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
바턴 빅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모가 나타난다.
자가용 젯트기, 수천병이 들어가는 와인셀러를 가진 집, 화려한 파티를 누리는 운용자들이 나온다.
월가에서 일할 때는 1000만불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자신이 직접 헤지펀드를 차리면 그 수익이
수억불로 늘어나기 까지 한다.

보통 사람 연봉의 100배 이상 심지어 3000배까지도 받아야 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저자는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수년전 직접 헤지펀드를
창업했다. 원래는 작가 지망생이었던 덕분에 유려한 문체로 다양한 군상들의 삶을 그려낸다.
화려함의 이면에 있는 고민을, 올라가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들 각자의 환희와 절망이 나타난다.

아내는 수천만불 이상의 돈을 들여가며 그리니치라는 헤지펀드의 본고장에 집을 짓고 있는데
남편은 갑자기 발생한 환경변화로 포지션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었다.
위가 뒤틀려서 고통을 이기려고 약을 먹고 잠이 들지만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아내에게 절약을 요구해도 이미 익숙해져버린 그녀는 전혀 반응이 없다. 온전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결국 큰 손해를 입으며 펀드는 청산된다.

모든 헤지펀드의 화려함을 뒷받침 하는 원천은 고객들의 고수익 욕구를 어떻게 충족하느냐이다.
이들은 그냥 일반적으로 자산을 맡겼을 때 가능한 평균 수익율(S&P 등 대표지수)과 비교해서
헤지펀드를 평가한다. 넘으면 돈을 주고 빠지면 돈을 뺀다.
1,2%의 운용보수와 이익의 20%이상이 되는 성과보수로 결정되는 이들 펀드들의 운용자는
이를 위해 목숨을 빼고 모든 것을 건다. 대부분 자신의 재산 상당부분을 이 펀드에 직접 운용한다.
사실 대부분의 펀드운용자는 돈을 쓸 시간도 없는데 점심을 먹으로 밖으러 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고 소로스의 경우는 수십년만에 부모가 미국에 올 때 공항에도 나가지 않았다.
모두가 수익율이라는 황금의 신에 자신의 영혼을 저당잡히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들의 부를 가능하게 하는 초과수익율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아무것도 다른 일을 하지않고 모니터를 쳐다보며 사,팔어라는 의사결정만 내리는 이들 헤지펀드는
생산적 노동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생충 같은 존재일 뿐이다. 자신들은 1년 내내 땀흘려
벌어야 하고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들은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본다.

반면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는 각종 연기금이나 부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효율적인 자산운용가들이
없다. 무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이들이야 말로 현대의 연금술사다.

이런 연금술은 지속 가능할까?
답은 매우 회의적이다. 현실세계에서 금을 만들어내는 일이 불가능 했듯이 금융세계에서도
무한정 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게 자연의 이치다.

우선 금융소득을 구성하는 채권과 주식 중 주식 부분을 보면
현물이 있고 선물이 있다. 현물의 가치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수익의 일정 배수가 (10-20정도)
적절하다. 이를 뛰어넘어 수백까지 치솟는 2000년의 경우는 작가가 표현했듯이 거품이다.
현물의 가치의 상승속도는 S&P 등 평균으로 나타나는 것이 맞다.
반면 추가수익은 어떻게 가능할 까? 적절할 때 매도하고 파생상품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금융공학 기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한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공학의 기초를 만든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여한 펀드조차 환경의 불안정 때문에 파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고수익에 중독된 많은 돈이 더욱 몰려들고 수익에 압박을 받는 헤지펀드는 더욱
위험한 플레이를 하면서 자산시장에 거대한 버블을 만들고 있다.
버핏과 같은 헤지펀드 회의론자들은 그래서 꾸준하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그럼 이들 헤지펀드에서 자유로울까?

미국이나 일본의 금리의 변동이 있을 때마다 신흥 증권시장이 일제히 폭락하는 것도
캐리 트레이드 기법을 쓰는 여러 펀드들의 투자전략 변경이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 소버린 등 다양한 펀드들이 들고 날고 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길 때
한국의 거대한 자산은 부동산과 연금 등에 머물면서 손을 놓고 있다.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이 별 문제 없다고 하지만 이들의 속을 누가 열어 보았나?
누군가 돈을 벌어 들고 나가면 그만큼의 가치는 한국사회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제 세계를 보는 시야는 좀 더 넓어져야 한다.

특히 제조와 서비스를 하지 않고 과거의 노동을 근거로 자신의 화려함을 유지하려는
선진국에는 신흥귀족이 나오고 있다.
연금생활자를 비롯해 막대한 유산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새로운 신분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을 위해 총칼을 들고 지키는 군대가 미국이고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마름이 바로 
헤지펀드가 되는 것이다.

하나로 묶이는 세상에서 주변의 변화는 나에게 빠른 속도로 영향을 준다.
땀으로 돈을 버는 2차원적 세계만 본다면 열심히 일해도 2,3 등 시민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 된다. 반면 돈으로 돈을 버는 이들과의 관계설정을 통해서만이 한단계 이상
자신의 지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헤지펀드에 대한 충실한 이해는 신분을 놓고 싸우는 전쟁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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