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의 글자
비비안 프렌치 지음, 로스 콜린스 그림, 승영조 옮김 / 승산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활 가운데 글자를 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늘날 우리는 음성과 몸짓으로 의사를 소통하는 것 보다 문자로 소통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글자, 숫자, 부호, 기호, 아이콘 등등 문명이 발달할 수록 그 의존도가 더 깊어질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글자가 생기게 된 유래를 설명해 준다.  약 6000년 전에 사람들이 맨 처음으로 만든 글자는 상형문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꽃 피운 수메르인들의 글자(설형문자)와, 중국의 상형문자,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소개되었다. 페니키아 상인들에의해 알파벳의 원형이되는 글자가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세계사의 흐름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알파벳이 발전하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글자의 발달과 함께 글자를 쓰는 도구도 함께 발달하게 되었다.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기 전 시대에는 점토판과 사암이나 파피루스에 갈대펜이나 갈대 토막으로 글자를 썼다. 양피지에 잉크로 거위 깃털로 글자를 써다가 종이,연필, 백묵, 만년필, 볼펜, 타자기와 먹지, 컴퓨터 키보드 등을 사용하는 필기구의 역사도 한 눈에 볼 수 있게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글자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과 전반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려고 노력한 책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 크기도 280*280mm로 큼직하고 재미있는 삽화가 있지만 글자가 너무 빽빽히 들어차 있어 아이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울 것 같다. 좀 더 여백을 주고 한 면에서는 한 가지 내용만 실었더라면 읽기에 훨씬 수월하였을텐데.....내용도 다소 어렵다.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어렵다기 보다는 번역상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사전적인 의미만 충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읽는 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어휘와 문맥을 살려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한글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은이가 영국사람이기 때문에 한글이 그의 눈에 띄지 않았던 걸까? 이 책 원어의 첫 등록 일자가 1998년도-근래의 일이다. 작가가 아무리 서양인이고, 또 우리나라가 강대국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가 글자에 대해 전문적인 책을 집필할 사람이라면 어떻게 한글에 대한 소문을 못 들었을까?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전세계에 알려졌다. 한 예로 1989년 유네스코에서 문맹퇴치를 위해 헌신한 단체와 개인에게 주는 상을 "세종대왕상"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될 만큼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번역과 제본에서 좀 더 독자를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한글에 대해 설명을 할애하지 않았음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원본의 내용이 비교적 알차고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작가가 속히 여기에 버금가는 멋진 책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물론 이 책에서 영어의 우수성이 암암리에 비친 것 처럼 한글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려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리가 뻥 뚫리는 경제
장수하늘소 지음, 김재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책을 고를 때는 내가 먼저 읽어본 후 고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엄마의 취향대로만 고를 우려가 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한 것이 문학도서와 비문학도서를 5:5의 비율로 섞고, 가능한 여러 방면의 책을 골고루 접할 수 있게 분야별로 평소에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경제'분야의 책은 내 자신만을 위해서는 결코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고른 "머리가 뻥 뚫리는 경제"란 책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경제개념을 심어주고 싶어서 골랐다. 어린이책을 보면서 울고 웃던 내가 이번엔 경제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어 기분이 좋다. 신문을 봐도 경제면은 거의 보지 않던 내겐 너무나 생소했던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내게도 참 좋은 책이다. 두꺼운 상식책을 펴 놓고 도서관에서 달달 외우던 것 보다 훨씬 쉽게 알게 되었다.

한 면은 만화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고, 한 면은 경제에 대한 용어설명에서 부터 기본 개념을 원리를 꿰뜷을 수 있도록 에피소드가 있다. 그리고 하단 부분에는 경제에 대한 정의가 아주 간결하게 부연설명되어 있다. 어렵고 딱딱한 경제원리를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며낼 수 있는지! 쉽게 읽혀지고 머릿속에 개념이 단번에 자리잡는다.

어항 속의 금붕어가 큰 물고기들에 의해 먹히는 만화를 통해 [보호무역]을 설명하고 있으며,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차이점을 알게 한다. 병든 나무에게 영양분을 더 주고 벌레를 잡아주면서 [워크아웃]이라는 경제용어를 이해하게 한다. [기회비용][엥겔지수][기업인수 합병][모라토리움][유로화]등의 경제용어들은 책 속의 에피소드와 만화를 떠올리면 금방 생각해 낼 수 있다.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열풍이 휘몰아치던 걸 생각하면 부자에 대한 열망은 누구에게나 강한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자식이 부자가 되길 바라고-용돈을 경제적으로 사용하길 바라는 부모라면 이 책을 아이들게 권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이 책에 끌린 건 일본출판계와 전세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는 화려한 소문과는 상관이 없었다. 순전히 삽화로 곁들여진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이 좋았기 때문이다. 수채물감으로 투명하게 어린이만 그린 치히로의 독특한 솜씨에 매료되어 있던 나에겐 "창가의 토토"는 그림책으로만 여겨졌다. 그때까지는 분명 책 속의 글자가 내겐 여백과도 같았음을 고백한다.

