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사람을 바람나게 한다. 봄바람은 비단결처럼 부드럽다. 솜털을 간질이는 듯 몸에 감기는 미미한 감촉. 겨울바람의 투박스러움을 한번 상기해보라. 마른 대지를 날아온 바람은 대지의 따스한 열을 받아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면서 공중으로 떠오른다. 봄이면 사람의 마음이 설레는 것도 이 상승기류 때문이다. 봄바람은 단순한 설렘이 아니다. 그러니 억누를 길도 없으며, 억누를 이유도 없다. 사람도 자연이기에.-12쪽
식물은 인간이 꿈꾸는 연금술사이다. 공기중에 340ppm만으로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순수한 탄소를 분리해내고, 분리한 탄소들을 재결합시켜 이파리를 만들고 가지를 만들고 꽃을 만들고 열매를 만든다. 부산물로 배출된 산소는 또 얼마나 귀한 것인가. 도대체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압축해야 도토리 열매 하나가 될까.-82쪽
이토록 복잡하고 치열한 숲에서 민달팽이의움직임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이다. 거대한 숲은 달팽이에게 무한의 공간이요, 영원의 공간이다. 이 복잡한 숲에서 모두가 자신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는데 어쩌자고 저 민달팽이는 붉은 색으로 도드라지는 것일까. 짙푸른 초록 이끼 위를 기어가는 붉은 민달팽이. 이 정도의 오기라면 구차한 껍질 따위를 벗어던지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을 테지.-93쪽
붉은 단풍잎의 자잘하고 갈라진 잎의 가장자리에 작은 보석을 총총히 박아 장식한 서리꽃, 뽀송뽀송한 산쑥의 솜털에 매달린 작은 얼음 방울들, 마른 풀 위에 빛나는 소금 결정을 뿌려놓은 듯 반짝거리는 서리, 키 작은 솔가지 끝에 수정처럼 달려 있는 얼음방울, 서리는 나뭇잎의 질감과 모양을 살려 최상의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옅은 아침 햇살에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가을 서리꽃, 가장 극적인 아름다움의 하나이다. 아주 추운 아침에는 서리꽃은 그대로 얼음으로 굳어져 한낮 동안 빛난다. 그것이 상처가 될지라도 아름다움에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든다.-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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