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며 서가에만 박혀 있던 때가 있었죠..
그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증 자가치료 방법이었는데....
막상 도서관에 가서는 책보다는 유령처럼 서가를 소리없이 오가며 '책 제목'만 읽어댔더랬죠. 책을 펴기엔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고, 행여라도 슬픈 책을 만나면 울음을 주체하기 힘들 거 같아서 무서웠거든요. 그러다 가끔은 찌르르르 전기가 통하고 자석처럼 저절로 제목부터 끌리는 책을 만나면 아무렇게나 뒤적이다가 저런 페이지를 만나요. 다 읽어버리면 울음보다 더 무서운 책의 딴 세상으로 빠져버릴 거 같아서 딱 조만큼만 읽고 눈 질끈 감고 덮곤 했지요.
그러면서 나중에, 나중에, 아무렇지 않게 책 한 권 다 읽을 수 있는
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 찾아 읽으려고
이정표 삼아 저렇게 맘에 드는 문구 하나 베껴 놓기도 했는데.....
바람돌이님,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도 그런 거예요.
다 지난 이야기이고 이제는, 언제 도서관 걸음에 제대로 만나 봐야죠.
너무 오래되서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근데 말이죠, 1인당 4권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박해요. 더구나 이 고유가시대에...
덧: 제목도 모르고 저렇게 베껴 놓은 쪼가리도 하나 없이
어느 한 대목과, 작가 이름 '장용학'만 기억나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도 찾아내고 싶은데...저 초간단 약도로 제 기억 속의 책을 찾아낸다는 건
한마디로 '비산동에서 번짓수만 들고 집 찾기'나 마찬가집니다.
몇 번 시도했는데 헛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