우리집 아이(그때 4학년)가 창가의 토토를 탐독하는 걸 보았다. 아이는 책 속에서 "킬킬"웃기도 하더니 어느 날은 "도모에- 도모에- 도모에~~~."하는 노래를 한다.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며 '나도 도모에학교로 가고 싶다'라고 중얼거렸다. 애를 학교에 보내고도 녀석의 눈망울이 어쩐지 가슴에 짠하여 아이가 읽다가 간<창가의 토토>를 집어 들었다.

토토. 나는 비로소 토토를 만났다. 설거지가 쌓여있고 세탁기가 혼자서 빨래를 끝내곤 널어주기만 기다리더라도,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부지런한 오전을 반납하고 토토를 만났다.

퇴학당한 1학년짜리 토토의 모습에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아이의 가방 짊어진 뒷모습이 겹쳐졌다. 전학 온지 얼마 안 된 우리아이는 그 즈음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 달라고 떼를 썼다. 얼른 들으면 이해가 안 되겠지만 사귀고 싶은 친구들이 <**입시학원>에 다니기 때문이란다. 초등학교 3학년만 되도 입시학원에 보내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었다. 놀이터에는 조무래기들만 놀고 있으니 학원엘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씁쓸한 현실이었다.

알고 보니 "도모에-도모에-도모에~" 이 짧은 노래는 도모에 학교의 교가였다.(그것도 잠시였지만) 교가만큼이나 단순한 학교, 어른들의 갖가지 욕심이 배제된 학교였다. 기형적인 부모의 욕심이 없다면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도모에 학교에서 아이들은 주변 숲을 산책하고 분필로 마음껏 낙서를 하며 야외에 나가 손수 밥을 지어먹거나 꼬마농부가 되어 땀흘리며 농사도 지으면서 공부한다. 가장 허름한 옷을 입고 등교하고 알몸으로 수영하면서 아이들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들을 너무나 많은 끈으로 묶어 놓은 것 같다. 억압과 규범이 아니라 아이를 좀 더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천진난만하게 동심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면 토토와 같은 사회부적응아도 스스로 질서를 배우는 것이다. 토토는 도모에에 와서 어느새 남을 배려하고 친구를 위해 희생할 줄도 알게 되었으며 조용히 해야 할 때에는 조용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넌 사실 착한 아이야"라고 아이들을 격려하는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있는 반일감정을 조금 걷어내게 하는 인물이다. 교육자로서의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우리나라에는 근래에 와서 "대안교육"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지만, 도모에학원은 이미 2차대전 말기에 있었으니 소사쿠 교장의 노력이 대단하다. 그는 유럽각지의 학교를 다니며 도모에를 구상한 것이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랄 수 있게,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그래서 그 아이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의 현장이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초등학교 5~6학년 부터 읽을 수는 있지만, 절대로 어린이용 또는 청소년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있는 어른들이라면 읽어 봐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설공주 - 입체이야기동화책
세종문고 편집부 엮음 / 세종문고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을 쓰려고 검색하니 절판되었다고 한다. 안타깝다. 10년 가까이 애지중지하며 갖고 있는 책인데......

세종문고에서 1995년 12월 24일에 초판 발행된 이 책은, 월터 디저니의 그림을 사용하고 책을 펼치면 입체적으로 세워지기도 하고 튀어나오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한다. 백설공주가 사냥꾼을 피해 도망가던 장면을 펼치면 우리 애기들은 "악!"하면서 놀랄만큼 숲의 으시시한 나무들이 솟아오른다.

두 아이가 남자아이지만 백설공주를 좋아했던 이유는 순전히 이 책 때문이다. 그리고 조카나 이웃의 누가 이 책을 눈독들이며 달라고 해도 이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나나가 뭐예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속의 '지오'란 마을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지오마을의 수박은 어찌나 큰지 집채만하고, 참외도  아이들이 그 속에 파먹으면서 들어갈 만큼 크다. 같은 시간대의 서울 수박과 참외는 사람이 들고 다니기에 딱 맞는 크기라고 했는데, 우리가 늘 보는 원래의 모습이다. 과일의 크기는 문명과 반비례한다는 말인가. 문명이 아니라 환경오염과 반비례한 것이기도 하단 말도 맞겠다.

삭막한 생활에, 오염된 도시생활에 찌들린 우리가 '지오'마을을 그리워 하듯이 지오마을 사람들이 그리워 하는 것이 있으니-이는 말로만 듣던 바나나이다. 첩첩 산중에 싸여 외국과일 바나나를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경험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상상만 하면 병이 날 정도로 사무치는 것이다.

어느날 고속도로가 뚫리더니, 바나나를 싣고 달리던 트럭이 사고가 나면서 꿈에도 그리던 바나나를 손에 넣게 되는 지오마을 사람들.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바나나였지만 마을사람들은 제각기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과연 두엄더미 속에 넣은 그 바나나를 먹을 수는 있는지. 보면서 쿡쿡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느긋하면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산골사람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읽는 이를 유쾌하게 한다.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내용과 그림도 아주 잘 어우러진다. 부모님이나 할머니와 함께 읽으며 예전에 바나나가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곁들이며 읽을 수 있는 달콤하고 유쾌한 동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