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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나라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42
존 버닝햄 글 그림,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7년 6월
평점 :
존 버닝햄의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그 가운데서 특히 "구름나라"를 제일 아낀다. 구름은 아주 오래 전 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던 옛동무이다. 어린시절 마루에 누워 풍성한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상상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푹신한 구름에 누워도 보고 배고프면 솜사탕처럼 뜯어먹기도 하면서......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름 속에 놀던 상상 속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구름은 어린이들의 친구요, 자유와 상상의 나라를 상징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책 속의 어린이 앨버트도 부모님과 등산 갔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구름나라로 가게 된다.
구름나라 아이들은 헐렁한 잠옷을 입고 있다. 편안하고 누구에게도 구속을 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들은 갖가지 놀이를 하면서 구름 위를 마음껏 뒹군다. 각박하고 조여진 생활을 하는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자유로운 구름나라가 얼마나 부러울까. 아이들의 현실은 예쁘고 비싼 옷을 깨끗하게 입으려고 조심해야 하고 어릴때부터 학원이다 뭐다 해서 시간에 내쫒기지 않은가?
어른들 눈에는 무의미하게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필요한 놀이가 많다. 제발 어른들은 아이들을 그냥 좀 내버려 두길 바란다. 멍청하게 마루에 뒹구는 것 같지만 그 아이는 지금 구름나라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니까. 구슬치기, 땅따먹기, 뜀박질하는 아이들을 보라. 그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논다. 이기기위해 한 겨울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놀이에만 빠져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아주 소중하다. 앞으로 공부를 하거나 사회에 적응할 때 반드시 필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놀아본 아이가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고 친구도 사귈 줄 아는 게 아닐까싶다.
실컷 논 앨버트는 꿈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구름나라도 좋지만 가족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구름나라 여왕은 바람을 불러 앨버트를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것은 앨버트가 놀이의 욕구가 채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종일 놀다가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느끼는 안도감, 행복감은 건전한 정신을 갖게 한다.
책 한 권에 여러가지 모양의 구름이 실려있다. 마치 아름다운 구름 사진첩같다. 그림책이면서 특이하게 구름사진을 사용하였다. 작가는 그 어떤 화가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의 구름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하진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구름사진 위에 존 버닝햄의 유아스러운 그림은 읽는 이에게 동심을 선사한다. 참 아름다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