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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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랭던 교수의 세번째 모험인 '로스트 심벌'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간만에 따끈따끈한 리뷰인 셈인데, 전체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재미있었지만 기대에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전작인 '다빈치 코드'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수수께끼와 위기들로 눈을 뗄 정신도 없이 마지막까지 숨차게 달린 기분이었는데 이후 읽게된 '천사와 악마', 이번에 읽게된 '로스트 심벌'은 아무래도 댄 브라운식 속도감에 익숙해져서인지 평이하게 걸어온 느낌이다.

 

필자는 댄 브라운의 작품을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비유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느낌을 받은 만큼 필자의 느낌을 조금 상세히 정리해보려 한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의 미덕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것이리라. 재미있다. 부담이 없다. 커다란 화면을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빠져든다, 액션 영화에서조차 단순한 결말이 아닌 반전을 준비해 놓음으로써 관객을 기쁘게 한다. 미국식 영웅주의와 인본주의,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들어있다. 필자는 미드도 즐겨 보는 편인데 미드에서도 이러한 특징들이 아주 잘 들어난다. 특히나 미국에 대한 자부심은 장르 불문 모든 드라마에 공공연하게 드러나는데, 이러한 장면들마다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아메리카'는 마치 마법 주문처럼 등장하는것을 볼 수 있다. '로스트 심벌'은 워싱턴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전작들보다 더욱더 이러한 미국식 요소들이 등장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워싱턴에 실존하는 예술품과 건축물들에 대한 기호학적 해석이 곳곳에 등장하여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데 특히나 '워싱턴 아포시오시스'에 대해서는 경악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필자는 항상 미국을 기독교의 나라로 생각했었다. 비록 공식적인 국교는 없으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박해를 피해 바다를 건너온 청교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배웠었고 지금까지 그들의 정서와 사상에서 드러나는 경향에서 기독교의 그림자를 느껴왔던 필자로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기독교에 반하는 이교도적인 상징들이 다른곳도 아닌 그들의 수도인 워싱터에 그렇게 많다는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호학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필자로서는 이러한 작품내의 해석들이 과연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최소한 작품에 등장하는 건축물과 예술품들이 묘사된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수시로 등장하는 기호학적 장면들과 계속되는 수수께끼, 끊임없는 주인공의 위기까지 전반적인 이야기의 진행이나 감각이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비교적 재미가 덜 한 것은 필자가 이러한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극의 마지막에 밝혀지게 되는 비밀들이 좀 억지스럽거나 허무한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번에는 그런 비밀들을 초반부터 좀 부자연스럽게 감추는 바람에 좀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CIA 간부가 등장하여 끊임없이 '국가 안보'를 들먹이며 주인공을 압박하는데, 이게 상당히 어이없는게, 정말 뜬금없이 '왠 CIA?' 하는 느낌으로 등장한데다가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막무가내로 네가 알고있는걸 털어놓으라고 하지를 않나 국가 안보때문이니 무조건 지시대로 하라고 하지를 않나, 마치 '독자들에게 이사람은 나쁜사람이고 주인공은 도망갈꺼야'하는 암시를 드러내놓고 하다가 결국 예정대로 랭던은 튀고 CIA는 쫒는 구도를 형성하여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렇게 강조하던 '국가 안보' 문제가 무엇인지 종반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참으로 맥이 빠지는 비밀이었다. 또 그 비밀에 대해서 중간에 다른 인물에게 협조를 받기 위해 알려주게 되는데 이야기의 진행상으로 보든 작품을 서술하는 시점에서 보든, 비밀이 묘사되어야 하는 장면임에도 이걸 화면을 뚝 끊어내는 느낌으로 잘라내고 그후로도 몇번이나 '그는 그가 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라는 식으로 언급하여 궁금증만 부추기고 별다른 단서조차 던져주지 않아 비밀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변죽좀 그만 올리지 하는 짜증이 더했다. 결국 밝혀진 비밀이란게 꽤나 충격적일수도 있겠다는 느낌이긴 했지만, 정말 나라가 뒤집히고 세계가 요동칠 정도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내용이었으니 더욱 맥이 빠질수 밖에 없었다. 실존하는지 아니면 소설속 설정인지 알 수 없으나 여주인공이 연구하는 노에틱 사이언스라는 학문도 필자에게 상당히 인상적이긴 하였으나 이것의 실험 결과 하나를 가지고 마치 세상을 바꿀것처럼 묘사하고 수차례나 말해줄것처럼 하여 부풀리는데, 결국에 밝혀진 실험이란게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얘기였으니.. 마지막에 밝혀지는 메이슨의 비밀도 그야말로 ...헐..이다. 이야기를 그렇게 부풀려 놓았으니 마무리가 쉽지는 않았으리라. 특히나 작가답지 않게 마지막 비밀이 드러나고도 한참이나 두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느라 질질 끌어 전작들처럼 심플한 엔딩의 맛도 없었다.

 

작가의 기호학적 지식이나 스타일은 변함없으나 '다빈치 코드'에서의 성공적인 요소들을 너무 억지로 끌어다 대입시켜 부자연 스러운 느낌으로 이번 작품은 이러한 비밀이라는 요소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타일에 작가가 너무 얽매여 집필하지 않았나 하고 필자는 생각한다. 분량도 세 작품중 가장 많은데,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질질 끌기보다 중심 스토리가 아닌 부분은 적당할때 공개하고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면 훨씬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뒷표지에 [댄 브라운은 죽어 있던 장르문학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라는 뉴욕타임즈의 서평이 적혀있는데, '다빈치 코드'가 공전의 히트작인것은 인정하지만 장르문학이 죽어있었다고? 애당초 추리/SF/판타지를 묶어 장르문학이라고 뭉뚱그려 취급하는것도 필자는 상당히 거슬리는데(이건 또 나중에 상세히 한번 정리해보겠다), 이왕 그래 싸잡아 놨으면 '해리포터'의 세계적인 성공은 참조를 하고 죽이든 살리든 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문학수첩에서 출판한 책의 표지는 소프트커버로 디자인은 무난한것 같은데 배경 색조는 그다지 안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페이지당 글자수는 적당하고 편집이나 번역도 나쁘지 않았다.

 

재미있다에 3.5, 외관 3, 편집 및 번역 3.5, 소장가치 2.5 대충해서 별점은 3점으로...^^

 

P.S-상상력이 부족한 필자는 항상 삽화나 사진이 없는걸 아쉬워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등장하는 예술작품 및 건축물에 대한 사진 한장도 책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넷서핑을 자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찾은 괜찮은 블로그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urtnam&logNo=150075905001&categoryNo=5&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3&postListTopCurrentPage=&userTopListOpen=true&userTopListCount=5&userTopListManageOpen=false&userTopListCurrentPage=3

 

팩션(fact+fiction)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해당 블로그의 주인장은 비교적 댄 브라운의 작품의 팩션에 부정적이긴 한데 '로스트 심벌'에 등장하는 팩션은 크게 잘못된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딱히 주인장의 견해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로스트 심벌'관련 사진들을 많이 게시해놓은 만큼 궁금하신 분들은 참조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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