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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한국
Don Oberdorfer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한이 핵실험 강행이라는 강수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YS시절 닥쳐왔던 한반도 전쟁의 위기,
부시의 북한 공격설 등을 넘어서 새로운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것이다.
우선 당시 핵위기 상황의 배경, 발발 그리고 해결까지 잘 기록된 이 책을 무조건
읽기를 권한다. 지금도 당시도 통찰력 가지고 깊이 서술한 책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우리는 우리 주변으로만 상황을 보려고 한다. 워싱턴에 앉아 있는 부시에게도 그게 통할까?
그들은 다른 각도를 가지고 세상을 본다 한반도의 상황은 유럽, 중동 그리고 한참 아래의 문제다.
북한과 미국은 현재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다.
베트남의 열전도 끝나고 이제 두 나라가 상호 방문하고 투자유치하는 사이가 된 것에 비하면
훨씬 전에 치루었던 전쟁의 흔적은 아직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다.
또 북한이 핵을 가지지 말아야 할 절대적 법칙이 있을까?
휴전선 건너편에 핵이 있는 것이 그렇게도 두렵다면 북한은 핵이 없고
남한에 핵이 수백개 존재하던 80년대 말까지의 상황에서의 북의 입장도 고려해주라.
그 당시 핵억지력은 소련이 한반도 특히 남한을 겨냥해서 설정한 핵미사일이었다.
미국이 이기지 못한 두 번의 전쟁은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이었다.
이를 설욕하기 위해 항상 미국의 군부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라크 1차전이 끝나자 다음
나쁜놈은 김일성이다라고 미국 장성들이 했다는 것이 그리 멀리 이야기가 아니다.
한반도를 넘어서 상황을 보아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북한이 과감히 공해상 주변의 미국 함정을 나포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헤어나지 못하는 국제정세를 읽고 한 행동이었다. 도저히 추가 전선을 늘리는 것이 어려웠던
미국은 의외로 선선히 잘못을 인정했지만 아픔은 깊이 색인이 되어 있다.
지금 북한에게도 당시의 교훈이 어느 정도 작용을 한다. 이라크에 수십만 군대를 파견하고
한발이 푹 빠져 있는 미국이 또 하나의 전쟁을 하는 모험을 할까 하는 의문을 던진것이다.
실제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동안 유화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서 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제 압박과 대화 거부는 오늘까지 치닫게 된다.
과연 미국은 물러설까 아니면 더욱 밀어붙일까?
핵을 가진 상대와의 전쟁은 분명 한쪽의 멸망과 다른 쪽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시민도 많이 존재한다.
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의 목숨이다.
클린턴도 부시도 결단을 주저하게 만든 것은 휴전선 맨 전방에 놓인 자국군대의 목숨이었다.
이른바 인계철선이라고 불리우는 이 군대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남과 북의 전쟁을 막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 사람들은 사람의 목숨을 꽤 가볍게 여긴다. 안전시설에 투자도 적고 규정도 잘 안지킨다.
전쟁을 여럿 겪으며 먹고 사는 문제에 앞서다보니 나온 결과다.
반면 수만명의 자국민 목숨을 먼저 희생해야 하는 전쟁은 미국도 결단하기 어렵다.
하늘을 날아 멋지게 정밀폭격을 하고 TV로 중계시키며 자국의 위신을 높이는 전쟁을
미국은 원한다. 아마 돈은 좀 들어도 전쟁 비용은 주변에서 염출하면 되고 돈 많은 일본이
댈 것이다. 이걸 기화로 패트리어트 팔아먹는 것도 좋고 이지스 함 팔아먹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전쟁은 결국 땅개가 적의 땅에 진군해야 끝낼 수 있다. 게릴라와의 지속적 전투는
필수적인데 민간과 군인,게릴라가 구분되지 않는 지상전의 피해는 이라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역할을 한국군이 맡아주면 어떨까? 바보 부시가 여기까지 생각하고 전쟁을 쉽게 본다면
어떻게 될까?
바보는 또 있다. 쉽게 인계철선의 역할하던 미군부대를 후방으로 후퇴시키는대 동의한
노무현이다. 전혀 역사에 대한 통찰도 없고 공부도 하지 않고 남의 말도 듣지 않는 바보다.
이 책을 잘 보면 인계철선의 중요성과 미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이 잘 나와 있다.
그럼에도 전쟁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핵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예방폭격으로 발생하는
핵무기 파괴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분명 그 치료비는 경수로나 경유지원금보다
작지 않을 것이다. 인명피해를 빼고도.
럼스펠드가 북한 전쟁계획을 들추어보다가 핵이라는 단어를 보고 다음으로 미루었듯이 (밥 우드워드)
이번에도 똑 같은 결과가 나오기를 북한은 기대한다. 핵실험은 반대지만 나도 전쟁을 피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와주기를 바라는 점은 똑 같다.
위란의 시기에는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쟁을 잘 되돌아보면 지도자 몇몇의 현명한 판단으로
피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건설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너무 소모적으로 살고 있다.
참고로 전쟁이 발발하기 전의 조짐이 있다. 미국은 우선 자국민을 최대한 대피시킨다. 여행자제령을
내리고 한국에 머무는 사람들을 빼돌린다. 대사관 직원의 가족을 잘 살펴보라. YS당시의 위기에서는
대사가 손녀들을 해외로 보낼정도였다. 갑자기 미군부대가 부산해지고 비행기가 사람들을 빼돌리고
어지러워지면 정말 우리에게 압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 북한은 고스란히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까?
하나의 철로를 마주보고 달려오는 두개의 열차, 그 사이에 놓인 우리들. 별로 즐거운 기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