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영화를 찾아가는 일본여행 - Storybook Travels 2, Japan Storybook Travels 2
이형준 지음 / 즐거운상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슬램덩크를 보면서 강백호의 활약에 함께 즐거워 하던 분들
러브레터를 보면서 주인공의 아기자기한 사람에 공감하던 분들
미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와 원령공주를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아기자기함을 즐기던 분들.
이 모든 사람들의 갈증을 한결 풀어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사진작가인 저자가 일본을 오가면서 느낀 감상을 발전시켜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는 공간들을 다니며 사진을 만들고 해설을 붙여 책을 내었다.

소설이든 영화든 문화라는 산물은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 사람은 다시 일정한 시간과 공간속에 놓인 존재다.
그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알아야 작품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하겠다.

일본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일까?
거꾸로 우리는 일본에게 무엇인가?
한류라는 바람이 있기 전에 일본문화 개방에 반대하던 사람들의 논리는
금방 휩싸여 버릴 것이라는 우려감이 많았다.
요즘 같이 한류가 거꾸로 일본에서 흥행하는 것을 보면 문화교류의 앞날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다.

영화와 소설의 배경을 제대로 아는 것은 어떤 의의가 있을까?
2시간 이내로 끝나는 영화 보기를 마치고 스크린이 꺼멓게 변하더라도 우리 머리에는
감흥이 남는다. 스토리가 남고 주인공의 성격이 남고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게 된다.
웃음을 주고 교훈을 주어 현실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면 좋은 영화다.
그 기억을 한층 키우고 싶은 사람은 영화를 만든 공간까지도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학교들을 하나 하나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공간들도 만화의 장면과 대조시켜 보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백호가 다리를 떨던 장면과 그때 타고가던 열차,
결투가 벌어지던 체육관, 연애편지 (대부분 실연이지만) 읽던 해변.

그 시선을 일본의 남과 북을 오간다.
일본이 한국보다 위아래가 길기 때문에 멀리 북쪽으로는 눈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눈에 갖혀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평생 미안함을 안고 사는 가족들 이야기는 러브레터에 나오고
눈 많이 내린 공간을 놓고 최초의 일본 노벨상 작가가 나오는 등.
그리고 어찌 철도원을 빼놓을 수 있으랴. 작은역에 한평생을 보낸 철도원은
곧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갖혀 살아온 일본 아버지들의 세대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 공간들을 하나 하나 사진에 담으니 꽤 이쁘게 보인다.

대도시의 화려한 여행에 별 감흥 받지 못한 분들도 이 책이라면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취지도 그런 측면이 많아서 여행 팁을 잘 담으려고 많이 노력 했다.

사진 전문가 분과 잠시 이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여행기 중에서 사진에서 출발한 분이 만든 것과 글이 강한 것이 경쟁하면 사진 쪽이 결국
이긴다고 한다. 그런 사진은 하루 이틀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기본기를 익힌 후
많은 좋은 사진을 보면서 체화시켜야 어느 공간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감정을 담은 사진이
나온다고 한다. 역시 쉽다고 시작해보지만 가보면 쉽지 않은게 길이다.
하여간 과제 하나가 생겼다 사진을 한번 제대로 배워보자는 자극을 확실히 이책에서 받게 되었다.

작가분의 글은 사진에서 출발하신 것으로 보면 꽤 탄탄한 편인데
이는 수십번의 여행을 하면서 주변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하는 성격 탓인것 같다.
여행지 하나에 대해서도 이런 것을 알고 보면 어떨까 하는 내용들을 사진의 사이 사이에 잘 배치해냈다.

영화의 감동을 다시 살리고 한층 높은 목표를 주는 책이라 반가왔다.
참 일본 작가 중에 셜록 홈즈가 나온 지방을 뒤지고 다니며 제대로 셜록 홈즈 이해하기라는 책을
낸 사람도 있고 고흐 살던 지역에 무역상사원으로 나갔다가 수년간 탐방하며 책 낸 사람도 있다.
이제는 누구나 정성을 꾸준히 쌓는다면 어지간한 프로라는 사람들보다 나은 책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걸음 나아가 한류의 핵심이 되는 영화 스토리를 잘 포장해
일본에게 소개할 만한 사진책도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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