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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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직업은 비서다. 비서의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커피 심부름, 옷 걸기, 전화 받기 등 온갖 잡일일까? 밖에 나가서도 아이들 뒤치닥꺼리 해주는 사생활도 없는 가정부 신세일까? 사람의 마음은 좋게도 나쁘게도 변한다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런 모습이 되고 만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변모한다. 그럼 먼저 자신에게 일을 주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자. 우선 고용인은 돈이 많은 반면에 시간은 매우 귀한 사람이다. 가장 원하는 것은 짧게는 시간을 벌고 자신의 복잡한 머리 속을 덜고 싶은 것이다. 즉 비서의 업은 허드레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고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업이 되는 것이다. 가령 일년에 100만불 연봉을 받는 사람이 각종 약속 체크와 잡일에 소모하는 부담을 덜어 생산성을 5%만 올려도 5만불까지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이 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첫번째로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쏟아내는 말을 받아적기도 쉽지 않은데 그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더구나 어느 레스토랑인지 이름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다면. 그래서 그 갭을 메우기 위해서 한걸음 나아가 생각하는 추론의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점점 커지게 되면 하나를 시키면 여럿을 알아서 수행할 수 있게 되고 심기 자체를 읽어가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쯤 되면 어떤 일 하나를 아예 덩어리채 맡겨버릴 수도 있다. 영주가 주인공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고 가끔 칭찬의 말을 던져주는 단계는 바로 이때 쯤이다. 받는 것 이상 일을 해낼 때, 아니면 남들이 하기 어려운 수준을 수행해 낼 때 고유한 가치가 생기는 법이다. 여기서 한발짝 식 더 나아가면 영주의 업 자체를 이해해나가게 된다. 패션은 문외한으로 들어간 사람의 눈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인 사물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허영덩어리 그 자체다. 하지만 바로 그 업을 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키워나가왔다. 원래 문화란 세세한 것을 구분하면서 발전하는 법이고 무형의 가치를 퍼트리면서 단계를 올려왔다. 와인이 소주보다 세세하기에 매력을 주는 것처럼 누구에게 옷가지이지만 그 안에 문화를 담을 수 있다면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과거의 위대한 미술가들은 고독속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에 대사로 나오는 거르투르 스타인을 그려낸 피카소를 제외하고. 하지만 현대의 미술가들은 상품으로 자신의 감각을 표현시켜 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특히 작품을 입고 다니는 주인공을 보는 사람들을 자극해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무한한 포만감이라는 가치를 주는 것 바로 그것이 패션산업의 가치창출이다. 딱딱한 얼굴의 영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갑자기 환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디를 가든 인정받고 싶다 바로 그 욕구가 패션을 만들어낸다. 영주의 심리의 이해는 결국 업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영주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신적 구조를 알게된다. 그래야 한결 일처리가 빨라질 수 있었고 자신의 존재 가치는 계속 커져간다. 승진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메모리다. 언제 그 힘이 발휘되냐면 바로 파티장이다. 수많은 인간을 만나는 사람이 그 세세한 사항을 다 기억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그 때 바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의 두되가 가진 싱싱한 암기력이다. 사진을 쫙 훑고 이름과 특징을 외웠다가 직접 아는체 하도록 옆에서 찔러 주는 역할을 비서가 맡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남의 머리를 빌리는 전통은 꽤나 오래되었다. 동양에서는 환관이 사전에 보고 체계를 가지고 수행했기에 서류로된 자료를 보고 이야기가 가능했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한 로마나 그리스에서는 선거를 해서 한표를 거두어야 했기 때문에 비슷한 운동이 있었다. 당시 귀족들은 메모리 좋은 노예를 옆에 두고 똑 같은 일을 수행시켰다. 후배가 선배를 제칠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는 바로 이 대목에서 암기력의 발휘였다. 그렇지 않겠나? 머리 더 좋고 더 젊은 주인공이 이겨야 할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이제 영주는 더욱 많은 권한을 맡기고 회사내에서 영주를 만나려는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서 일종의 gateway 역할을 하게 된다. 비서에게 잘 보여야만 영주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리는 호가호위다. 비서의 매력 중 하나는 정보력이다. 히틀러의 개인비서를 했던 여자 타자수가 쓴 글은 후일 몰락이라는 영화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세계를 진동시킨 거대한 힘의 제국의 가장 핵심이 되는 심장부에서의 삶은 넓은 시야를 같게 해주어 개인의 경험을 역사의 사료로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이쯤에서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성공을 해나가기위해 역량의 레버리지가 필요하다. 자신이 원래 가진 것 이상으로 키워나가려면 방법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것이 조언이든 아니면 물질적이든 혹은 업무의 협조든 남으로부터 제대로된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절대로 큰 일을 할 수 없다. 작품에는 많은 조력자들이 나오고 그들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성공은 불가능했고 아마 도중에 하차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여자가 여자를 돕는일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도움은 거의 다 남자에게서 오고 이들과의 관계는 묘한 대가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전에 연봉과 여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주로 남자들이 힘을 발휘하는 공간에서 여자가 역량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때 도움을 받다가도 이를 응당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여자로서의 권리주장 - 예를 들어 밥값 안내기 -로 처신한다면 미래는 별로 밝지 않다. 이 대목도 글 하나를 남겼었다. 제목은 성공한 여성 비결은 만두사주기라는 이름으로. 하여간 참 힘들고 공평하지 못한 것이 커리어우먼들의 삶이다. 남자가 이혼을 여러번 하고 여자를 젊게 바꾸었다면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잭 웰치처럼 3번을 결혼하고도 그에게 비난 보다 위대한 경영자라는 칭송이 따라 붙는 것 같이 말이다. 반면 여자는 어떠한가? 주인공이 영주에 대해 가해지는 비난을 변호하고 나서는 것도 남과 녀의 구별에 기인한 것이다. 여자로서 여자편을 들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맞다 영주가 남자였다면 악마라는 소리 보다는 한결 나은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해나가는 주인공에게 영주는 툭 한마디를 던진다. 너는 나를 닮았어. 그건 아마도 최고의 칭찬인데 기업체에서도 이 이치는 고스란히 통한다. 리더의 장점을 닮아가라. 김우중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책 한권 보다 보니 그런 대목이 나왔다. 김회장은 항상 자신과 같이 돌격적인 스타일의 임원을 높이 평가했다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이 하나 있다. 살아남은 영업사원 이야기. 참 이대목에서 악마라는 소리가 또 다른 영화로 나를 인도한다.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devil's advocat. 뉴욕의 럭셔리한 사무실을 배경으로 돈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모습, 비슷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아직 책은 읽지 못했다 하지만 주변에 적극 영화보기를 권하고 있다. 일에 지친 사회초년생 여자분들 아니 남자들에게. 배울점 많고 특히 권력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기에 생활하면서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참 본편에 대한 리뷰 2개는 이곳에 있다.
1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92089

2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9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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