야기에서 '뤼팽'이 이기는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왕에 앞선이의 유명한 인물을 허락도 없이 도용하였으면 그 캐릭터를 잘 살려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저 머리나 조금 쓰는 탐정쯤으로 '뤼팽'을 다소 곤란하게 할 뿐, 오히려 자신의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장치로써 사용될 뿐이다. 영국인들이 열받아서 욕다발을 날릴만 하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앙숙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은데, '뤼팽'에서의 '셜록 홈즈' 아니, '헐록 숌즈'의 우스꽝스러움은 '홈즈'에 대한 애정에서가 아니라 이러한 반영(反英) 감정에서 나온것으로 보는게 더욱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도 쾌도 답게 이야기는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전작에서 느꼇던 서술 시점의 산만함은 그대로이다.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마치 해적 영화나 모험 영화처럼 경쾌하고 신나지만 구성의 치밀함이나 문장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심지어 작중에 '코난도일의 셜록홈즈'를 몇번이나 언급하기까지 하는데 '뤼팽'의 현실에 '셜록 홈즈'를 등장시키면서 소설속의 '셜록 홈즈'를 언급하는 무신경함은 다소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추리소설로서 수수께끼와 트릭면에서도 별다른 긴장감이나 사건 해결에서의 쾌감을 느끼기 부족하다. '모리스 르블랑'의 필력으로는 도저히 '홈즈'를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필자의 견해로 말하자면 비록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이야기에서는 '홈즈'가 졌을지 모르지만, 작품으로서는 '홈즈'의 완승!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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