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부시 반대에도
줄기세포 지원법 가결
공화 의원 50명도 찬성
[조선일보]
‘
황우석 쇼크’ 이후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놓고 전개된 미국 내 논란이 백악관과 의회의 충돌로 발전했다. 미 하원이 24일 부시 대통령의 지난 2001년 8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제한 명령을 무력화하는 ‘줄기세포 연구 증진법안’을 통과시키자, 백악관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정치적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하원이 통과시킨 ‘줄기세포 연구 증진법안’은 단 2개 조문으로 돼 있는 간단한 내용이다. ‘시기에 상관없이 제공자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동의만 한다면 불임시술 병원에 냉동저장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재정을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4년 전, 당시까지 등록된 배아줄기세포주(약 60여개) 이외에는 자금을 지원할 수 없게 했고, 이후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사실상 정지됐다. 이날 통과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쓰고 남은 ‘잉여 배아’ 8000개가 줄기세포 연구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하원에서 법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던 시간에, 타인이 제공한
인공수정 배아로 태어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수십명을 예고없이 백악관에 초청, ‘법안 통과는 인간 생명 파괴’라며 거부권 행사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그는 “여기 있는 아이들은 잉여배아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강력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7시간의 격론 끝에 이뤄진 표결에서는 공화당에서조차 중진의원 등 50명이 찬성에 가세하는 ‘반란’이 일어났다. 톰 딜레이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 법안을 “의학 실험 목적을 위해 인간생명을 죽이는 일에 납세자의 돈을 지원하는 법안”이라며 의원들의 반대를 유도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290명(하원의원 435명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날 법안에 찬성한 의원은 235명으로 55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재임중 첫 거부권 행사가 의회와의 대결구도를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고, 점점 높아지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 지지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화당 소속으로 법안에 찬성한 하원 운영위원장 데이비드 드레이어 의원은 ‘줄기세포 파국’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측과 절충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줄기세포 연구 허용을 둘러싼 미국 내 논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