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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포트리스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9월
평점 :
드디어 '댄 브라운'의 처녀작까지 읽었다. 여전히, 아니 '다빈치 코드'보다 한참 전이니 여전히는 맞지 않겠지만 아무튼 이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다. 심각한 문제의식이나 뜨거운 감동은 없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속도감과 쾌감이 있다. 지금 까지 읽은 '댄 브라운'의 작품들은 머리를 비우고 작가가 던져주는대로 받아먹기만 해도 재미있는 그런 미덕이 있다. 크게 고민할 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지 않는다. 그저 팝콘과 콜라들 들고 신나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 빠져들었다가 나오는 그런 상쾌함이 있다. 작가의 처녀작인 이번 '디지털 포트리스'에서부터 이러한 작가의 성향은 잘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랭던 주연의 3연작을 다 읽고 이 책을 구매했는데, 앞서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기는 하였으나 소장 가치는 별로 느끼지 못해서 이번에는 저렴한 중고로 구매했다. 몇번 알라딘에서 중고를 구매해본결과 '최상' 품질은 새책과 다름이 없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이번에도 상태 자체는 아주 좋았지만 관리 미스인지 2권에 표지 한쪽이 2Cm가랑 튿어져 있어 살짝 빈정이 상하긴 했다. 표지는 소프트커버로 전체적으로 제목에 맞게 디지털을 연상시키려는 시도만 느껴지는 디자인에 찢어진 틈으로 여성이 바라보는, 어떤 음모를 느끼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디자인이 플러스 되어 있는데, 그냥 그런 디자인의 의도만 보일 뿐이다. 일단 디지털스럽게 느끼기엔 배경색이 똥색으로 촌스럽다. 출판사도 전문가이니 만큼 '댄 브라운'의 작품세계가 장수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일까? 제목의 활자체도 상당히 촌스러워 아무튼 전반적으로 돈 안들이려고 애쓴티가 팍팍 난다. 내부 편집도 그냥 평범하다. 삽화는 없지만 이번 작품은 딱히 삽화의 필요를 느끼지 않아 그림 좋아하는 필자로서도 딱히 불만은 없다. 두께는 조금 얇은 편으로 아마 국내 출판된 '댄 브라운'의 작품중에는 제일 분량이 적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휴대하고 다니며 가볍게 즐기기에 딱 좋은 타입이다. 작품으로서도 책으로서도.
스페인, 에스파냐 광장에서 한 남자가 고통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죽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번 이야기는 인터넷에서의 데이터 암호화를 소재로 진행된다. 주로 이메일 암호화와 이를 장악해 전 세계 정보흐름을 쥐기 위한 NSA의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소재가 소재인 만큼 공용키(Public Key)같은 암호화 기법과 네트워크 보안, 컴퓨터 기술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어설프나마 IT 일로 밥벌어 먹는 필자의 시각에서 보면 작가의 이러한 컴퓨터 기술에 대한 묘사나 설명에서 딱 잘라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는 좀 힘들지만 아무래도 아마추어의 냄새가 나는건 사실이다. 아마 전문 기술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는 독자를 고려해 전문적인 내용을 단순화하여 설명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러다보니 그렇게 단순화 했을때는 말이될지 몰라도 실제 설명되지 않은(혹은 못한) 복잡한 전문영역에서는 말이 안되는 그런 부분들이 작가가 인터넷이나 취재등을 통해 얻은 지식과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를 구상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를 의식한듯한 초반 설명에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정말 이런 기술의 문외한이 본다면 이해하기 힘들어 재미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음모가 이 암호화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저 NSA가 암호화된 이메일을 해독할 수 있는 초대형 컴퓨터를 갖고 있다는 정도의 이해로는 음모의 당위성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이런 기술적인 내용보다 작가의 장기라고 할수 있는 기호학, 암호학적 지식과 수수께끼를 좀더 활용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 반전에서만 조금(비록 중요한 장면이었지만) 등장했을 뿐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테리도 좀 약한 것이, 종반에 밝혀지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음모의 주체와 동기도 다소 억지스러운 데가 있는데다가 이야기를 중간쯤 읽다 보면 대충 누구인지 눈치 챌 수 있으니.. 이런점들이 확실히 헐리웃 영화의 대충스러운 대범함과 닮아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간략화와 대범함이 '댄 브라운'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는것이 또한 재미있다. 여러번 이 작가의 작품이 영화를 보는것 같다고 했지만서도 이번 작품 역시 딱 영화로 만들면 그림이 나올것 같은게, 미모의 여주인공에 열렬히 사랑하는 결혼을 약속한 남주인공, 여주인공을 은밀히 사랑하는 의문의 인물에 세계단위의 장악음모와 추격자, 그리고 반전까지 딱 흥행영화의 공식같은 느낌이다.
재미있다에 3.5, 외형및 편집에 2.5, 소장가치에 2 대충 평균 3점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