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완전판) - 0시를 향하여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여왕 폐하 전집중 4번째로 출간된 이 작품은 여왕님 말년에 당신께서 선정하신 베스트 10편에 속하는 걸작이다. '0시를 향하여..'라는 제목은 작품 내에서도 직접적인 서술로 여러번 등장하지만, 정말 작품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지. 어떤 드라마가, 살인의 형태로 나타날 어떤 드라마가 준비되고 있어. 피와 범죄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가 한편 써야 한다면, 나는 늙은 노인이 난로 앞에 앉아서 편지를 열어보는 장면으로 시작할 거야. 그 노인은 모르고 있겠지만, 모든 것이 0시를 향해 가는 것이지......]

한 늙은 판사의 위와같은 독백으로 프롤로그를 장식한 작품은 살인 사건과는 전혀 무관할듯한 자살에 실패한 한 남자의 병원장면으로 시작하여 모든 등장인물과 이야기들이 끝이자 시작인 0시를 향해 진행된다. 늙은 판사의 0시가 사건이 벌어지는 시점이라면 제목이 말하는 0시는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은유적으로 가리킨다.

이번 작품에서는 일반적인 미스테리 주인공으로 잘 찾아보기 힘든, 제도권의 정식 경찰이 해결사로 등장한다. 현직 경찰인 '배틀' 총경(이름부터 전투적이다..ㅎㅎ)은 여타 미스테리 주인공들처럼 천재적이거나 기발하지 않지만 [절대로 굴복하지 말아라]라는 자신의 신조처럼 사건의 모든 의문이 풀릴때까지 끈질기게 파헤쳐 해답을 찾고야 만다. 우직하고 과묵하지만 믿음직 스러운 이 인물은 그야말로 정석 수사가 무엇인지, 진짜 경찰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듯 한데, 필자가 고난에 처했을때 만나고 싶은 경찰이야 말로 이런분 이었으면 싶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잘 짜여져 있고 수수께끼도 나쁘지 않으며, 수사 과정이나 해결도 만족스럽지만 전작인 '그리고..'나 '오리엔트..'만큼 기발하고 재미있지는 않다. 물론 필자 개인의 감상으로 전작보다 조금 덜하다는 것뿐이지 재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는 없으셨으면 싶다.

외관이나 편집등은 여전히 별로로 전체 별점은 재미있다에 3.5, 외관 3, 편집 2.5, 권당 소장 3, 시리즈 소장가치 4 대충 멋대로 평균해서 3.5정도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