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드래요’가 뭐래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했드래요’ 따위 강원도 사투리는 웃음의 키워드가 됐다. 지난달 16일에는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들이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엄숙한’ 국회에서 강원도 사투리 대회를 열어 웃음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또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한 코너인 ‘뭐드래요’는 순박함이 물씬 풍기는 강원도 사투리로 연일 웃음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강원도 사투리로 알려진 ‘뭐드래요’ 따위가 실제는 강원도 사투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과거 방송 등에서 일부 출연자가 강원도 사투리(강릉 사투리)라며 ‘∼했드래요’를 사용해 ‘강원도사투리=∼드래요’가 고착됐는데, 강원도 사투리에 ‘∼드래요’로 끝나는 말은 없다는 게 강릉사투리보존회의 견해다.
강릉사투리보존회측은 최근 “강원도 사투리라며 쓰는 ‘뭐드래요’는 ‘뭐래요’ ‘뭐이래요’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사투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바꿔 이상한 말을 만든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사투리가 방송이나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면서 사투리에 대한 ‘정보’가 엉뚱하게 전달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중 하나가 ‘거시기’다. “거시기(누구)가 거시기(어디)에서 거시기를(무엇을) 했는데 거시기하닝께(무슨 일이 있으니까) 거시기(어서) 가보랑께” 하는 식으로, 호남 사람들은 ‘거시기’만으로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특히 영화 ‘황산벌’에서 “역시 밥은 전쟁터에서 묵는 밥이 젤 거시기혀” 등의 표현이 명대사로 홍보되면서 ‘거시기’는 대표적 호남 사투리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거시기’는 사투리가 아니다. 엄연한 표준어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246쪽에 ‘거시기’를 표제어로 올려놓고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라는 풀이와 함께 “저, 거시기, 죄송합니다만, 제 부탁 좀 들어주시겠습니까”라는 예문까지 들어놓았다.
“아따, ‘시방’ 나에게 뎀비겠다는 거여 뭐여”라는 표현 속의 ‘시방’도 마찬가지다. 마치 호남지역 방언처럼 쓰이는 ‘시방’ 역시 사투리가 아니라 “지금”이란 의미를 지닌 한자말(時方)이자 표준어다.
또 “내사마, 시껍했다 아입니꺼”처럼 영남지방 방언으로 흔히 쓰이는 ‘시껍’도 사투리가 아니다. ‘시껍’은 “뜻밖에 놀라 겁을 먹다”는 뜻의 한자말 ‘식겁(食怯)’을 소리나는 적은 것뿐이다.
이에 대해 우리말글지킴이 김선덕씨(60)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멀쩡한 표준어를 사투리라고 알려주는 일이 빈번한데, 이는 우리말에 대한 배움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엄민용기자 margeu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