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작품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편이었으나, 기대했던 만큼의 쾌감이나 충족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책을 덮으며 진한 아쉬움이나 무엇인가 생각할거리가 남지 않은 느낌이다. 조금 엉뚱할수도 있지만, 필자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왠지 '스티븐 킹'이나 '존 그리샴'이 생각났는데, 분위기나 다루는 소재나 장르등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프레임이랄까, 어떤 속도감 같은게 매우 유사한 느낌이었다. 뭐라고 할까, 그러니까 1-2-3-4순으로 기어가 서서히 올라가는게 아니라 1단으로 스~으윽 하게 꾸준히 달리다가 후반부에 급격하게 4단으로 가속하는 느낌으로, 4단 기어에서의 토크 혹은 폭발력은 '스티븐 킹'에 다소 모자란 느낌이지만, 전반부가 '스티븐 킹' 만큼(?) 지루하지는 않으니 더하고 빼면 그럭저럭 비슷하지 않을까..ㅎㅎ;


  처음 받아본 책은 소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문틈으로 은밀히 훔쳐보는듯한 느낌의 사진과 제목을 갈겨쓴듯한 대문자의 'THE LAST CHILD'가 디자인된 소프트커버로 표지 디자인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데, 새까만 배경에 하얀색 고딕체로 제목이 박혀 있는 책등도 책꽂이에 꽂아두면 제법 존재감이 있는것이, 전체적으로 기대감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다. 책은 꽤나 두툼하고 페이지 가장자리의 여백을 많이 남기지 않는 편집인만큼 두께에 맞게 실제 분량도 상당한 편인데, 이런 편집은 필자가 상당히 좋아하는 방식이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보다 더 좋아하는 삽화도 없고 페이지당 글자수도 많은데도 적절한 편집으로 읽기에 빡빡하거나 지치는 느낌은 들지 않는 점에서 외장과 편집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허름한 버스안 마치 가출 소년으로 보이는 소년이 독수리 둥지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열 세 살 소년의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집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배경 소재가 꽤나 어둡고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던 점에서 작가의 공력이 결코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필자의 리뷰인생이 지속되면 언젠가 한번은 좀 제대로 불만을 토로해 보겠지만, 이야기가 나온김에 해보자면, '해리포터' 이후에 마치 유행처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쏟아져 나온 몇 작품을 읽은 필자의 감상은 짜증이었다. 어린이가 읽기 딱 좋은 소설을 '해리포터' 이후 어쩌고 하는 문구로 성인층까지 확보하려는 광고정도야 애교로 넘어간다 해도,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도 궂이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작품, 심지어는 대놓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꽤나 잔인해 보이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하는데도 진지한 문제의식도 없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나면, 트랜드에 뭍어 돈이나 벌어보려는 속셈이 빤히 보이는듯해 상당히 거북하기도 했다. 어렸을때부터 그저 손에 잡히는데로 책읽기를 해온 필자라 궂이 아이용, 성인용으로 책을 구분짓는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보여줄게 있고 말아야 할게 있는 법이다. 천박한 상술로 비춰질 정도의 광고나 작품설정을 지양하고, 작가는 작가대로 자신의 성향과 주관에 따라 작품의 구도에 맞는 설정을 선택하고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유행에나 뭍어갈려는 광고는 좀 자제해 줬으면 싶다. 이것은 책인 것이다. 책만이 갖는 매력과 미덕이 있다는 것이다. 애독가(?)들이 책을 찾는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쇼비지니스,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와는 좀 차별을 두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점을 좀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게 필자의 소박한 소망이다.

 

  간단하게 한다고 하고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런 실망을 꽤나 했던 필자로서 아이가 주인공임에도 전체 작품의 구도와 진행, 설정이나 작품내에서 작가가 드러내는 문제의식등과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거북하지 않았던 점이 특히나 인상적으로 남아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상당히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다 읽고 난 후 가슴속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점, 인물 심리나 장면의 세밀한 묘사는 높이사지만 그러다가 초반이 좀 지루했다는 점, 주인공의 위기탈출이 다소 우연적이고 어떻게 보면 초자연적인면에 기대어 이루어진다는 점, 요렇게가 좀 아쉽다.

 

  책의 뒷 표지에 늘상 그렇듯 저명한 잡지와 신문에 실린 찬사어린 서평이 인쇄되어 있는데, 2의 하퍼리 라던가 포스트 코맥 매카시 라던가는 필자가 무식해서 누군지 모르겠고,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흐름의 스릴러'의 스릴러 라는 부분에는 공감이 간다. 필자는 처음에 이 작품이 '미스테리'로 알고 시작했는데 끝난후의 느낌은 전반적으로 미스테리+서스펜스+스릴러 정도의 느낌이다. 세 장르가 사실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점이 있기도 하고 서로 연관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궂이 이렇게 표현한 것은 세 장르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딱히 어디에도 딱 구분지어 넣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미스테리가 약하다. 수수께끼도 있고 종반에 그럭저럭 반전도 있지만 꾸준히 곳곳에 단서를 던져주어 독자로 하여금 두뇌게임을 유도하지도 치밀한 수사로 범인을 추적하 나가는 맛도 없는데다가 어둡고 무거운 소재때문에 수수께끼가 묻혀버리는 느낌이다. 주인공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기도 있지만 여기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종류의 긴장감 같은것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는 필자의 문제일수도 있다. 여튼, 필자의 생각에는 세 장르의 요소는 갖추고 있으나 어느쪽으로도 그렇게 강한 느낌을 주는것은 아니어서 딱 괜찮은 '미스테리' 작품 이라고 할 수는 없고, 미스테리와 서스펜스 스릴러 어드벤쳐 드라마 같은 느낌정도가 되는것 같다. 그래서 필자식으로 하면 '볼만' 하지만, '죽여주게' 재미있지는 않은 정도 되겠다.

 

  다소 다른 면에서 필자가 작품을 읽은 후 재미있게 느꼈던점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정확하게 명기되지 않았던 점과 미터법의 표기였다. 지역에 대한 부분은 필자의 건망성 기억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읽는 내내 외국의 알지도 못하는 동네 이름이 안나와서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필자가 워낙 지리에 약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동네명도 헤깔리는 마당에 캘리포니아니, 캔사스니 해봐야 그동네에 가보기는 커녕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필자에게 배경에 대한 감각이 와 닿을리가 없는 것이다. 이게 외국 소설을 읽을때에 난점이었는데 (설사 필자가 보고도 잊어버렸다고 해도)이런 지역명을 강조하지도 않고도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점이 또한 작가의 뛰어난 점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로 미터법의 표기가 있는데, 미국은 세계 표준 도량법인 미터법이 아닌 자기네만 거의 유일하게 인치법을 고집하는 동네로 미국 소설이 번역되어 오면 이것도 그대로 따라와 몇 피트니 마일이니 해서 그거 환산하느라 귀찮았는데,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신경을 써서 미터법으로 바꿔 번역을 한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미터법을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몇 킬로 몇백 미터 식이라서 이 또한 이야기에 집중하기 좋았다. 출판사의 공이라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작가의 원래 표기라면 미국 사람들이 읽다가 환산하느라 골치썩는 모습이 떠올라 한편 고소하기도 하다..하하^^; (에잉 오만한 미국 넘들..;;)

내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3.5, 외형 및 편집에 4, 소장가치에 3.5 전체 평균 3.5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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