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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사회 - 새로운 계층집단의 출현
미우라 아츠시 지음, 이화성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국민 중산층이라는 자부심 높던 일본에서 하류사회라는 충격적 선언이 나왔다.
과거 일본은 인구증가,경제성장 그리고 기업의 종신고용 보장과 선단식 공동운명체 운영으로
사회 전체가 함께 성장해 갔다. 그 과정에서 사장과 종업원의 임금차가 가장 적은 모법적인
분배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 무척 강했다.
심지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던 와중에 90년대 들어서 발생한 거품붕괴는 기업의 종신고용 보장 중지와 하청업체에 대한 비용절감
압박을 가져와 (닛산의 곤 사장이 대표적) 결국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바꾸고 있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에 더해서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급속으로 가져와 일자리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를 만들어냈다.
손정의, 호리에와 같이 젊어서 부자가 되는 부류가 생기고 일찍 구조조정으로 길거리에 나와 버리는
장년층이 다른 부류를 이루며 사회 구성원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다.
이 와중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현상은 사회구성원의 아래 부분이 커지면서 이른바 하류사회라는
집단이 형성되는 것이다.
적당한 일자리에 적당한 수입 그리고 아직 높은 엔화 덕분에 해외에서 사들여 싸게 파는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저가 물건으로 생활은 타국의 하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참고로 미국도 월마트가 중국에서
사들인 저가 물건으로 하류층의 생활수준을 높여준다)
정작 이들에게 문제되는 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합리화시키고 여기에 머물다 보니 보다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엇비슷했던 시대에 아직 자신이 속한다는 정서적 회고도 있겠고 일본 사회 자체가
봉건제의 유산으로 자신의 지위,직업에서 최선으 다한다는 소박한 일류주의가 있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다.
어쨌든 이들은 지위를 바꾸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개척하기 보다는 현재의 삶에 머무른다.
게임기와 노래방, 싸구려 쇼핑 등은 이들의 낙이다. 저자는 인터넷 등으로 각자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만족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비디오, 게임기 등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처방은 우선 교육을 앞세운다.
나도 공감이다. 특히 저자가 인터넷 교육을 확산시키자는 것은 백번 공감한다.
한국도 국립대 강의를 모두 인터넷으로 개방시킨다면 꽤 많은 기회의 평등을 제공할 것이다.
저자가 마케팅 전문가로서 데이터를 기초로 만들어낸 책이고 주로 시사점이 상업적인 측면을
강조하지만 사회적인 부문에서도 고려할 점을 많이 제공해주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말미에 몇개의 서평이 붙어 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평한 내용은 고이즈미 개혁 이후에 하류가 늘었다라는 지적으로 이해된다.
내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일본의 고성장은 수출경쟁력에 기초했지만 그 성과를 사회의 타 부문과
나누게 되면서 부담이 커지게 된다. 가장 큰 부담은 땅값이었다. 극단적으로 편의점 알바해서도
해외여행 간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저임금 저부가가치 노동과 비교하면 불공평할 수 밖에 없다.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엔이 주저앉기 시작했고 공장이 무너지고 종업원들이 해고되면서 거품은 꺼졌다.
이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 고이즈미의 개혁이고 공공,금융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성과를 냈다.
결과를 놓고 원인과 혼동하는 수준의 비평에 잠시 놀랐다.
다른 비평의 초점은 이 현상이 한국에 발생할 것인가에 맞추어져있었다.
내 생각도 이미 많은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고 교육정책의 실패가 더욱 이 현상을 가속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된장녀 논란도 이 책의 논법에 의하면 시간 남아 인터넷에 몰두하는 하류 남자들이
상류를 지향하는 중상 정도 여성의 삶에 대해 시비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자꾸 갈라져가고 성장이 정체되어 가는 한국사회에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