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은 누구인가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오랜기간 이 질문을 물어왔던 강준만 교수가 코드라는 용어를 통해 이를 풀어나갔다.
10가지 코드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특징을 드러내는데 그 적나라함에 우선 놀랐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각각의 코드가 가지는 문제점과 이의 영향을 잘 드러내준다.

빨리빨리는 누구나 이해하는 한국인의 코드다.
박정희 시대의 단기간 압축성장을 겪으면서 내재화한 빨리빨리는 많은 장점도 보여주었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동서화합 한다고 전두환이 지시한 88고속도로는 그 중간의 땅 속에 놓인
많은 문화유산을 아무 생각 없이 파괴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강교수가 묻고 싶은 것은 빨리빨리라고 외치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표면에만
치우치다가 깊이 들어가 있는 어려운 문제는 외면하다 보니 만만디가 되어버리는게 아니냐는 물음이다.
쌀 등 각종 농수산개방 문제는 우르과이 라운드 부터 10년간 문제로 놓여 있지만
서로 미루다보니 얼마전 농민대회라는 폭력시위로 나타나고 다시 이를 폭력진압하다보니
사상자까지 나오게 된다.
빨리빨리와는 너무나 다른 느린 속도의 정치와 행정이 그 원인이 아닌가하고 강교수가 지적한다.

그런 문제점들은 여러곳에서 나타난다.
정을 강조하는 사회는 가족의 따뜻한 온정이 주는 이미지가 있지만 뒤집어보면
혼자 먹는게 아니라 가까운 친족까지 먹여 살려야 하다보니 부정부패가 만들어진다.

곰곰히 이런 코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멀리 조선 후기를 보면 한국은 그렇게 빠르지도 활발하지도 않은 사회였다.
계층 구조는 엄격했고 생산성도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한참 낮았다.
그러다 근대에 들어와서 식민지 경험, 6.25라는 전쟁경험 그리고 다시 박정희에 의한
고도성장을 겪다보니 여러가지 특색이 자리잡게 되었다.

전쟁이 만들어 버린 파괴는 신분의 평등을 가져와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주었지만
그 수단으로 출세를 강조하며 다시 이를 위한 교육에 목숨을 거는 투자가 나타나게 된다.

권력의 일방적 행세는 권위에 대한 냉소주의를 가져와 너나 잘하세요라는 비웃음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아무나 끌고가서 죽여버리는 횡포는 이승만에서 박정희,전두환까지 전혀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절대 권력을 표면적으로 외면할 수 없기에 줄서기 문화가 앞에서 나타나고
다시 이면에 냉소주의가 자리 잡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앞과 뒤가 다른 양면성은 여러가지 법안에서 나타나는데 법의 규정은 매우 이상주의적으로 되었지만 실제 삶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 보여진다.

여기서 강교수가 하나 짚어 보고 싶었던 것은 탄핵과 4.15 총선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새로운
조류였다. 탄핵당한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동정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권력을 보면서
강교수는 소외받고 싶지 않다 혼란은 위험하다는 심리가 그 근저에 있었지 절대 이것이
노무현 자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무현의 자신감 회복과 함께 시행한 각종 정책이 실현성도 목적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기에
결국 지지도의 거품이 빠지며 오늘에 이르게 된다.

그 원인은 한국인의 정치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데 이제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다 잘 알아나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 이러한 코드는 앞으로도 영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IMF 이후 한국사회는 저투자, 저성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집중과 고도성장이 나오지 않는 시대에 빨리빨리만 강조하면서
살아갈 수도 없다. 평등주의도 이제 한계가 닥치고 있다. 질적 성장이 중시되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인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정책은 현재는 없다.
막대한 사교육비의 지출과 기러기 아빠라는 사회 현상을 지속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80:20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사회구조에 따라 평등주의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을 중심으로 한 각종 가족주의, 가부장적 사회는 어떨까?
이제는 각 분야가 룰에 의해 합리적으로 분점된 의사결정 구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과도한 청탁과 부패구조도 정리되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이 책을 두루 읽다보니 강교수가 만난 수많은 외부의 시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따가왔다.
성과에 대해 경탄도 해주지만 부정적 측면에 대해 따갑게 지적해주는 이들의 말을 골고루
모아서 우리에게 거울로 비추어 주는 강교수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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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여유 2006-09-2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대단한 사람이죠.김대중대통령에 치우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통찰력은 어느 대학교수들보다도 뛰어나다고 봅니다.진중권보다 배는 내공이 더 깊은 사람이죠.

한잔의여유 2006-09-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하나가 대중적이면서도 지적인 사람으로 지식인의 모습으로 많이 배웁니다.

사마천 2006-09-2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유시민 류하고는 격이 다르다고 봅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 만들기에 큰 물코를 텃지만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키지는 못 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