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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초기에 한비야 씨는 잘 나가는 직장을 접고 어릴 적 꿈을 따라 세계일주를 감행한, 그것도 걸어서 이루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엉뚱함과 천진스러운 도전을 이루는 사람답게 생기 넘치는 표정이 아주 예쁜 얼굴이 아님에도 아름답다고 느껴졌었다. 《중국견문록》은 7년에 걸친 세계 일주와 국토 종단 이후 쉼 없는 도전 정신을 가진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책이다. 세계일주의 이유가 어릴 적부터 꼭 해복 싶었던 꿈이었던 것처럼 중국으로 유학가는 이유도 간단하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독신이라 사방 거칠 것 없기도 하겠지만 그 역시 아무나 쉽게 하는 결정은 아니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1년 동안 타국의 생소한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었다. 기행문의 성격도 띄고 있지만 배우고, 생각하고, 깨닫고, 성찰하며, 다짐하는 진솔한 에세이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월따라 생물학적인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지만 한비야 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은 늙지 않고 늘 푸를 수 있겠구나 싶다. 중간에 국화꽃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봄꽃과 여름꽃이 다 지나가고 가을이 되면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국화는 결코 늦게 지각해서 피는 늦깎이 꽃이 아니라 가을이 바로 국화의 제철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기 보다는 우리의 속도와 시간이 다른 사람의 시간표와 다르기 때문일 뿐이라고 한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훌훌 털고 걸어서 세계를 일주하건 중국 유학을 가건 그것이 그저 개인적인 꿈과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이야기로만 그친다면 이 시대의 환호-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상당히 건전하고 진보적이며 가슴이 포근한 사람이다. 오지를 여행하며 만난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고 병마에 짓눌린 사람을 보며 '불쌍하다'라고 끝내지 아니하고 몸으로 기꺼이 사랑을 실천하는 힘이야말로 '아주 예쁜 얼굴이 아님에도' 그녀를 볼수록 더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도전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그녀의 삶은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파급력이 크다. 이기주의에 쩔어 있는 의식들을 일깨우는 그녀의 바람의 행군이 계속 되어지길 바란다. 20110205ㅌㅂㅊㅁ.
덧: 칭송칭송(輕松輕松) : '느긋하게 사세요'란 뜻의 중국말이다. 중국말이 신기해서 외마디라도 외워보려고 본분 내용과 상관없지만 제목으로 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