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시간 - MB부터 박근혜까지, 난세에 희망의 정치를 말하다
정두언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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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시대다. 대통령 지위투쟁은 치열한데 우리는 과연 대통령에 대해 무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제 대통령을 만들어 본 사람이 있다.


정두언

부침이 심한 인물이다.

MB때 실세로 떵떵거리다가 어느새 총애를 잃었고 결국 정권말에는 구속되어 실형을 살고 나왔다. 

관료, 정치인 그러다가 지금은?

종편의 패널이다.


중국 사서에 보면 정치판에서 밀려 두들겨 맞고 쫓겨난 인물이 타박하는 아내에게 그래도 내 세치혀가 남아 있다고 했다.

정두언도 딱 그렇다.

권세가 사라지고 지위가 사라지고 찾아오는 손님도 사라졌지만 그에게 여전히 남은 건 입과 글이다. 종편을 통해 입으로 부활한 사람이 어디 정두언 하나인가? 유시민,강용석 등 줄을 섰다.


그럼 이 책의 가치는 어떤가?

처음 별 기대를 안하고 슬쩍 보았는데 꽤 흥미로웠다.

MB의 부상과 침몰이 잘 드러난다. 

MB의 서울시장 캠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병상에 찾아와 오래 개인이야기를 나누며 사람을 댕기는 친화력이었다고 한다. 반면에 이미 잘 알았던 홍사덕은 형식적이었기에 선거에서 선이 갈렸다.

서울시 행정의 핵심 성과였던 청계천과 버스통합의 경우 둘 다 비즈니스적 해법이 있었다. 청계천은 상인들에게 가든파이브라는 대안을 주었고, 버스통합은 버스회사의 고질적인 경영부실의 원인이 사업주의 편법이라는 점을 간파해서 여기에도 해법을 주었다.

이런 파격적인 성과는 경영 현장의 경험에 잘 녹아있었고 이를 상징물로 삼아 당시 경제에 초보였던 노무현의 대척점에 포지셔닝했다.


하지만 실제 정권을 운영하는 건 기업과는 다른 노하우와 도덕이 필요했는데 아쉽게도 MB는 그 점에서 약했다. 

겉과 달리 남을 잘 믿지는 않았던 MB는 인물의 외연이 잘 확대되지 않고 초기 인사들 중에 이미지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대목에서 정두언은 교수출신들에 매우 비판적이다. 우선 초대 국정원장에 임명된 김성호의 경우 부하 한둘이 거꾸로 위를 잡고 흔드는데 휘말려 아주 어리석은 결정들을 해댔다고 한다.

당대 비소설의 매력은 이런 점에 있다. 따끈따끈한 현실의 이야기, 기자들이 결코 언론에 담지 않는 현실의 실체를 드러내준다.

교수들이 이름만 거창하고 막상 까보면 조직이라고는 자기 연구실 정도 운영하면서 갑질해오던 것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교수중에 가장 가관은 대학 총장들이다. 숙대 총장의 오랜쥐 사태는 일부였다.

정작 문제는 정운찬 총리였다고 한다.

정총장은 본 실체에 비해서 너무 과대평가된 인물이라는 게 저자의 책의 비수 같은 평가다. 맡았던 미션이 세종시 문제 해결인데 전혀 힘을 못썼고 말고는 동반성장이라는 경제적 캐치프레이즈로 양극화 해법을 제시하는 추진력도 없었다.

가까이서 보니 이 타이밍에 이런게 나와야 하는데 기대하지만 엉뚱하고 감이 늦었다. 

덕분에 경질 수준으로 밀려나고 이후 정국은 박근혜에게 쏠리고 MB는 레임덕에 빠진채 임기 후반부를 맞는다.


사회는 변하고 정치는 정말 쉬지 않고 새로워진다.

정치가는?

마찬가지로 시대의 변화의 첨병에서 앞날을 보고 있다고 늘 자부하면서 가야만 하니 얼마나 피곤한 직업인가?

끈 다 떨어진 홀몸에서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정두언의 몸짓은 애처롭기도 하지만 대견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MB 시대를 새롭게 조망해보고 거기서 다시 박정부의 실체도 보게 된다.

책이란 언론에 없는 걸 드러내주면 그만큼 가치가 있다. 낙향해 그림 그린 김정희, 글을 쓴 정약용 대철학서를 남긴 플라톤이나 마키아벨리 다 실업자였고 정치적 패배자였다. 

정두언을 과대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순발력 있는 관료였고 대권을 만들어본 실세였다는 점에서 그의 삶을 녹여 만든 책에 그만큼의 가치는 있다고 총평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유사하게 느낀 책은 박철언 회고록이다. 지금까지 나온 그 시대 회고록 중에 꽤 잘 되었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박철언 특사 시절 보다도 못하다는 점이 안타깝고 아마 역사는 그의 과보다 공을 부각시켜보리라 생각된다.


참 하나더 하면 요즘 이렇게 죽어라 책 내서 자기부활하시는 분으로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있다. 연달아 낸 세권의 책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 이야기는 조만간 다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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